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현대차 1차 하청업체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4월 18일, 폭력으로 진압당한 것에 대해 13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을 전두환 시대로 되돌린 백색테러 자행한 현대차 정의선과, 이를 방조한 경찰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등 137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8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 앞에서 “현대차 구사대 비정규직 폭력만행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2024년 8월 22일, 이수기업이 고용승계 없이 그해 9월 30일부로 폐업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현대차 규탄 및 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하는 선전전을 진행했으나, 이수기업은 예정대로 폐업됐고,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됐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4월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투쟁 200일 문화제를 진행했다. 현장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문화제에서 현대차 직원 500여 명이 집회 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측은 “문화제 장소 앞뒤로 현대자동차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검은색 장갑을 끼고 빼곡이 서 있었고, 그 자체로 엄청난 위화감을 줬다”면서 “그런데 문화제가 시작되고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갑자기 문화제 장소로 밀고 들어와 천막을 부수고, 이에 항의하는 참가자들 상당수가 여성이었는데, 남녀 가리지 않고 폭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측은 “이날 30여 명의 연대자들이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면서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방관만 하다가 집회 참여자들만 막아섰다”고 전했다.
특히 노동자 측은 “집회를 방해하고 폭행한 이들은 현대차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이뤄진 보안 팀”이라면서 “현대차가 보안팀을 ‘구사대’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고, 경찰은 이런 이들을 보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만행은 단순한 과잉 진압이 아니다”라면서 “이승만 시대, 전두환 시대에나 있었던 용역 깡패들의 난동이자 백색테러”로 규정했다.
기자회견문은 이상현 녹색당 대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주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가 공동으로 낭독했다.
주최 측은 “더 충격적인 것은 경찰이 이 모든 폭력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사실”이라며 “수십 명의 노동자 시민이 다쳤지만, 아직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노동자의 피로 만든 자동차는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백색테러를 결코 우리 사회 안에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를 50년 전으로 되돌린 윤석열이 국민의 저항에 의해 권력에서 끌어 내려졌듯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노사관계를 전두환 시절로 되돌린다면,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사측에서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소위 ‘알박기’ 집회를 진행 중이었다.
현대차는 자사 본사 앞에 2017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약 6년간 모두 4490건의 집회 신고를 냈고, 이중 단 16.6%만 실제 개최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집회를 ‘알박기 집회’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아마 현대자동차의 용역이 플랜카드를 들고 1인 시위인지 집회인지도 모를 모양새로 ‘기업 경쟁력을 위해 집회시위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구호를 들고 서 있다”면서 “(이들은) 노동자들이 앞에서 집회하지 못하도록 평일에 계속 저렇게 서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언자로는 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 이수기업 해고자 안미숙 조합원, 김세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문, 박득훈 성서한국 목사, 김상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상현 녹색당 대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주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대한민국을 전두환 시대로 되돌린 백색테러 자행한 현대차 정의선, 이를 방조한 경찰을 규탄한다.
지난 4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 20년 동안 현대차에서 일해온 이수기업 하청노동자들의 평화로운 문화제가 검은 장갑을 낀 500여 명의 구사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천막을 부수고, 여성 노동자를 포함해 참가자들을 무차별 구타한 이 만행은 단순한 과잉 진압이 아닙니다. 이승만 시대, 전두환 시대에나 있었던 용역 깡패들의 난동이자 백색테러입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같은 일터에서 20년을 일해왔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내가 일하던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너무나도 소박한 요구입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5년마다 하청업체를 변경해 왔고 당연히 고용승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수기업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원청인 현대차는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대화 대신, 500명의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으로 응답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찰이 이 모든 폭력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사실입니다. 윤석열은 국민에 의해 권력에서 끌어 내려졌지만, 그가 임명한 경찰들은 이런 폭력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현대판 중세 봉건 질서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폭력적인 형태로 말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노조 깨부수기’를 선언했고, 현대차는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의 구사대, 용역깡패의 폭력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수십 명의 노동자 시민이 다쳤지만, 아직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용역깡패와 같은 구사대의 폭력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힘들게 지켜낸 민주주의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내릴 것입니다.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되는 폭력입니다.
노동자의 피로 만든 자동차는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백색테러를 결코 우리 사회 안에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현대차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정치를 50년 전으로 되돌린 윤석열이 국민의 저항에 의해 권력에서 끌어 내려졌듯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노사관계를 전두환 시절로 되돌린다면,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 현대차는 즉각 구사대를 해체하고, 모든 폭력 행위 책임져라!
- 구사대 폭력 웬말이냐,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사죄하라!
-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고용승계 즉각 이행하라!
- 폭력을 방관한 경찰 당국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25년 4월 28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