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 편집자 주 =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검찰, 법무부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거부당하기 일쑤다. 그러면 정보공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법원은 대체로 ‘공개하라’고 판결한다. 그럼에도 검찰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왜 법적으로 맞서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결과가 뻔한 소송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건, 국민 세금을 들여서 시간을 끌며 행정기관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입법적으로 형사상 처벌 조항을 두자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다. 본지는 정보공개소송과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문제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봤다. 제3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
[로리더] 2024년 9월 행정안전부는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정보공개율은 약 94%’라고 밝혔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행정감시를 위해 시민사회가 청구하는 중요한 정보들은 대부분 비공개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비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최소화하고 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신속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유용 의혹, 대통령실 직원명단, LH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등을 밝혀내거나, 밝히는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시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개악’으로 규정하고 비판하고 있다.
먼저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된 ‘알권리가 위험하다’ 국회토론회에서 현행 정보공개법의 한계와 시민의 알권리 침해 사례를 짚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LH 공사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소송의 경우 입주민 또는 시민사회와의 소송이 여러 차례 진행됐고, 매번 사법부에서는 공개판결했다”면서 “하지만 판결 대상이 된 자료공개에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LH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판결 내용은, 특정 지구가 아닌 모든 공공아파트에 적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LH는) 여전히 사법부가 인정하지 않은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처리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특히 “(정부 부처 및 기관에서) 비공개할 경우 이의제기 및 행정심판 절차가 있지만, 형식적 진행으로 대부분 비공개 처리되는 것도 문제”라며 “이후 절차는 행정소송이나 정보공개를 원하는 청구권자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실제 행정소송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또 “사법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재청구하면 다시 비공개 처리한다”고 답답해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현재 정부가 정보를 공개치 않고 감추려는 의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통령 비서실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처리하고 있으며, 검찰 또한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를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는 정지웅 변호사는 “정보공개제도의 기본 취지는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성을 보장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인데, 법원의 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는 것은 정보공개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지웅 변호사는 “검찰, 감사원, 대통령실 등은 모두 행정부인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과 사법부의 독립에 반하는 것”이라며 “특히 검찰의 특수활동비나 대통령실 직원명단과 같은 것은 공공성이 크고 투명한 공개가 중요한데, 행정부가 국가의 명령(사법부 판결)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행정부가 사법부에서 내린 명령(판결)을 부인하면서 행정부는 어떻게 국민들에게 국가의 명령을 따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이것은 자기부정이다. 국민에게 행정적으로 따르라고 해야 할 주체인 행정부가 사법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보공개 소송을 여러 차례 수행해온 정지웅 변호사는 “그런데 보통 법원 판결이 나오면 국가기관은 따르는데, 따르지 않으면 국가 기능의 고장 상태인 것”이라고 꼬집으며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고 따르지 않게 하는 사람에 대한 법적으로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사법부가 판단하면 행정기관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데, 이행을 강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려운 것”이라며 “만약 개인 간의 문제라면 그 개인에게 명령을 따르지 않을 때 간접강제로 패널티를 주는 것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국가기관과 국가기관 사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사법부의 판단을 안 따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요즘 탄핵을 남발한다는 말 때문에 꺼내기는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담당 공무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지식재산권법)을 수료했다. 현재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겸임교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공공기관의 장이 정보공개청구처리에 따른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킨 경우, 정보공개청구의 취소를 회유한 경우, 이의신청 또는 이의신청과 관련된 심의회 개최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는 자에게 징계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보의 허위 통지, 거짓 및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의 고의적 정보 공개, 공개 대상임을 알면서도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 불복절차의 결과에 따라 발생한 정보공개 의무의 불복에 대하여 이를 승인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박정현 의원의 개정안은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의해 공개한 검찰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등 자료에 먹칠하거나 일부 항목을 가리고 제출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