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로리더]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는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더 많은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제40조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 30여개 노동ㆍ인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주최 측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 6450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쿠팡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얘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노동과 블랙리스트를 인권적 의미와 과제라는 시각으로 발언한 장여경 활동가는 “블랙리스트는 쿠팡만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좀 특이한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장여경 활동가는 “일단 (쿠팡 블랙리스트 명단) 수가 1만 6000명 이상으로 굉장히 많다”며 “이렇게 많은 이유는 쿠팡의 통제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플랫폼 노동은 근로계약이 굉장히 불안정하고, 쉽게 채용됐다가 쉽게 퇴출된다”며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노동의 종류와 양도 늘어나,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0만명 이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어떤 평범한 청년이 취업하지 못해서 쿠팡에서 일을 해보겠다고 진입했는데, 거기서 부당한 일을 겪고 작은 항의라도 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고 생각해보자”며 “그 수가 1만 6000명에 달한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장여경 활동가는 “이 문제가 (MBC에서) 보도되고 나서, 쿠팡은 처음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있다고 하면서 보도한 언론인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안전을 위한 선의의 인사평가였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그 명단에는 언론인과 유튜버들도 있어 인사평가였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사실은 회사에 적대적이라고 생각되는 노동자를 포함해 시민사회와 언론인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인사평가는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블랙리스트를 사용하는 목적은, 쿠팡도 안전한 작업장을 위해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목적이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이걸 인사평가라고 부르는 것은 이 사람을 채용하기 전 단계에서 블랙리스트가 사용됐다는 것”이라며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어떻게 인사평가냐”고 반박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장여경 활동가는 “인권적으로 보면, (블랙리스트는) 부당한 차별”이라며 “예비 노동자를 포함해서, 차별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을 뜻한다”고 짚었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는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쿠팡은 당사자들에게 (사유를)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정당한 인사평가라면 이유를 알려줬어야 했는데,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도 그 이유도 육아휴직을 냈다든지, 회사에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는 등의 내용이 쓰여 있는데, 이런 것들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여경 활동가는 “쿠팡이 이 부분의 위법성에 대해서 굉장히 자신이 있는 이유는 몇 년 전 마켓컬리에서 비슷하게 블랙리스트 500명 사건이 있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기 때문”이라며 “근로기준법 제40조는 취업 방해를 하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통신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인데, 근로기준법이 오래되다 보니 이 취업 방해가 보통 타사 취업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판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장여경 활동가는 “마켓컬리가 제3자 기업이 아니니까 무혐의가 났던 것 같은데, 다퉈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몇 년 전 다른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0조를 해석하며 취업을 방해하는 문서 작성과 이것을 제3자에게 통신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결했듯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근로기준법 제40조가 플랫폼 노동자들도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명목상 자사 취업이니 인사평가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40조가 적용받지 못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1만 6000명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5만명, 10만명을 넘는 블랙리스트를 공유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기존 근로기준법이 낡아서 적용하지 못한다면 새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팡 블랙리스트 인권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한편 이 자리에는 쿠팡대책위 조혜연 활동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안준호 노동안전부장,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활동가, 쿠팡대책위 김혜진 집행위원장,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회를 맡은 조혜연 활동가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언론자유 침해하는 쿠팡은 사죄하라!”
“알 권리 봉쇄하는 쿠팡을 규탄한다!”
“1만 6000여명 대규모 사찰 쿠팡은 사죄하라!”
“쿠팡이야말로 블랙리스트다. 쿠팡은 각성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