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창익 변호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에 합당한 충분한 심리를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 기간(9일)에 6만 쪽이 넘는 소송 기록을 파악하기는커녕, 재판연구관 보고서만 가지고 토론ㆍ숙고하기에도 모자라다”고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을 지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5월 7일 오후 2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의 의미와 시민사회 대응’이라는 제목의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성창익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뤄진 것에 대해 “공판기일이 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사법부에 뭔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마주쳤을 때, 그때 느낀 참담함과 실망감, 10명의 대법관이 일사불란하게 다수 의견을 빠른 속도로 낸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당히 걱정했다”고 밝혔다.
성창익 변호사는 “그나마 오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방지하기 위해 공판기일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혀서 참 다행”이라고 촌평했다.
실제로 5월 7일 서울고법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이재명 후보)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인 2025년 6월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정한 외관’을 확보했는가?”
민변 성창익 변호사는 “우선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살펴보면, 첫 번째로 과연 대법원이 재판 진행에 있어서 공정한 외관을 확보했느냐는 질문이었다”면서 “사법은 공정할뿐만 아니라 공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법관윤리강령 제3조 제1항은 실제로 재판이 공정한지 외에도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도 금한다고 규정한다”면서 “헌법재판소 2021헌나1 결정의 소수의견에서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그런데 대법원 재판에서 소부에서 심리하다가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것이 통상적임에도 이 사건에서는 소부 배당 후 바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회부한 날 바로 합의기일을 진행했다”며 “불과 이틀 후에 한 번의 합의기일을 거친 후 전원합의체 회부로부터 9일 만에 선고해, 언론과 국민 대다수도 이례적인 속도전이라고 놀랐다”고 지적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특히 원심을 파기하려면 확정에 비해서 심리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통상적인데, 이 사건에서는 초단기간에 선고됐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다”면서 “판결문을 봐도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5인의 보충의견에서조차 심리 부실 비난을 미리 의식해서인지 심리가 충실했다고 변호할 정도로 스스로 심리 부실에 대한 비난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성창익 변호사는 “보충의견에서 특히 눈여겨본 대목은 ‘절차를 주재하는 대법원장이 일일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확인한 다음 후속절차로 나아갔다’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재촉하고 절차 진행을 서둘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면서 “결론이 어떻게 나든, 지나치게 단기간에 결론을 낸 것 자체가 어느 한 쪽으로부터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통상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공정한 재판의 외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중요성에 합당한 충분한 심리를 했는가?”
성창익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건의 중요성에 합당한 충분한 심리를 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유력 후보자의 후보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건이어서 극도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특히 법리적 판단보다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 또는 해석을 달리해 원심을 파기하려면 더더욱 그에 합당한 충분한 심리와 설득력 있는 파기 사유가 필요했다”면서 “발언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의견, 과장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면 상고심으로서는 명백한 위법을 발견하지 않는 한, 종심 판결의 근본을 바꾸는 데 자제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대법관 다수의견처럼 발언의 허위성 등을 유권자가 받을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그 인상은 문제가 된 발언 부분을 넘어 전체적인 맥락과 경위의 사실관계를 소송 기록 등을 통해 면밀히 살펴 판단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다수의견을 보면 과연 소수의견 수준으로 심리와 논쟁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회부로부터 선고까지 9일이 걸렸는데, 그나마 그중 상당 부분은 판결문을 작성하는데 소요됐을 것”이라며 “이 기간에 6만 쪽이 넘는 소송 기록을 파악하기는커녕, 재판연구관 보고서만 가지고 토론ㆍ숙고하기에도 모자라다”고 꼬집었다.
성창익 변호사는 “판결문을 봐도 보충 의견에서 ‘충실히 심리했다’고 덧붙였을 뿐, 실상 다수의견은 실질적으로 소수의견과 논쟁을 숙고해 이를 극복할 논증이 제시되지 않았고, 그럴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정치인의 발언은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가?”
성창익 변호사는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서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 이유가 있지만, 표현의 자유는 역사적으로 특히 정치인의 발언과 관련해 더 확장되고 발전한 면이 있다”면서 “공직선거법에 특별히 허위사실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발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오히려 정치적 사건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 정치적 발언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소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반대 정치세력을 탄압할 빌미를 주게 된다”면서 “사법 엘리트주의에 빠져 사법부가 정치(인)를 재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정치와 선거의 장에서 심판받도록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민변 성창익 변호사는 “과연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수의견이 논증하고 있듯, 이 사건에서 문제된 발언은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의견ㆍ과장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도 무려 10명의 대법관이 해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판단한 것은 대법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전원합의체가 권위를 가지려면, 다양한 이념과 철학, 경험을 가진 대법관들의 치열한 토론과 숙고를 통해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비슷한 배경과 경력의 보위 법관 위주 획일적ㆍ관료적 대법관 제청ㆍ임명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토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대법관들은 자신을 제청해 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경우, 현실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대법관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실질적인 전원합의체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성창익 변호사는 “이 사건 이후 대법관 증원 얘기가 제도적 개혁으로 제시됐지만,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상고심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업무 부담에 상응해 대법관 수를 늘리는 상고심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아울러 개헌 시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권을 유지할지에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재판 영역에서는 대법원장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창익 변호사는 판사들에게도 “법관대표회의를 통해서 법관들이 문제점을 평가하고 공유하는 작업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부에서의 개혁 요구에 법원이 굴복하는 입장보다는 스스로 개혁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법원 내부의 의견이 상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법관대표회의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긴급간담회에는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학대학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전 소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성창익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전 소장), 오선희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유승익 명지대 객원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