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국회 생중계 캡처)

[로리더]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은 15일 “하청 고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적인 산재사고 발생 해결책”이라며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에 “그렇게 잘 나가는 기업이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라든지,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라든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한화오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다. 

정혜경 국회의원은 “여기 노동자 사진을 하나 걸어놨는데, 한화오션의 하청 노동자”라며 “이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부터 말해보겠다”고 한 노동자가 전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

8월이 되면서 30℃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갑니다. 기온이 이 정도 올라가면 철판의 온도는 60~80℃를 넘고, 용접사는 용접 재킷을 입고 온도 1000℃가 넘어가는 곳에서 일합니다.

도장 노동자들은 피스복(도장복)을 입고 일하는데, 땀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소나기처럼 내립니다. 여름에 조선소 노동자들은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땀을 너무 많이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한화오션 조선소는 28℃ 이상이면 점심시간 30분 연장, 31.5℃가 넘으면 1시간 연장해서 쉬게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노동자들은 쓰러져서 119차량에 실려 나가고, 심지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대부분의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입니다.

정혜경 국회의원은 “정인섭 사장은 안전이 경쟁력이라는 좋은 얘기를 해줬는데, 오늘 아침부터 환노위원들이 한화오션 산재사고에 대해서 많이 말하고 있다”며 “그만큼 한화오션의 중대재해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혜경 국회의원은 “한화오션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국회 생중계 캡처)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국회 생중계 캡처)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우리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지 이제 1년 반 정도 됐는데, 그새 많은 것을 바꿔가며 정상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ㆍ사고가 있었던 것의 근본 원인은,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정상화하면서 충분히 다 못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혜경 국회의원은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구성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다단계 하청 고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것이 중대재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규정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혜경 국회의원은 “하청 고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적인 산재사고 발생 해결책인데, 지금은 조선소가 호황인 시기”라며 “그래서 인력을 많이 충원하고 있을 텐데, 어떤 인력이 많이 오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정인섭 사장은 “정규직 생산직과 외국인 근로자들, 그리고 협력사도 많이 늘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혜경 의원은 “파악한 바로는 정규직은 거의 늘지 않았고, 하청 노동자를 늘리고 싶은데 여기가 잘 구해지지 않아서 외국인 노동자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혜경 의원은 “실제로는 하청 노동자들이 총 4000명 정도 증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규직 근로자들도 1000명 정도 늘었지만, 문제는 4000명이 비정규직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정혜경 의원의 질문에 정인섭 사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처우가 부족하거나, 환경이 어려운 등, 특히 조선업은 어떤 업종보다 환경이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한화오션의 외주단가 인상률 자료(국회 생중계 캡처)

정혜경 의원은 “협력업체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처우를 잘 해서 상용직을 채용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한화오션은 협력업체 단가를 인상해줬다면서도 한화오션의 인수 전에는 1%대 물가 인상분도 안 되는 때도 많고, 인수 후에는 7%, 5% 정도 늘었다”고 비판했다.

정혜경 의원은 “물가 인상분도 안 되는 단가 인상으로 임금을 도저히 보장해 줄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며 “원하청 간의 단가 후려치기가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혜경 의원은 “한화오션의 자산 가치는 시가총액이 약 2조에서 9조 5000억원으로 7조가 늘었고, 부채 비율은 대폭 줄었다”면서 “한화오션은 나날이 성장하는 중인데 하청 노동자의 임금 체불은 15억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한화오션 추락사 산재사고 당시 원청-협력사 간 대화 내용(국회 생중계 캡처)

정혜경 의원은 “지난 9월 9일 추락사고 당일 원하청간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보면, 야간인데 안전이 담보되냐는 얘기를 했음에도, 그대로 일을 하라는 얘기가 나와 있다”면서 “16년 차 용접공의 임금명세서를 보면 수당까지 279만원의 실수령액을 받고 있듯 이런 노동 환경에서의 대우가 이렇기 때문에 하청업체에 상용직 노동자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16년차 용접공 임금명세서(국회 생중계 캡처)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16년차 용접공 임금명세서(국회 생중계 캡처)

또, 정혜경 의원은 “죽음에 대해서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죽는 사람은 하청 노동자들인데, 사고 조사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회의나 작업 중지 해지 때 참여 의견을 개진하는 데서는 원청과 원청 노조 사이에서만 하고 있고, 하청 노동자들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정혜경 의원은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그런 회의 구조가 있어야 한다”면서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그 노조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인섭 사장이 재차 “우리(원청)가 하청 회사의 직원들에게 지휘하기 어려운 것은 의원님이 더 잘 아실 것”이라고 답하자, 정혜경 의원은 “작업 지시도 원청이 하는데 구조 개선도 원청이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 작업중지 해지도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국회 생중계 캡처)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국회 생중계 캡처)

정혜경 의원은 “하청 노동자들도 노조가 있으니 노조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이거는 원하청의 관계나 사용자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에 있어서 하청 노동자의 의견을 주요하게 들어서 개선 대책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섭 사장은 정혜경 의원의 촉구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사고를 더 많이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지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검토를 해봐야 할 것. 형식이나 절차 등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 환노위 위원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국감 증인 출석” 목소리 커져

한편, 이날 환노위 국감에서는 오는 10월 25일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의 태도나 답변이 불성실하다고 판단해서다.

김태선 국회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인섭 사장이 뉴진스 하니와 웃으며 셀카를 찍는 등 태도를 꼬집었다.

김태선 의원은 “저는 정인섭 증인 태도나 답변이 너무 불성실하다고 보고 (오는 25일) 종합감사 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제안드린다”고 요청했다.

김태선 의원은 “(한화오션은) 중대재해, 임금 체불, 노동 탄압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며 “지금 정인섭 대표에게서는 저희가 당부하고 싶은 대답을 전혀 얻지 못했고, 그렇다면 책임 있는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 채택하는 게 어떨까 제안드리고, 간사님들께서 협의해서 꼭 증인 채택하기를 요청드린다”고 거듭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국회의원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학영 의원은 “오늘 한화오션 정인섭 증인에게 노조 탄압과 안전 불감증 등 여러 문제점을 질의했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의원은 “특히 (한화오션의)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470억 손배소 취하는 고용 CEO 정인섭 증인이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따라서 그룹 경영에 있어 전반적인 결정권을 가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오는 25일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의원은 “그래야 여야 환노위 위원님들께서 해주신 한화오션 노사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위원장님과 양당 간사님께서 김동관 부회장의 추가 증인 채택을 의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은 “지금 마지막 종합감사 때 추가로 증인을 신청하려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며 “그래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까지 포함해서 증인 채택 여부를 양당 간사님들께서 협의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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