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형사사법체계 개혁과 관련해 “찬반이 격렬히 부딪히다 보면 예상 밖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고, 이때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엉뚱한 타협을 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와 한국비교형사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한국법령정책연구원은 8월 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쟁점 –수사ㆍ기소 분리–”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제1주제 “형사사법체계 개혁에서 ‘수사ㆍ기소 분리’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한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2020년 이전부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논의됐고, 벌써 6년 정도 지났다. 그런데 모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말하는데 내용이 다 다르다”면서 “둘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놓고 열심히 싸우는데, 막상 얘기를 나눠보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교수는 “지난 6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른바 4대 검찰개혁 법안을 제안했다”면서 “4대 법안은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수위법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소청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중수청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오병두 교수는 “4대 법안은 민주당 내 공정사회포럼(구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제안했고, 3개월 내 통과를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공식 당론도 아니고 야당(국민의힘)과 검찰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다”면서도 “12.3 비상계엄 이후 여론조사를 해보면, 검찰의 신뢰도가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고, 3대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과 여론의 향배 등 변수를 감안하면 (4대 법안 통과) 가능성은 굉장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교수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제안됐다”면서 “이 법안들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고 21대 국회에서도 나온 적 있고,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이 개원 초기에 이미 발의한 바 있고, 최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서도 수사-기소 분리를 검찰개혁 5대 과제 중 첫 번째로 꼽았다”고 소개했다.

오병두 교수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70년간 유지해 온 형사사법체계의 붕괴라고 하는데,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체계의 붕괴는 가져올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에 형사사법체계의 붕괴냐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찬반이 격렬히 부딪히다 보면 예상 밖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고, 이때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엉뚱한 타협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병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에는 기능 분리론과 조직 분리론이 있는데, 기능 분리론은 검찰청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조직 분리론은 수사 기능과 공소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조직에 둔다는 개념”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 영국의 사법개혁을 다룬 필립스 보고서가 잘못 소개되면서 기능 분리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오인됐다”고 비판했다.

‘필립스 보고서’는 1981년 영국에서 발간된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왕립위원회 보고서’의 별칭으로, 총 489페이지에 달한다.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수사ㆍ기소의 분리 제안이며, 보고서를 발행한 위원회는 경찰이 수사절차뿐만 아니라 공소의 제기와 유지도 담당하면서, 권한의 남용이 발생하고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수사 기능은 경찰에 남겨두되, 기소의 수행은 새로운 기소기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 발간 이후 1986년, 영국에서는 국가기소청이 설립됐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이에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최근 민변이나 참여연대의 검찰개혁론은 조직 분리론의 입장이고, 중수청법안도 조직분리론의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면서 “반면, 검찰 수사권을 6대 범죄나 2대 범죄로 제한하려는 입법은 기능분리론의 입장이었고, 입법 실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병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론은 민주당의 전유물도 아니고, 가장 먼저 수사-기소분리 모델을 제안한 사람은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곽상도 국회의원이었다”면서 “곽상도 의원안은 전형적인 조직분리론이었고, 우리 사법 체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이어 오병두 교수는 “윤석열 정부 시기 시행령 통치와 수사-기소 분리의 후퇴, 즉 이른바 ‘검수원복’이 있었다”면서 “우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수사개시규정을 개정해 기존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를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 범주로 포함시켰다”고 짚었다.

오병두 교수는 “2023년 10월 17일, 한동훈 당시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장 또는 고발장 접수 거부 또는 수사의 지연과 부실을 이유로 수사준칙을 개정했다”면서 “이 개정에 따라 고소ㆍ고발장의 원칙적 접수와 검찰의 직접ㆍ보완수사의 원칙화가 이뤄졌는데, 그만큼 비례적으로 미제 사건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오병두 교수는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은 조직분리론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며 “문재인 정부 때 입법 진행이 잘 안 됐던 이유는 민주당 내에서도 조직분리가 너무 급진적이지 않으냐는 반대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법 비판에 대한 재반박으로,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자주 지적되는 것은 수사 지연인데, 해결할 방법을 신속히 강구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면서도 “그런데 이것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 때문이라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병두 교수는 “수사지연의 문제는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 통제 수단을 확보해 해결할 문제지, 수사와 기소 분리를 반대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그리고, 검찰이 직접 수사하면 더 잘하리라는 것도, 한동훈 장관 시절 보여줬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병두 교수는 “경찰권 비대화 문제도 지적되는데, 이는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 실질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 검찰로부터 분리된 직접 수사인력과 경찰로부터 분리된 수사인력을 통합하는 국가수사청”이라고 소개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그러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세부 내용에도 지적을 이어갔다.

오병두 교수는 “(형사사법체계 개혁에는) 복수의 수사ㆍ공소기관 사이의 관할조정 문제가 있는데, 제안된 중수처법안 제33조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 모델을 가져왔다”면서 “그런데 공수처법 제24조는 ‘알아서 잘 하라’는 모델인데, 알아서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병두 교수는 “국수위는 가장 논란도 많고 주목도 많이 받고 있는데, 복수의 수사ㆍ공소기관의 관할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이 모델은 윤석열 정부 때 경찰국 사태 때 봤던 경찰위원회 보다는 진일보한 모델이긴 한데, 11명의 위원을 두고 이게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했던 시민 참여 모델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시민 참여를 강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최호진 회장(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최호진 회장(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노수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최호진 한국비교형사법학회장(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오영근 한국법령정책연구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주원 고려대 법학연구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축사했다.

제1주제 “형사사법체계 개혁에서 ‘수사ㆍ기소 분리’의 의미”에서는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오병두 홍익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인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 한상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수영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등이 참여했다.

제2주제 “수사ㆍ기소 분리 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영국제도를 중심으로–”에서는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원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가 참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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