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 편집자 주 =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검찰, 법무부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거부당하기 일쑤다. 그러면 정보공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법원은 대체로 ‘공개하라’고 판결한다. 그럼에도 검찰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왜 법적으로 맞서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결과가 뻔한 소송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건, 국민 세금을 들여서 시간을 끌며 행정기관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입법적으로 형사상 처벌 조항을 두자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다. 본지는 정보공개소송과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문제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봤다. 제4탄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 >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의혹 중, 과연 비상계엄의 선포가 적법하게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것이냐는 의문이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하게 된 이유로 야당의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을 삭감한 것을 들었는데, 야당은 사용 내역이 소명되지 않은 예산을 승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알 권리는 살 권리’라는 슬로건으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활동, 산업재해 사업장 공개 활동 등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행동해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활동하는 정진임 소장에게 현안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물었다.

Q.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

정진임 소장 :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세금도둑잡아라(검찰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소송을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다)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과 함께 이미 개정안 초안 작업을 재작년(2023년)부터 해왔다. 그런데 처벌조항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회의 등에 관련한 적극적인 공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서울시에서 업무추진비는 사이트를 통해서 바로 볼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는 어느 정도 공개 양식이 갖춰져 있고, 적극적인 공개가 돼 있는데, 중앙부처나 대통령실, 감사원 등에서는 업무추진비 공개 양식이나 지침, 주기가 들쑥날쑥하다.

예산 집행 내역을 누구라도 볼 수 있게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이 아니라 예산과 재정을 다루는 법에 명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정보공개법을 기준으로 사전 공표 제도인데, 기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기 전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지금은 업무추진비 공개 등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반면 예를 들어 업무추진비는 건별로 집행하고 일주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이나 제도가 바뀌면, 사실 불필요하게 정보공개소송까지 갈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정보공개센터는 비상계엄의 증거 폐기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정보공개센터는 비상계엄의 증거 폐기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Q. 12.3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을 제대로 지켰는지 국무회의 회의록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진임 소장 : 지금 국무회의 회의록이 계속 논란인데, 계엄과 관련한 회의록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보기 좋은 형태가 아니다. 회의록에는 ‘이견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는데, 중요한 회의록을 속기록으로 남기도록 의무화하고, 국민의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회의들에 대해서는 회의록이 아닌 회의 자체를 공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ㆍ고용자 위원들이 같이 회의하는데, 밀실에서 이뤄진다. 비공개가 원칙이 아니라 그냥 관례에 따라 비공개하고 있는데, 노동계에서는 계속 회의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처럼 중위 소득을 결정하는 회의도 복지 정책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위임 받은 위원들 몇 명이 밀실에서 결정하지 말고, 회의 자체를 개방해서 국회 본회의처럼 방청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보공개법에 처벌조항을 만들어 단호하게 비공개 관행을 끊는 조치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등 두 가지가 같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회의공개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정보공개센터에서도 계속 하고 있는데, 이미 미국에는 회의공개법(Open Meetings Act)이라는 별도의 법이 있다. 지금 거버넌스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논의되고 있고, 의사결정 과정 안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회의 종료 3주 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형태가 아니라 회의 자체를 공개해 그것에 대한 책임성도 더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당장 그 회의에 누가 참석하는지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도 소송을 통해야 하는 판이므로 이런 부분에 대한 책무성과 투명성을 더 높이는 장치로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예산을 결정하는 ‘소소위’가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미 공개로 결정해 놓은 회의를 회피하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소소위와는 달리) 최저임금위원회가 밀실에서 회의한다고 해서 비판받지는 않는다. 회의 공개를 기준으로 만들어놔야 논의가 후퇴했을 때 문제 제기도 하고, 어떤 회의에 대해 왜 공개가 아니라 비공개되는지 묻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다.

(‘소소위’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아래의 소위원회에 상정된 예산안을 심사하는 여야간 비공식 밀실 협의체로, ‘소위원회’보다 더 작은 위원회라는 뜻으로 ‘소소위’라고 불린다. 소소위는 2008년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전신)의 제안으로 처음 도입됐고, 이후 관행처럼 매년 예산안 심의에 등장해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어오고 있다. 소소위는 밀실에서 회의록도 없이 진행되다 보니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충분한 공론화가 없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지금까지 늘 비공개로 회의해왔다는 이유로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정보공개법에서도 모든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비공개해야 한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Q. 회의를 비공개해야 하는 정당성이 설명된 적이 있는가?

정진임 소장 : 그렇지 않다. 그냥 의사결정의 효율화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회의들은 실제로 비공개될 필요가 있고 모든 회의가 공개될 수는 없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왜 비공개해야 하는지 설명하자는 것이다. 그냥 업무의 효율성을 이유로 관례대로 비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디폴트 값을 바꾸자는 것이다.

미국 회의공개법을 보면, 늘 공개하는 회의지만 어떤 사안은 민감도 때문에 특정 회의만 비공개로 전환해야 할 때, 누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어떤 표결을 거쳐 비공개로 전환됐는지 공개하도록 한다. 이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책무성을 가지도록 한다.

누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거기에 누가 찬성했는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누가 의사결정과 정책에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행정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황인데, 이런 것들을 회복하는 과정 중 하나로도 회의 공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의공개법이라는 큰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정보공개법에 모든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개별 조항을 만들지 않더라도, 재정법 등 개별법에 ‘회의는 공개한다’는 조항을 만들어도 된다.

Q.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최상목 권한대행(경제부총리)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느냐는 것부터 국무회의가 진행되긴 했느냐는 것까지 의문인 상태다.

정진임 소장 : 이번 계엄 건과 관련한 국무회의에 대해서는 사실 국무회의로 진행하지 않았던 것을 국무회의 요건을 갖춘 국무회의로 조작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정황이 있다. 일단 참석한 위원들 중에는 이게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다고 하는 등, 그 말은 보통 국무회의에서 갖춰지는 요건 등의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의든 간담회든 상관없이 일정 직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든 간담회든 모임이라면 다 기록하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무위원들 중 누가 반대를 했는지, 비상계엄 의결 요건이 됐는지를) 입증할 기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건데, 만약에 기록이 있더라도 그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국무회의록에는 누가 어떤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했는지 나오지도 않는다. 이는 국무회의가 속기록 의무 회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록법에 따라서 국가기록원은 속기록 지정 회의를 정할 수 있는데, 국가기록원은 권한이 강한 기관이 아니다 보니까 중요한 회의라는 이유로 속기록으로 반드시 지정하라고 할 수 없다. 사실 국무회의는 속기록 지정 회의로 정해 나중에라도 확인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이견 없음’ 네 글자로 무엇을 확인할 수 있겠는가?

2019년 9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서명한 특수활동비 관련 서류들(자료: 검찰 특활비 공동취재단)
2019년 9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서명한 특수활동비 관련 서류들(자료: 검찰 특활비 공동취재단)

Q.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면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굉장히 강한 반응을 보였다.

정진임 소장 : 검찰 특활비 내역을 국회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적어도 특활비가 관리ㆍ감독될 수 있는 장치들에는 공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특활비는 그냥 특정업무경비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특활비든 특경비든 업무추진비처럼 실시간으로 공개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국회나 감사원을 통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어떤 장치를 통해서도 (검찰 특활비가) 관리ㆍ감독되지 않았는데, 이런 예산은 있으면 안 된다. 예산 결산이 이뤄지려면 어쨌든 책임성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특활비와 특경비의 전액 삭감을 자초하게 한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영수증을 남겨 이후에라도 최소한의 소명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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