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오리온제과 대리점주 B씨는 국회에서 “오리온제과 직속 관리자였던 전 영업소장의 직위 이용 갑질과 강제추행을 참고 견디면서까지 생계를 위해 살아가야 했다”면서 “본사의 강제 구역조정 통보와 부실 거래처로 인한 부당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해지 통지서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1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대리점법 개정촉구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민병덕ㆍ이강일ㆍ김남근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유명한 제과업체.
간담회에 피해 사례 발표자로 나온 오리온제과 대리점주 B씨는 “강제로 구역조정 통보와 부실 거래처들을 받고 6개월 만에 문제가 생기면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면서 “이런 부당함이 있음에도, 오리온제과 본사는 저에겐 어떠한 위로의 말이나 피해보상도 없었다. 저에게 온 것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해지 통지서뿐이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오리온제과 본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거래조건 변경, 구역조정 통보대로 적힌 전속대리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오리온제과 본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직속대리점 관리자들이 오리온제과 본사에 아무런 보고 없이 단독으로 구역조정을 계획하고 실행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오리온제과 본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오리온제과의 이익만을 위해서, 십여 년간 함께 일해온 대리점주를 내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수치스러웠다. 영업소장한테도 유린당하고, 오리온제과에 모욕을 당했다”면서도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죽으면 끝날 것 같았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B씨는 “병든 노모와 아들 등 가족들이 마음 아파하며, 저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죽을 수 없었다”면서 “공황장애약을 먹어가면서 견디고 견뎌왔지만,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대리점주들을 보호하고, 본사의 갑질과 횡포를 근절시키고, 현재 불합리한 제도와 법을 개선해서 상호 충분한 소통과 협상하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에 계신 국회의원님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분들에게 읍소한다”고 호소했다.
B씨는 2021년 2월경부터 해당 지역의 전 영업소장을 2023년 10월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울산지방검찰청은 피고소인을 강제추행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
B씨는 2023년 12월, 오리온제과 본사가 거래처의 등급을 나눠 프로모션을 적용해 마진율을 조정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오리온대리점 연합회 조직을 만들어 대표자로 추대된 상태였다.
간담회 주최 측은 “전 영업소장의 강제추행 혐의 고소 및 공소제기, 대리점단체 대표로의 추대가 이러한 불이익의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 사건을 대리하는 박현용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대리점 사건은 변호사로서 가장 무력함을 느끼는 유형”이라며 “대리점법은 같은 유형인 가맹사업법이나 공정거래법에 비해 보호 범위가 굉장히 좁다 보니, 보호할 수 있는 규정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용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법적으로 검증을 한번 해보자, 법원에서 다퉈보자고 말하는 순간 대리점주들은 계약이 종료된다”면서 “재판은 한두 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계약 기간은 대부분 완료되고, 법원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순간에 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하며 모든 소송을 기각한다”고 꼬집었다.
박현용 변호사는 “그렇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손해배상은 민사소송 법리상 가장 어려운 소송 중 하나인데, 그 손해가 발생했는지, 얼마나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손해가 공급업체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등 모든 것을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리점주들은 계약이 만료되는 순간 모든 전산 자료로부터 배제돼 증거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박현용 변호사는 “심지어 계약 기간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증거를 마련하기에는 쉽지 않은데, 일반인이 어떤 것을 증거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변호사로서도 이 자리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제과 대리점 사례에 대해 박현용 변호사는 “오리온제과는 계약 만료 4개월 전인 2022년 8월경 일방적으로 영업 변경을 통보했다”면서 “대리점 계약 규정상 2개월의 협의 기간이 있었지만, 피해 대리점주는 변경 사유가 무엇인지, 변경되는 거래처의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현용 변호사는 “형식적인 협의 기간 2개월이 지나 2022년 10월경 변경된 영업 지역이 적용됐는데, 변경된 거래처들은 오리온제과가 직거래하던 신용등급이 낮은 악성 거래처였고, 불과 한 달 만에 미수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면서 “2023년 1월 1일, 대리점 계약 갱신을 논의하는 시기가 와, 피해 대리점주는 거래처의 미수금 문제 해결과 영업 지역 원상회복을 요청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재계약 거부의 위기였다”고 전했다.
