< 편집자 주 =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검찰, 법무부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거부당하기 일쑤다. 그러면 정보공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법원은 대체로 ‘공개하라’고 판결한다. 그럼에도 검찰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왜 법적으로 맞서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결과가 뻔한 소송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건, 국민 세금을 들여서 시간을 끌며 행정기관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입법적으로 형사상 처벌 조항을 두자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다. 본지는 정보공개소송과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문제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봤다. 제1탄 ‘정보공개소송’ 최고 전문가 하승수 변호사 >
[로리더] 정부가 지난 10월 29일, “비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최소화하고 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신속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대통령실 직원명단, LH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등을 밝혀내거나, 밝히는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시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개악’으로 규정하고 비판하고 있다.
본지는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 예산의 사용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예산의 유용 의혹을 세상에 알린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에게 행정기관의 정보공개 거부 사례를 지적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물었다.
하승수 변호사는 2019년 10월 18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정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검찰청은 청구된 정보 중 총 집행금액만을 일부 공개하고, 나머지 정보에 대한 공개는 거부했다.
이에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검찰총장의 정보공개거부 부분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에 대한 것으로서 (정보공개거부처분이) 위법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의 정보공개거부 부분은 일부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위법하다”며 하승수 변호사의 손을 들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특수활동비 내역 중 ‘수령인 성명’과 같은 개인정보와 구체적인 수사정보를 제외한 검찰 예산 자료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에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23년 4월 기각됐다.
Q. 검찰, 대통령실 등에서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에 대해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특히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자료와 같은 것에 먹칠해서 제출하기도 한다.
하승수 변호사 : 검찰 특수활동비는 2023년 4월에 대법원까지 공개하라고 판결이 확정된 건데, 이를 검찰이 제대로 안 따르고 있는 것은 당연히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 직원 명단이나 감사원의 업무추진비 등은 항소심이나 상고심(대법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온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할 것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나 상고를 하는 것을 자기들의 권리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 끌기’를 위한 면도 있다. 대통령 비서실 같은 경우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그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버리기 때문이다.
항소나 상고를 하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입법적으로는 검찰 특활비처럼 이미 대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확정판결을 내렸는데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다른 기간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비공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현행법상 정보공개청구를 가령 3년치에 대해 했다면 그 3년치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결에 해당하는 건데, 그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당연히 같은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같은 정보를 기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하는 것에는 처벌 조항을 두자는 것이 시민단체의 의견이다.
대구시는 뉴스민이 제기한 2023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를 결정했지만, 이후 2023년 10월 17일, 행정심판을 통해 비공개 결정이 위법ㆍ부당한 결정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월 뉴스민은, 대구시의 2024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동일한 이름의 문서에 대해서 비공개를 결정했다. 이 역시 행정심판을 통해 2024년 11월 5일, 2023년과 같은 이유로 비공개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정을 받았다.
이후 뉴스민 측은 대구시의 위법ㆍ부당한 정보 비공개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난 11월 7일 대구지방법원은 대구광역시의 고의적인 정보공개 거부가 위법하다며 뉴스민 이상원 편집국장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승수 변호사 : 대구에서 언론사 뉴스민의 이상원 기자가 행정심판에서 정보공개소송을 이겼는데, 정보를 비공개한 것에 대한 민사상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됐다는 것은 법적으로 (정보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는 얘기지만, 처벌 조항이 없으니 민사상 국가배상책임을 물은 것으로, 사실 이런 경우에는 형사상 처벌 조항도 두는 것이 입법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2023년 6월 이후의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 중인데, 검찰은 형식적으로 기간만 다른 정보를 비공개하며 시간을 끌며 무익한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동일한 정보가 기간이 다르다고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인정할 리도 없다.
Q. 국가가 소송을 할 때도 돈이 들어가는데, 결국 세금이 쓰인다.
하승수 변호사 : 국가에서 이런 정보공개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거고, 선임하지 않더라도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패소할 게 뻔한 소송을 하는 셈이므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소송 중인 특수활동비 사안에서도 검찰은 변호사를 선임하진 않았지만, 검사 3~4명이 소송 수행자로 돼 있다. 국민의 세금을 받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검찰 특수활동비 결과를 비공개하려고 결과가 뻔한 소송에 매달려 있으니 결과적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특수활동비 내용을 보면, 기밀 수사에 쓰는 것이 아니라 쌈짓돈처럼 쓰고 있으니 특활비는 폐지되는 것이 맞다. 또한, 폐지되더라도 그동안 쓴 것에 대한 검증은 필요한 것이므로 소송을 계속 하겠지만, 특수활동비가 폐지되면 이런 논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1월 8일,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예산 전액을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를 “그동안 법무부, 특히 검찰에서 해왔던 일에 대한 자업자득”이라며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검찰 특수활동비 80억 900만원은 내역을 전혀 입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기밀수사가 아니라 명절 떡값 같은 곳에 쓴 것은 제대로 비판도 하지 못하면서, 검찰의 주장이나 받아쓰는 언론을 보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Q. 법원은 일정하게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공개하라고 판결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계속 거부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하승수 변호사 : ‘시간 끌기’ 목적이 좀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현직일 때 의미가 있는데 대상정보가 공개가 안 되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보공개 소송을 하면 어쨌든 대법원까지 가면 3년 이상 걸리니까 그동안 정보공개를 미룰 수 있다.
그동안 법원의 판결 경향을 보면 대체로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정보인지 예측이 되는데도, 굳이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 끌기용’이고, 매우 나쁜 행태다. 국민 세금을 들여서 시간을 끌며 행정기관의 에너지를 쓰고 있다.
한편, 하승수 변호사는 11월 18일에도 원고로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공개거부한 정보는 월별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기록부’에 나와 있는 특수활동비 집행 잔액으로, 수입총액에서 지출총액을 뺀 잔액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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