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반도체특별법 저지ㆍ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서 건강권 팀장으로 활동하는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20일, 반도체특별법 등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에 대해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이나 기업의 요구 속에 노동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과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자녀산재법 개정 촉구 및 산재 심사ㆍ재심사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올림과 공동행동 등 주최 측은 “자녀산재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싸워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과 반도체 노동자들의 아픔과 노고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법은 이 법 시행일(2023년 1월 12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한다고 해 근본적으로 과거 피해자를 배제하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최 측은 “또, (산재 신청 당사자로) 임신 중의 노동자, 즉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남성 노동자’의 직업환경 영향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받고도 산재보험의 적용에서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 상임활동가는 “재계의 강력한 요구와 국민의힘의 법안 발의, 정부의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 그리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디베이트까지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려는 거센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연구개발직의 주52시간 적용 예외를 두고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공동행동이 빠르게 출범해 각종 언론과 토론회 등으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장기간 불규칙 노동으로 인한 건강 위험과 기후ㆍ환경에 미칠 악영향 등을 지적해 왔다”고 밝혔다.
유청희 활동가는 “정치권에서는 몰아서 일하는 것은 유연한 것, 주40시간제나 주52시간제 등 상한제에 맞춰 일하는 것은 경직된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우리 몸은 고무줄이 아니다. 과로는 일주일에 몰아서 하건, 한 달에 걸쳐서 하건 모두 과로”라고 선을 그었다.
유청희 활동가는 “바짝 몰아서 일하고 바짝 쉬라는데, 바로 그 ‘바짝 몰아서 일하는 것’이 과로”라며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원할 때 유연하게 몰아서 일하는 것이라는 말장난을 해왔는데, 그건 기업이 필요할 때지, 노동자들이 원할 때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민주당에서는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을 삭제한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특례조항을 추가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역시나 위험한 발상이고 끝까지 주시하겠다”면서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이나 기업의 요구 속에 노동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반도체특별법 논의는 민주당이 당내 정책 디베이트 이후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부분을 빼고 나머지 부분만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유청희 활동가는 “반도체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말하면서, 노동자의 신체와 생명은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몰아서 일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인력 충원을 하지 않는지 기업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게다가 반도체특별법은 불규칙 장시간 노동 외에도 특정 산업과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재벌 특혜를 담고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 전력, 물, 토지 등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서 환경 파괴 문제까지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청희 활동가는 “여기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일과 삶 균형을 깨뜨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운동의 성과를 깨부수려는 시도를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청희 한보노연 활동가는 “태아산재법(자녀산재법) 역시 노동자들의 안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산재 당사자들이 오랜 싸움 끝에 대법원 판결을 끌어냈고 산재보상보험법 개정까지 이뤄냈지만, 아버지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경우를 보장하지 못하고 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경우를 포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재보험법의 부칙에 따르면, 제2조 3.에서 “이 법 시행일(2023년 1월 12일) 전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로서 이 법 시행이로부터 3년 이내에 제36조제2항에 따른 청구를 하는 경우”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부칙을 적용하면, 산업재해로 인해 선천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자녀가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2023년 1월 12일 이후에 태어나서 18세가 되는 2041년에나 가능해진다. 선천적 장애가 확정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현행 산재법도 18세 이후에 장애 등급 판정을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산재보험법 제91조의 12(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따르면, 법의 적용 대상으로 “임신 중인 근로자”로 정하고 있고, “이 법을 적용할 때 해당 업무상 재해의 사유가 발생한 당시 임신한 근로자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고 하고 있어, 남성은 대상이 되지 못한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 사업을 시행해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하는데, 과연 우리 법이 그 목표에 맞게 이행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우리 법이 노동자가 유해물질과 과로로부터 보호받게, 그리고 자녀에게도 안전하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전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천지선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공동행동 건강권팀장), 강미희 한국노총 금속노련 여성국장,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정향숙 씨(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등과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 3인(유OO 씨, 정OO 씨, OOO 씨/이슬아 노무사 대독)가 발언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제창했다.
“과거 피해자 배제하는 태아산재법 개정하라!”
“노동자 건강 파괴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한다!”
“반도체 노동자 자녀 건강권 외면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