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로리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조승규 노무사는 20일, 여성 노동자 자녀 3명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신청을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불승인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했다.

반올림과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ㆍ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녀산재법 개정 촉구 및 산재 심사ㆍ재심사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올림, 공동행동 “자녀산재법 개정 촉구 및 산재 심사ㆍ재심사 청구 기자회견”
반올림, 공동행동 “자녀산재법 개정 촉구 및 산재 심사ㆍ재심사 청구 기자회견”

반올림과 공동행동 등 주최 측은 “자녀산재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싸워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과 반도체 노동자들의 아픔과 노고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법은 이 법 시행일(2023년 1월 12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한다고 해 근본적으로 과거 피해자를 배제하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최 측은 “또, (산재 신청 당사자로) 임신 중의 노동자, 즉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남성 노동자’의 직업환경 영향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받고도 산재보험의 적용에서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은 2024년 12월 12일, 여성 노동자 자녀 3명의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다”며 “11월 11일에 신청했으니 딱 한 달 만에 결과가 나왔는데, 이전 자녀 산재 신청자들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조승규 노무사는 “왜 이번에는 이렇게까지 빠르게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느냐”면서 “산재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이라도 됐던 걸까? 그 비밀은 근로복지공단이 보낸 불승인 통지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지서의 내용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해, ‘피해자들의 신청 기한이 지났다’는 말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조승규 노무사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됐었는지, 동종업계에서 비슷한 피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업무로 인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산재에서 검토하는지 등 여러 부분에 대해서 이번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산재 신청 건에서는 전혀 공단이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신청 기한이 지났다’며 불승인한 근거는 ‘자녀산재법’이 2022년 1월 11일 공포되고, 2023년 1월 12일부터 시행됐는데, 이에 따라 과거 피해자 산재신청을 2023년 1월 11일까지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4년 11월 11일에 신청한 여성 노동자 자녀 3명에 대한 산업재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정향숙 씨,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정향숙 씨,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는 “(근로복지) 공단은 법대로 한 것이라는 손쉬운 핑계를 대고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공단이 법 때문에 당장 산재로 인정할 수는 없더라도 이들이 근무했던 환경을 조사하고 또 업무, 업무와 관련된 피해인지 판정하는 것은 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공단이 밟아야 할 절차도 전혀 진행하지 않아 놓고 국회만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녀 산재 판정을 위해서 거쳐야 하는 역학조사는 최소 1~2년이 걸리는데, 법 개정이 되고 나서야 역학조사를 진행한다면 피해자 보호는 더욱더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근로복지) 공단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이전 자녀 산재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역학조사를 진행해 왔다”면서 “그런데 왜 이번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그냥 내쳤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법이 만들어져서 생색내기로 한 번은 했으니 두 번째부터는 어림없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강미희 금속노련 여성국장

조승규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직무를 유기하는 사이 피해자들이 근무한 현장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면서 “삼성은 LED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LED 라인의 설비와 인력을 정리하고 있으니, 공단은 이런저런 핑계를 댈 시간에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당시 설비도 사람도 뿔뿔이 흩어진 시점에서야 조사를 진행한다면 과연 무엇을 확인할 수 있겠느냐”면서 “법 개정만 기다리다 조사를 빈손으로 마치게 된다면, 근로복지공단은 증거 은폐 공범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근로복지) 공단은 자녀 산재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명심해야 한다”며 “애초에 자녀 산재법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이들을 배제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는 “현행 자녀산재법에서 배제된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는 입법의 미비이므로 애초의 취지에 맞게 법이 개정될 것”이라며 “그러니 근로복지공단은 자신이 해야 할 조사와 판정을 진행하면서 법 개정을 기다리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전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천지선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공동행동 건강권팀장), 강미희 한국노총 금속노련 여성국장,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정향숙 씨(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등과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 3인(유OO 씨, 정OO 씨, OOO 씨/이슬아 노무사 대독)가 발언자로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제창했다.

“과거 피해자 배제하는 태아산재법 개정하라!”
“노동자 건강 파괴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한다!”
“반도체 노동자 자녀 건강권 외면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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