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노조)는 11일 “고용노동부가 한화오션의 두 번째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받아들여 9월 9일 추락 사망사고 발생에 따라 내렸던 작업중지를 해제하는 결정을 했다”며 “고용노동부는 한화오션이 물어야 할 추가적인 손해가 걱정됐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9월 24일 열린 첫 번째 심의위원회에서 노동부는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불승인했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재발 방지와 안전보건 강화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과 실행 방안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추락 방지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 등 5가지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에 한화오션은 다시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했고, 10월 8일 두 번째 심의의원회가 열렸다. 그런데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는 밤이 깊어가는데도 끝날 줄 몰랐다”며 “처음엔 조금 길어지는구나 싶었는데, 밤 8시가 지나도 10시가 지나도 자정이 지나도 그리고 새벽 2시가 지나도 회의 장소는 환하게 불을 밝혔다”고 묘사했다.
노조는 “노사가 막판 교섭 타결을 위한 마라톤협상을 하는 경우는 더러 봤지만,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회의가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도통 보질 못했다”면서 “‘막판’이 아니라면 마라톤 회의를 할 이유가 없는 법, 결국엔 작업중지 해제 결정을 위해 새벽까지 회의를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회의는 새벽 2시 넘어 끝났는데 결론을 내지 않고 정회했다”면서 “그리고 한글날 휴일인 10월 9일을 건너뛰고 10월 10일 오후 2시에 다시 속개됐다”며 “10월 8일 회의에 원청 한화오션이 참석해 설명했다면, 10월 10일 회의에는 한화오션 17개 사내하청업체 현장관리자와 안전담당자가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고용노동부 건물을 들락거렸다”면서 “원청 사용자 얘기도 듣고, 하청 사용자 얘기도 듣는데, 왜 노동조합은 불러서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지 따져묻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10월 10일 회의도 전전날과 마찬가지로 밤 깊도록 계속돼 8시를 넘기고 10시를 넘기고 또 자정을 넘기고 마침내 새벽 1시 넘어 회의가 종료됐다”면서 “매우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자정을 넘긴 마라톤 회의 끝에, 역시나 고용노동부는 한화오션에 내렸던 작업중지를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합리적 의심은 빗나가지 않고 사실로 밝혀졌다”며 “고용노동부는 자정을 넘긴 회의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작업중지 해제에 진심이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작업중지가 내려진 컨테이너선 중 6척이 이미 6월 30일까지 선주사에 인도하기로 한 약속을 어겨 약 250억원의 지체보상금을 물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몇 달 전 있었다”면서 “그리고 이 컨테이너선들을 12월까지도 인도하지 못하면 추가로 400억원의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는 소식은 한화오션 안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그래서였을까? 고용노동부는 한화오션이 물어야 할 추가적인 지체보상금에 따른손해가 걱정되었던 것일까?”라며 “하루라도 빨리 작업중지 해제를 결정하기 위해 이틀에 걸친 마라톤 회의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일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치기 위해선 이틀 동안의 마라톤 회의라는 형식과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까?”라고 의문을 쏟아냈다.
노조는 “한화오션에서 9월 9일 발생한 추락사고의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32미터 높이의 고소작업임에도 추락 방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밧줄과 그물로 안전난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며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그런데도 허술한 밧줄과 그물망은 사고 이후 전혀 바뀌지 않았고 지금도 그대로”라면서 “다면 그물 아래쪽을 클램프로 철판에 고정해놓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그래서 ‘난간대는 지름 2.7센티미터 이상의 금속제 파이프나 그 이상의 강도가 있는 재료일 것’, ‘안전난간은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가장 취약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100킬로그램 이상의 하중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구조일 것’이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13조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래서 한화오션은 지금도 계속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마라톤 회의로 밤늦게까지 붉을 밝히다 이제는 불 꺼져 컴컴한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건물이 마치 노동자의 거대한 무덤 같다”고 평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 작업중지 해제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보여준 업무에 대한 대단한 열정과 진심 어린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그래서 그 감명만큼 고용노동부에 되돌려주려고 한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친 고용노동부 심의위원회 참석자, 김선재 통영지청장과 최성혜 산재예방지도과장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동종사인 HD현대는 컨테이너선 상부에도 산업안전보건법과 기준에 따라 금속 파이프로 안전난간을 설치한다”며 “한화오션이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한화오션 컨테이너선 상부에도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금속 파이프 안전난간이 반드시 설치될 수 있도록,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