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로리더]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위원장은 5일 “쿠팡이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겠다고 공언하고, 입차 제한, 클렌징, 대리점 계약 해지 및 소속 기사 고용 승계 파기 등을 보면서, 쿠팡 노동자들의 결심을 옹호하지 못한다면 쿠팡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택배사에게 그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택배노조와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집단해고, 생존권 위협 쿠팡CLS 규탄! 택배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쿠팡CLS는 노조가 있는 대리점 재계약을 거부해 25명이 집단해고될 위기에 처했다”며 “2년 연속 흑자임에도 2년 연속 수수료를 삭감해 올해 삭감액은 월 1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결의대회를 쿠팡 본사가 아닌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한 이유에 대해 주최 측은 “쿠팡이 생활물류법, 표준계약서, 사회적 합의를 뒤흔들고 상시 해고제도를 운영해 택배 노동자의 노동삼권을 박탈했음에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전혀 감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최 측은 “쿠팡 택배 노동자들 상당수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다”며 “쿠팡의 노조 탄압과 클렌징을 방치하면 제2의 과로사 사태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이날 대회사에 나선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설날 특수 한복판을 지나면서 내일 물량 생각하면 끔찍할 텐데 오늘 물량 포기하고 달려와 준 택배노조 조합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해고가 예정돼 있음에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무릎 꿇고 연명하느니 해고당해 생존권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하고 있다”고 반겼다.

진경호 위원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동조합은 인정할 수 없다’고 얘기했던 이병철(삼성 설립자)이 여기 오면 울고 갈 정도로 막장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쿠팡”이라면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해고의 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경호 위원장은 “노동조합 소식지를 돌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일산 동지들에겐 입차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고하면서도 (쿠팡은)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런데 택배 노동자가 자신의 차량이 터미널에 못 들어가는데 뭘 갖고 배송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2023년 판교 동지들은 생활물류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상 계약 기간 중에는 불이익한 수수료나 구역 변경 등 처분을 못 하게 돼 있음에도 수수료를 50원 깎였고, 올해는 120원이 삭감됐다”며 “택배 노동자들에게 건당 170원의 수수료가 삭감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진경호 위원장은 “그래서 대리점에게 교섭을 요청하고, 원청에 너무 불합리한 처사에 대한 시정을 촉구했지만, 콧방귀도 안 뀌어 노동조합이 헌법에 보장된 쟁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랬더니 수익률 미달이라는 자체 규정을 들이밀며 클렌징(구역 내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진경호 위원장은 “CJ대한통운만 해도 2000여 개가 넘는 대리점이 있고, 롯데, 한진, 로젠까지 포함하면 민간 택배회사에 약 4000개의 대리점이 있다”며 “이 대리점이 갑질을 하거나 비리에 연루돼 처벌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택배 현장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이들은 법이나 윤리경영 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지당한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불법과 갑질을 저지른 대리점장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해서 거기에 소속된 기사들의 계약을 통으로 해지하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그런데 그런 만행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리점장이 노동조합에 우호적이었다는 이유, 노동조합의 투쟁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날짜에 분당 대리점의 계약해지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문제는 거기에 소속된 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관계이므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기사들도 3월 7일 자로 계약을 해지하는 예고를 한 상태”라며 “쿠팡이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겠다고 공언하고, 입차 제한, 클렌징, 대리점 계약 해지 및 소속 기사 고용 승계 파기 등을 보면서 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결심을 엄호해내지 못한다면 쿠팡에서 도입된 문제들이 다른 택배사에게 그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현장에 CJ대한통운본부 동지들이 일하다가 ‘오네(ONE)’가 쓰인 조끼를 입고 잠깐 들렀는데, CJ대한통운의 새로운 브랜드이자 쿠팡과 경쟁하겠다고 내놓은 배송 시스템”이라며 “익일 배송률을 25% 이상 높여서는 쿠팡의 당일ㆍ심야ㆍ새벽 배송 등 노동자들의 뼈와 살을 깎는 방식을 못 따라가니, 익일 배송률을 급격히 높여서 쿠팡과 경쟁하겠다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그런데 CJ대한통운은 익일 배송률만으로는 쿠팡과 경쟁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경영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쿠팡처럼 365일 하루 2회전 배송, 새벽 배송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밝혔다.

진경호 위원장은 “쿠팡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과로로 숨져간 노동자들의 피로 따냈던 표준계약서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후퇴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쿠팡대책위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와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현수막에 결의문구를 작성하고 있다.
쿠팡대책위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와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현수막에 결의문구를 작성하고 있다.

진경호 위원장은 “입차 제한, 클렌징, 고용 승계 거부, 대리점 계약 해지 등 일련의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노동조합이 수차례 진정과 고발장을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쿠팡을 비호하고, 묵인과 방조를 넘어 쿠팡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자태는 쿠팡이 거침없이 노동자를 해고로 내몰고 죽음의 노동 시스템을 더욱 확대ㆍ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진경호 위원장은 “다들 사회적 합의가 안 될 거라면서, 생활물류법 개정이 안 될 것이라고 했을 때 택배 노동자들의 결심으로 여의도 광장을 열었듯이, 쿠팡본부 동지들의 투쟁이 우리 노동자들의 택배 산업 현장을 지켜내는 투쟁으로 더욱 확대ㆍ강화ㆍ발전시키자”고 결의했다.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택배노조, 택배노조 쿠팡본부 결의대회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가수 박준,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권영국 변호사(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송정현 쿠팡택배일산지회장, 홍성범 쿠팡택배판교지회장,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뭉치면 주인되고, 흩어지면 노예된다!”
“택배 노동자 노동삼권 파괴, 반노동 쿠팡을 규탄한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을 즉각 처벌하라!”
“택배 노동자 노조할 권리 우리가 지켜내자!”

한편, 이날 결의대회와 관련해 쿠팡에서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 왔다.

“CLS는 A영업점 관계자의 당사 임직원 폭행 및 허위사실 유포 등 각종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상호 합의한 계약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해 왔으며, 계약종료 안내는 2024년 3월 계약 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로, 지난 12월 사전 안내했다.”

“CLS는 영업점과의 협의를 거쳐 영업점에 지급하는 노선별 수수료를 배송난이도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하였으며,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거나 난이도가 높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됐다. 이와 별개로 각 영업점이 퀵플렉서에게 지급하는 배송수수료는 영업점과 퀵플렉서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CLS는 영업점의 배송수수료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

“CLS는 캠프 무단 침입이나 임직원 폭행 등 불법행위자에 대해 캠프 출입을 제한 바 있으며, 다른 택배기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을 유발하는 등의 경우에도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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