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난 2월 13일 MBC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최초 제보자 중 한 명인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과 함께 집단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쿠팡대책위원회(대표 권영국 변호사), 민변, 참여연대,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민변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가 직접 밝히는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이천호법센터 HR 채용팀에서 근무하며, 단기직 채용과 업무가이드 제작과 관련한 업무를 하던 김준호 정책국장은 “2023년 3월 부당휴직 관련으로 4월에 노동조합을 처음 찾게 됐고, 가입하게 됐다”며 “2023년 8월에 있던 ‘하루 파업 폭염투쟁’을 계기로 지회장(쿠팡물류센터지회장 정성용)의 권유로 정책국장 역할을 맡아 8월부터 활동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근무 당시 단기직 업무 교육을 받던 중 처음 블랙리스트를 접하게 됐다”며 “그 당시 쿠팡CFS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사평 즉 사원평정이라고 호칭하고 있었다”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근무 당시 사원평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채용에서 제외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고, 사원평정 대상자들을 제외하고 채용을 진행했다”며 “이 사원평정이 블랙리스트라는 걸 알게 된 시점은 사원평정 대상자 이름 중 ‘JTBC 작가’라고 이름이 입력돼 있는 걸 보았을 때”라고 밝혔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김준호 정책국장은 “그때서야 대상자들을 자세히 보고 이게 블랙리스트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이 사실을 알고 얼마 안 지나 퇴사하게 됐고, 같은 부서였지만 다른 타임에 근무하던 또다른 제보자와 당시 업무 관련 얘기를 하게 됐고, 그 제보자 역시 블랙리스트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도) 근무할 당시 업무를 잘 못한다고 사원평정에 오르거나 관리자랑 다툼이 있었다는 이유로 오르거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혹은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고, 이러한 사유로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 채용에서 제외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본인들 말 잘 듣고 아무 말 안 하는 사람만 채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

김준호 정책국장은 “그러나 이미 퇴사한 이후라서 증거도 없고, 기억만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제보자가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를 폭로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그 제보자는 아는 기자도 없고, 노조도 알지 못해 같이 근무하던 저에게 제보를 전달하면서 꼭 폭로를 부탁한다고 얘기해 공익제보를 하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2024년 2월 15일 쿠팡이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2024년 2월 15일 쿠팡이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그러면서 김준호 정책국장은 “먼저 쿠팡 입장문에 대해 반박할 내용이 있다”며 “쿠팡은 ‘민주노총 간부, 직원과 공모해’라는 제목으로 쿠팡이 고소했다는 입장문을 올렸는데, 여기서 ‘민주노총 간부’는 나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팡 HR에서 일하면서 블랙리스트의 문제를 인식했고, 또 다른 제보자의 요청으로 이 사실을 제보하게 된 것”이라며 “내용 중 ‘민주노총 간부 B씨는 과거에도 회사 기밀을 탈취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으며’라는 부분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근무하던 당시 인센티브 대상자 문자발송 현황을 정리해 잠실 본사와 공유하는 파일이 있었고, 본사에서 파일을 새로 제작해 새롭게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주간조로 근무했던 저는 해당 업무를 진행해 야간조에 근무하던 다른 직원과 통화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다가 진행이 안 되자 파일을 개인 메일로 보내려고 부탁했지만, 보안 문제로 발송이 안 돼 해당 직원과 영상통화로 업무를 처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개인 메일로 회사 자료를 보내려고 했던 사유로 ‘업무미숙’으로 경고장을 받았다”며 “이 내용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이 직접 얘기한 것으로, 쿠팡은 본인들이 불리하면 거짓말까지 하면서 허위사실로 개인과 민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024년 2월 14일 쿠팡이 발표한 입장문 일부
2024년 2월 14일 쿠팡이 발표한 입장문 일부

