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홍주환 기자가 MBC의 쿠팡 블랙리스트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가 MBC의 쿠팡 블랙리스트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로리더] 쿠팡 물류센터에 잠입 취재해 보도한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는 20일 “기자로서 쿠팡에 같이 잠입 취재를 했던 홍여진 기자와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며 “MBC가 공개한 블랙리스트 확인 사이트에 나온 무기한 채용 불가 사유로는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나와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가 MBC의 쿠팡 블랙리스트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가 MBC의 쿠팡 블랙리스트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언론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 30여개 노동ㆍ인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 6450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쿠팡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얘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홍주환 기자는 “쿠팡은 법꾸라지다. 쿠팡의 왼손에는 강력한 법무팀과 김앤장을 위시한 각종 로펌이 있다”며 “쿠팡 강한승 대표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정종철 대표이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홍용준 대표이사, 모두 김앤장 출신”이라고 밝혔다.

홍주환 기자는 “쿠팡의 오른손에는 주요 언론사, 국회 출신의 강력한 홍보대관팀이 있다”며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해도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들, 금융감독원ㆍ공정거래위원회 출신들이 쿠팡의 사외이사 주요 임원진으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홍주환 기자는 “이런 왼손과 오른손을 이용해서 쿠팡은 늘 ‘이게 불법은 아니잖아’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홍주환 기자는 “그동안 쿠팡 물류센터에 다섯 번의 잠입 취재를 하며 본 것은 쉬는 시간도, 쉴 곳도 없는 작업장과 먼지가 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선풍기와 환풍기였다”며 “가득한 먼지로 인해서 코로나가 다 끝났는데도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일하며, 체감온도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복층 구조도 있었다”고 전했다.

홍주환 기자는 “일주일에 주5일 야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도 있었고, 그런 야간 노동자들에게 1.5배로 야간 시급을 받지 않느냐며 주간 노동자보다 기본 시급을 깎는 임금 정책이 있었다”며 “모두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갉아먹는 근무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홍주환 기자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쿠팡의 왼손과 오른손 앞에서 합법”이라며 “현재까지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주환 기자는 “그러나 국내 고용 규모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은 3위, 유통기업 1위에 우리가 바라는 것이 과연 합법의 최저선은 아니라고 본다”며 “쿠팡은 이 합법의 최저선을 유지하고 싶어 언론과 공익제보자에 봉쇄소송을 걸고 국회와 정부를 구워삶는다”고 꼬집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홍주환 기자는 “그렇게 언론의 감시를 차단하고, 자신들을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탄생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이번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도 쿠팡은 ‘이게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주환 기자는 “그럼 왜 쿠팡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 사회부 기자들의 이름은 왜 있느냐”고 따졌다.

자료=쿠팡 뉴스룸
자료=쿠팡 뉴스룸

홍주환 기자는 “쿠팡은 ‘선량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한다”며 “어제 쿠팡은 한 일용직 직원이 관리자의 머리를 막대리고 가격하는 자극적인 영상을 공개했는데, 소수의 극단적인 사례로 전체를 호도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홍주환 기자는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뉴스타파 기자들은 왜 들어가 있느냐”며 “내가 거기서 사람을 때렸나, 직장 내 성희롱, 욕설을 했나? 가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주환 기자는 “유튜버들은 왜 있고, 쿠팡에서 일해본 적 없는 사회부 기자들의 이름은 왜 있느냐”며 “그것도 선량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냐”고 쿠팡측 반론의 허점을 찔렀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는 “내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유를 보니 회사 명예훼손인데, 그럼 나에게 소송을 걸라”고 말했다.

쿠팡
쿠팡

홍주환 기자는 “지난해 8월, 쿠팡에 대해서 보도했지만 소송은 없었고, 쿠팡은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내놓지 못했다”며 “그래놓고는 트집 하나 잡아서 엄중히 반론 보도를 얻어낸 것이 전부였다”고 꼬집었다.

홍주환 기자는 “지금이라도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와 뉴스타파에 소송을 걸라”고 직격했다.

홍주환 기자는 “쿠팡에서는 현재까지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이것도 언론 기사로만 추린 것이어서 정확한 수치는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쿠팡은 노동자가 사망해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더운데, 쿠팡 김범석 니가 일해라”라고 적힌 판넬이 쿠팡 본사 앞에 있다.
“이렇게 더운데, 쿠팡 김범석 니가 일해라”라고 적힌 판넬이 쿠팡 본사 앞에 있다.

홍주환 기자는 “2020년 27살 장덕준 씨가 과로사했지만, 쿠팡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매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에 노동하다 살이 20kg 가까이 빠져서 죽었는데도 쿠팡은 소송에서 ‘개인의 과도한 다이어트였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홍주환 기자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때,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걸린 직원의 배우자는 현재까지 혼수상태에 빠져 있지만, 쿠팡은 사과하지 않는다”며 “쿠팡 물류센터에서 걸렸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거냐며 오히려 유가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쿠팡을 계속 취재해 달라”며 “나는 아마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앞으로 쿠팡에 잠입 취재를 못 할 것 같다”고 요청했다.

왼쪽부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왼쪽부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홍주환 기자는 “쿠팡이 블랙리스트에 다른 기자들의 이름을 올린 것도 더 이상 잠입 취재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겠지만, 쿠팡의 바람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며 “새로운 기자들이 계속 쿠팡을 감시할 것이고, 잠입 취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주환 기자는 “쿠팡은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미 인권 침해라고 한 휴대폰 반입 금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제로 확인해보니 반입이 안 되는 물품이 더 많아, 만보기ㆍ온도계ㆍ녹음기ㆍ카메라도 안 되고, 시계도 녹음 기능이 없는 것만 된다”고 밝혔다.

홍주환 기자는 “스마트워치는 못 갖고 들어가고, 심지어 아날로그 시계만 되는 곳도 있다”며 “그렇게 한 이유는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와 갑질, 열악한 노동환경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지=뉴스타파 유튜브 채널
이미지=뉴스타파 유튜브 채널

홍주환 기자는 “하지만 나는 이미 그 통제망을 뚫고 5번의 잠입 취재를 했다”며 “모든 것을 기록했고, 보도했다. 당연히 다른 기자들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주환 기자는 “쿠팡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들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는 이상, 취재를 막을 수 없다”며 “아니면 이제 금속탐지기가 아니라 신체 수색이라도 해보시던가”라고 꼬집었다.

홍주환 기자는 “그래서 쿠팡을 계속 취재해 주기를 호소한다”며 “한 해 5만 명이 넘게 일하는 국내 1위 유통공룡, 합법의 최저선을 달리는 쿠팡을 끝내 법꾸라지로 남길 수 없다”고 촉구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홍주환 기자는 “뉴스타파도 취재를 멈추지 않겠다”며 “다른 동료 기자들도 쿠팡을 취재하고, 만약 그동안 뉴스타파가 취재해왔던 자료와 정보, 경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면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자리에는 쿠팡대책위 조혜연 활동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안준호 노동안전부장,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등이 참석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이들은 사회를 맡은 조혜연 활동가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언론자유 침해하는 쿠팡은 사죄하라!”
“알 권리 봉쇄하는 쿠팡을 규탄한다!”
“1만 6000여명 대규모 사찰 쿠팡은 사죄하라!”
“쿠팡이야말로 블랙리스트다. 쿠팡은 각성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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