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로리더]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는 해고를 자유롭고 일상적으로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끔찍하다”며 “문제는 그 실체는 이번에야 밝혀졌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 30여개 노동ㆍ인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주최 측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 6450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쿠팡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얘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해고를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집단적인 정리해고도 그 요건에 해당해야 하고, 개인적인 해고도 당연히 다양한 징계 절차를 거쳐서 합리적 사유가 확인돼야 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이유는, 해고가 자유로우면 개인의 생존을 쉽게 파괴할 수 있고, 기업이 임의로 노동자를 해고해서 노동 조건 개선의 여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블랙리스트는 노동자들이 일용직이나 계약직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매일 해고할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쿠팡에서 하루 일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일할 것을 대부분 작정한다”며 “그래서 쿠팡에서 일하는 사람 중, 6년간 일용직으로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한 사람도 매우 많다”고 전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때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특정한 노동자들을 별다른 절차도 없이, 명확한 징계 요건이나 통보 과정도 없이 일방적이고 일상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이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그 해고를 쿠팡이 블랙리스트라는 형태로 아주 자유롭고 일상적으로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끔찍한 일일 수밖에 없다”고 맹폭했다.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문제는,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이번에야 밝혀졌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것들을 보면, ‘나 블랙인가?’라는 얘기를 너무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보통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감추고, 절대 드러나지 않게 하는데 쿠팡의 현장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계속 흘렸기 때문에 잘 알았다”며 “관리자들이 ‘너네는 말 잘 안 들으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함부로 저항ㆍ반항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고, 통제에 순응하지 않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통제 기구로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현장에 있는 관리자들이 아주 자유롭게 블랙리스트에 (노동자를) 등재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쿠팡은 왜 이런 식으로 현장을 통제하려고 했을까?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쿠팡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매우 많다”며 “쿠팡은 물량이 매일매일 달라지므로 사람을 고정적으로 채용할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쿠팡은 처음 주문 단계부터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류 업체가 물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기 직전의 배송 마지막 구간) 배송까지를 굉장히 세밀한 전산망으로 운영한다”며 “그래서 사람도 딱 그것에 맞게 채용해, 오늘 물량이 많을 것 같으면 많은 인원을, 적을 것 같으면 적은 인원을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인력을 최소한으로 채용하고, 최대한의 생산성을 뽑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유 인력이 전혀 없다”며 “따라서 현장 노동자들을 매우 강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그 물량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현장 관리자들에게 대단히 과도한 권한을 주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며 “이것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노동자들에게 흘리면서 현장 관리자들이 과도한 통제(일터 괴롭힘, 욕설, 폭언, 폭행)를 용인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 통제를 거부하면 언제라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게 하는 방식으로 현장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것이 많은 사람이 증언한, 쿠팡의 무권리 현장을 만드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소개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에 쿠팡대책위는 이 블랙리스트 사안을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다”며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첫째, 쿠팡대책위는 73개의 단체 목소리를 모아서 쿠팡을 집단 고발했다”면서도 “그러나 쿠팡을 고발한 게 여러차례로, 대표적으로는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지금이 2024년인데, 쿠팡이 처벌받았다는 얘기를 못 들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3년 가까이 쥐고 있었고, 검찰이 1년 가까이 사건을 쥐고 있으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왼쪽부터 쿠팡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 강민정 씨, 조영신 변호사
왼쪽부터 쿠팡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 강민정 씨, 조영신 변호사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쿠팡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해고무효소송’은 3년 5개월째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며 “쟁점이 많아서도 아니고 쿠팡의 ‘법꾸라지’들이 끊임없이 재판에 개입하면서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둘째,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들과 상의해서 집단 소송인단을 모을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서 법률 대응팀을 광범위하게 꾸릴 것이고, 조만간 본격적인 입장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셋째, 쿠팡에는 산업재해가 너무 많고, 일터 괴롭힘이 심각하다”며 “그런데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종용하는 흐름도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물류센터지회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일터 괴롭힘, 산업재해도 별도 제보를 받아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하고 있다”며 “이것도 조만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넷째, 쿠팡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쿠팡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도 함께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앞서 쿠팡 블랙리스트는 해고라고 말했는데, 쿠팡CLS의 경우 해고라는 이름이 아닌 ‘클렌징’이라고 부른다”며 “쿠팡CLS는 클렌징이라는 이름으로 배달기사들의 업무 구역을 회수하는 식으로 해고하거나, 출입 제한이라는 이름으로 일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영업점과의 계약 해지를 통한 집단 해고도 한다”고 알렸다.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해고의 양상이 정말 다양한데, 모두 해고라는 이름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대응하면서 이렇게 쉬운 해고가 어떻게 노동자들의 현실을 괴롭히는지 드러내고 함께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블랙리스트와 같은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며 “지금도 상시 업무가 많은데도 상시 업무를 정규직화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상시 업무의 정규직화와 플랫폼 기업에서의 불안정 노동과 블랙리스트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활동도 할 것”이라며 “계약직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하는 문제에 대응하면서 갱신기대권 법리도 제대로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쿠팡대책위 김헤진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서 블랙리스트와 같은 해고가 플랫폼 기업에서 함부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쿠팡과 같은 거대 기업이 정신을 차리려면 시민들의 힘,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쿠팡대책위 조혜연 활동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안준호 노동안전부장,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등이 참석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이들은 사회를 맡은 조혜연 활동가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언론자유 침해하는 쿠팡은 사죄하라!”
“알 권리 봉쇄하는 쿠팡을 규탄한다!”
“1만 6000여명 대규모 사찰 쿠팡은 사죄하라!”
“쿠팡이야말로 블랙리스트다. 쿠팡은 각성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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