또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팡은 PNG리스트가 출처 불명의 문서라고 얘기했지만, 해당문서는 인사팀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확인이 가능한 자료”라며 “PNG리스트가 등록된 사이트인 lms.coupang.net 사이트는 쿠팡주식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근무할 당시 lms사이트에 대한 권한 문제나 쿠펀치 어플, 계정문제시 쿠팡CFS에서 사용하는 사내메신저 팀즈가 아닌 쿠팡주식회사에서 사내메신저로 사용하고 있는 ‘슬랙’이라는 메신저 계정 권한을 받아 사용했으며 모든 답변을 하고 수정을 하는 담당자는 CFS 소속이 아닌 쿠팡주식회사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팡 소속인지 쿠팡CFS 소속인지는 메일 도메인 주소를 보면 알 수 있는데, (PNG리스트 관리) 담당자는 메일 도메인 주소가 coupang.com이었고, (쿠팡CFS 소속인) 저는 coupangls.com이었다”며 “이는 담당자들이 쿠팡주식회사 소속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관해 김준호 정책국장은 “사이트 도메인에서도 (PNG리스트가)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쿠팡은 ‘대구1센터’와 ‘대구2센터’가 ‘비밀번호가 아니라 오류다’라거나 ‘출처 불명의 문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왜 하필 고(故) 장덕준 씨가 근무하던 센터인지, 왜 사이트 주소가 블랙리스트인지 설명하고 반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블랙리스트는 정말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내부자료로 직접 이 자리에서 설명하겠다”며 “해당 자료는 내부자료를 캡처해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알렸다.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펀치(쿠팡 FC 작업자를 위해 제공되는 앱)에서 단기직 근무를 신청할 경우 LMS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여기서 엑셀 파일을 받아 ‘식별번호’부터 ‘상태’까지 복사해 심플 스케줄링 양식 시트 왼쪽에 붙여넣으면 오른쪽에 수식이 걸려있는 칸에 자동으로 양식에 맞게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은 “사평&직원 리스트에서 이름부터 근무조까지 복사해 붙여넣고 검토 실행을 누르면 검토와 재검토 칸에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사람이라면 이름이 나오게 된다”며 “여기서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식별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은 “앞선 내용을 다시 복사해 사평&직원 리스트 시트에 사원평정 검토에 붙여넣기를 하고, 다시 출근명단으로 돌아오면 사원평정 칸에 ‘사평’이라고 빨간 글씨로 뜬다”며 “이 사람들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로, 채용에서 ‘마감’ 안내를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은 “실제로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에게 허락을 받아 ‘다운로드 필수 실무자용 점검 시트’에 적용해서 검토 실행을 누른 결과 ‘검토’, ‘재검토’에 뜨게 되고, PNG 리스트에서도 홍여진 기자의 이름이 확인 가능하다”며 “대구1센터, 회사 명예훼손, Matt님 요청이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이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자료 제공=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대책위)

김준호 정책국장은 “이 명단은 여러 사유로 블랙리스트 PNG 리스트에 등록된 인원”이라며 “맨 끝에 빨간색으로 ‘사평’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이는 채용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으로, LMS 사이트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팡은 이를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하며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언론인들, 공익제보자들을 고소하며 협박하고 있다”며 “쿠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며, 거짓으로 반론한 내용들에 대해 설명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쿠팡은) 현재 내부 보안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제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과와 법적인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며 “블랙리스트를 만들 시간에 안전과 근무 환경을 위해 그 시간을 투자했다면 현재까지 발생했던 산재 사고와 안전 사고는 현저히 감소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준호 정책국장은 “고용노동부 역시 아직까지도 진행을 안 하고 있는 특별근로감독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쿠팡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

한편 쿠팡대책위원는 “현재까지 약 80여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3월 중으로 법적 대응 의사가 분명한 피해자들부터 집단 고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대책위는 “법적 대응에 필요한 준비물로는 본인 인적사항과 법적 대응 동의서가 필요하다”며 “공익소송으로 진행할 예정임으로 모든 비용은 무료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쿠팡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
쿠팡 블랙리스트를 제보한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 쿠팡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

쿠팡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법적 대응 연락은 방송사나 언론사를 통해도 연결이 될 것”이라면서도 “070-5176-8162(민변 최석군 변호사)가 지금 제보를 받는 민변의 창구 번호인데, 이 번호로 연락을 달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인 김준호 정책국장 외에도 쿠팡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참여연대 장동엽 공익제보자지원센터 간사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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