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로리더]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에 대해 “사법의 정치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법원이 스스로 정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플레이어로 역할하면서 그 정치 혼란 속으로 스스로를 던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5월 7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이라는 제목의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 긴급좌담회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 긴급좌담회

본격적인 발언에 앞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인 유성진 교수는 이날 오전 결정된 파기환송심의 대선 이후 연기에 대해 “오늘 벌어진 상황을 보면 법원의 많은 판사도 이미 자신들의 결정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는 촌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명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사법의 정치화’…법원 이용해 정적 제거”

유성진 교수는 “최근 선거와 정당을 연구하면서 많이 언급됐던 용어가 ‘정치의 사법화’였다”면서 “대화나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 정치가 스스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까 법률적 판단에 의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성진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가 스스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3자인 법원의 법률적인 판단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방식”이라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반대 현상, 사법의 정치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성진 교수는 “법원이 스스로 정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플레이어로 역할하면서 그 정치 혼란 속으로 스스로를 던지는 행위”라며 “그런데 이런 점은 독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많이 발견되는 모습으로, 법원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모습은 최근 튀르키예나 미얀마에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성창익 민변 사법센터 전 소장,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성창익 민변 사법센터 전 소장,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대법원이 인용한 ‘고어 대 부시’ 사건, 맥락에 어긋난 예시”

특히 유성진 교수는 “굉장히 우스운 것은, 대법원 판결문에 보면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의 2000년도 미국 대통령 선거 얘기를 보충의견에 썼다는 것”이라며 “2000년도 미국 대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선거로 꼽히는데, 연방대법원이 재개표를 중지시키고 이례적으로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000년도 미국 대선은 개표 결과 접점이었는데, 첫 개표 당시 플로리다주에서 부시 후보가 고작 1784표 앞서는 것으로 나와 득표차가 전체 투표수의 0.5% 미만이면 의무적으로 기계로 재검표하도록 한 플로리다 주법에 따라 재검표가 이뤄졌다.

기계 재검표 이후 표차가 더욱 줄어들자 고어 후보 측의 요청으로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전면 수개표를 허가했지만, 부시 후보의 요청으로 연방대법원은 재검표를 중단하면서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유성진 교수는 “이후 미국 의회에서는 선거 관련 제도들을 개정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면서 “즉, 법원의 판결이 주는 사회적 혼란을 의회가 나서서 바로잡는 모습으로, 대법원 보충의견에 인용된 부분은 맥락에 어긋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사법부, 사회적 혼란 종식 역할 방기”

유성진 교수는 “사법부의 역할은 사회적 혼란을 종식할 최종적인 권한과 책무를 부여받은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삼권분립의 한 주체로서, 그 권한이 의미를 가지려면 공동체 구성원의 판단과 결정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진 교수는 “(사법부는) 굉장히 혼란한 상황을 민의에 기반해 종지부를 찍어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데, 이번 결정은 그 반대 현상이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공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공동체의 안정을 기대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대법원, 유권자의 선택권 제약할뻔…대의민주주의 제약”

유성진 교수는 “두 번째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더욱 높인 측면도 있다”면서 “우리가 선거를 유권자가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를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거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성진 교수는 “선거의 기능 중 하나는 사회의 중요한 논란을 대하는 판단 기재로서 갈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체에 안정을 기한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그래서 선거가 주기적으로 있으면서 사회의 갈등 요인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진 교수는 “그런데 그런 선거에 대법원의 결정이 극도의 불확실성을 더해놨다”면서 “만약 일부 시나리오처럼 이재명 후보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면, 유권자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선택한 후보 하나를 잃게 되는 상황을 겪게 돼 불확실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진 교수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법률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면서 “당장은 공판기일이 선거 이후로 미뤄지면서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결정 자체가 그런 혼란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지극히 상식적인 작동 방식에 직접적인 균열을 가했다는 측면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창익 민변 사법센터 전 소장,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대법원 결정으로 사회적 현안 논의의 장 축소돼”

유성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선거의 기능 중 또 하나는 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당연히 논의돼야 할 많은 사회적 현안들이 자리할 여지를 크게 줄여버렸다”고 비판했다.

유성진 교수는 “정당과 후보들이 하는 얘기들 중 상당수가 대법원 결정에 대한 찬반의 논의에 매몰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 AI에 따르는 기술 대전환, 노동의 문제, 돌봄의 문제, 트럼프 발 국제 질서 재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세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논의가 사장돼 버렸다”고 우려했다.

유성진 교수는 “검찰과 사법부는 굉장히 다른 조직으로, 이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달라 왔다”면서 “검찰은 권력의 도구로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 활용됐고, 기득권층으로 기능했기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유성진 교수는 “그런데도 법원은 적어도 민주화 이후에는 신중한 결정과 합리적 판단으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왔다”면서 “이번 결정은 법원이 스스로 신뢰를 잃어, 회복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 긴급좌담회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 긴급좌담회

한편, 이날 긴급간담회에는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학대학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전 소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성창익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전 소장), 오선희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유승익 명지대 객원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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