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로리더]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28일, 현대자동차 사내 1차 하청업체인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투쟁 200일 문화제에서 노동자와 연대 시민 30여 명 등이 폭행을 당한 사건을 두고 “이번에도 경찰이 구사대의 천막 강탈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합법적인 집회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구사대의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경찰은 아무것도 막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등 13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 앞에서 “현대차 구사대 비정규직 폭력만행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대차 본사 정문 앞에서 소위 ‘알박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차 본사 정문 앞에서 소위 ‘알박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현대차 사측에서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소위 ‘알박기’ 집회를 진행 중이었다. 현대차는 자사 본사 앞에 2017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약 6년간 모두 4490건의 집회 신고를 냈고, 이중 단 16.6%만 실제 개최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차의 이러한 집회를 ‘알박기 집회’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아마 현대자동차의 용역이 플랜카드를 들고 1인 시위인지 집회인지도 모를 모양새로 ‘기업 경쟁력을 위해 집회시위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구호를 들고 서 있다”면서 “(이들은) 노동자들이 앞에서 집회하지 못하도록 평일에 계속 저렇게 서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본사 정문 앞에서 소위 ‘알박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차 본사 정문 앞에서 소위 ‘알박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2024년 8월 22일, 이수기업이 고용승계 없이 같은 해 9월 30일부로 폐업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현대차 규탄 및 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하는 선전전을 진행했으나 이수기업은 예정대로 폐업됐고,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됐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4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투쟁 200일 문화제를 진행했다. 현장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문화제에서 현대차 직원 500여 명이 집회 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측은 “문화제 장소 앞뒤로 현대자동차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검은색 장갑을 끼고 빼곡이 서 있었고, 그 자체로 엄청난 위화감을 줬다”면서 “그런데 문화제가 시작되고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갑자기 문화제 장소로 밀고 들어와 천막을 부수고, 이에 항의하는 참가자들 상당수가 여성이었는데, 남녀 가리지 않고 폭행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4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있었던 폭력 사태를 담은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4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있었던 폭력 사태를 담은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노동자 측은 “이날 30여 명의 연대자들의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면서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방관만 하다가 집회 참여자들만 막아섰다”고 전했다.

특히 노동자 측은 “집회를 방해하고 폭행한 이들은 현대차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이뤄진 보안 팀”이라면서 “현대차가 보안팀을 ‘구사대’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고, 경찰은 이런 이들을 보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사대 폭력 현대차 정의선은 사죄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선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사건이 발생한 4월 18일,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서 “그 자리에서 천막은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사유재산이고, 그 재산을 누구도 함부로 탈취하거나 망가뜨릴 수 없다, 경찰도 회사에도 누구에게도 그럴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허원 부위원장은 “그런데 그것을 막아야 할 경찰이 오히려 묵인하는 사이, 구사대가 들어와 천막을 망가뜨렸다”면서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두 번째였다. 이전 문화제 때도 사측 구사대가 들어와 천막을 강탈했고, 망가뜨려 차에 싣고 갔다”고 밝혔다.

허원 부위원장은 “이번에도 경찰이 구사대의 천막 강탈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합법적인 집회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구사대의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경찰은 아무것도 막지 않았다”면서 “구사대의 폭력 역시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허원 부위원장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그가 이 나라의 군인과 경찰을 본인의 사병으로 봤기 때문이고, 그런 오판이 파면의 첫 단추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신라시대 때나 존재하던 사병 제도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허원 부위원장은 “이 땅의 군인과 경찰은 자본과 정권의 사병이고, 현대차는 아직까지도 30년 전에나 있을법한 구사대를 사병으로 동원해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원 부위원장은 “비단 이수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2024년 현대중공업지부의 정당한 집회에서도 폭력을 행사했고, 그 폭력으로 코뼈가 부러진 사무국장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연대해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연대해 구호를 외쳤다.

허원 부위원장은 “여기 앞에 있는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가는 곳마다 현대 자본의 구사대가 따라다닌다”면서 “노동자들이 밥 먹으러 가는 것조차 막는 것들이 현대차의 사병들”이라고 지적했다.

허원 부위원장은 “이수기업,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모두 현대자동차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인데, 왜 이들이 현대 자본에 의해 맞아야 하고, 억압당해야 하느냐”면서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왜 이들이 탄압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허원 부위원장은 “구사대를 수수방관하는 경찰도 역시 똑같다. 4월 18일에 있었던 폭력에 경찰은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구사대의 폭력을 막아섰던 조합원들을 연행했다”면서 “금속노조는 조합원이 맞는 것을, 현대자동차가 노동삼권을 보장하지 않고 폭력으로 억압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언자로는 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 이수기업 해고자 안미숙 조합원, 김세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문, 박득훈 성서한국 목사, 김상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상현 녹색당 대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주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 구사대 비정규직 폭력만행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
“현대차 구사대 비정규직 폭력만행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현대차는 즉각 구사대를 해체하고, 모든 폭력 행위 책임져라!”
“구사대 폭력 웬말이냐,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사죄하라!”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고용승계 즉각 이행하라!”
“폭력을 방관한 경찰 당국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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