박현용 변호사는 “본사 측은 ‘왜 지금 와서 말하냐, 문제가 있었으면 왜 재계약했느냐, 그랬으면 재계약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피해 대리점주는 변경된 거래조건이나 영업 지역이 마음에 들어서 재계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은 대리점주들에게는 사치이고, 일방적인 대리점 계약 해지는 투자한 자금과 소중한 일자리, 한 가족의 생계를 날려버리는 공급업자의 공포스럽고 위험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현용 변호사는 “당장 내년 대리점 계약 갱신이 불확실한 대리점주로서는 공급업자의 불법 행위에 저항할 수 없다”면서 “결국, 악성 거래처의 미수금을 사채로 돌려막던 피해 대리점주는 쓰러지고 말았고, 오리온제과는 기다렸다는 듯이 상품 대금, 즉 외상 채무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박현용 변호사는 “이 사건 피해 대리점주는 성추행과 성희롱 등 여러 문제를 견디고도 대리점 솎아내기에 속절없이 당하다 결국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서 “그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그 모욕을 감내하면서 지켜온 생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용 변호사는 “피해 대리점주는 지난달, 영업소장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 출석해 증언했다”면서 “전 영업소장 측은 비위를 맞추고자 했던, 즉 대리점 계약 해지를 막아보려고 했던 피해 대리점주의 행동을 연인관계의 정황으로 주장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변호인으로서도 참 모욕적인 질문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현용 변호사는 “왜 그런 행동을 했냐는 재판부의 선의가 담긴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답변을 해야 하는 피해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피해자다움을 증명해야 했다”면서 “피해 대리점주는 증언석에서 ‘내가 마치 돈을 벌려고 몸을 파는 사람이 돼 버렸다’는 취지로 오열했다”고 전했다.
박현용 변호사는 “현행 대리점법은 대리점주를 눈에 띄지 말라, 숨을 죽이라고 만들고 있다. 이제 대리점법 문제는 존엄성의 문제”라며 “정말 요청하고 싶은 것은 계약 갱신 요구권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강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잘 들어 있는데, 그 개정안만 통과되더라도 웬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현용 변호사는 “현재 대리점 계약서에 영업지역 설정 등에 관한 사항은 의무 규정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대리점주 입장에서 영업지역 설정은 매우 중요하고, 이에 대한 불이익은 운영에 치명적이므로 계약서에 영업지역을 명시하고, 또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주 중 16.6%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단순히 불공정 행위는 일부 점주가 겪는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6명 중 1명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의 유형을 살펴보면, 판매 목표 강제가 6.5%, 불이익 제공이 3.9%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는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대리점을 영업 조직처럼 부리고 있는 전형적인 행위들”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오리온 대리점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불공정 거래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성추행과 같은 인권 침해까지 얽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또, 오늘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언제든지 대리점을 조종하고, 배제할 수 있다는 구조적 불평등”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대리점주는 권리금과 투자금도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데도 계약 안정성과 영업권을 보장받기는커녕 성추행이나 노조 탄압과 같은 인권 침해 상황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제정된 대리점법에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2018년 공정위의 ‘대리점거래 불공정관행 근절대책 발표’에서도 대리점단체 구성권과 명문화, 단체활동 불이익 금지가 입법 과제로 제시됐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대리점주들이 가격정책 문제를 논의하자 본사가 ‘계약 해지’를 암시하며 사실상 단체 활동을 위축시키는 문제도 발생하는 이유”라며 “대리점주는 단체 활동이 곧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개별 대리점은 본사와의 협상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있음에도, 본사가 단체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줘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보복이나 차별 행위를 막을 장치도 부족하다”면서 “본사가 온라인 상점과 직영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리점을 배제하거나, 차별적 가격ㆍ상품 공급으로 영업 기반을 무너뜨려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19일 오리온제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연락에서 “당사는 거래조건 변경, 계약해지 등 대리점 거래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공정위가 정한 식음료업종 표준대리점 거래계약서에 따른 규정과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대리점은 본사가 관리하는 판매 단위 중 가장 불이익이 심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법적 지위가 굉장히 불명확해 본사가 하기 힘든 일에 대해 ‘모르모트’ 형태로 시험해보고, 거기서 도출된 고급 정보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강일 국회의원은 “아예 대리점 제도를 없애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되도록 상생 협의체로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것을 국가가 하지 않는다면 뭐하러 국가가 존재하겠느냐”고 말했다.
이강일 국회의원은 “이번에 공정거래위원장부터 시작해서 많은 인사가 교체될 것이고,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면서 “새로운 인사권을 부여받은 사람들 밑에서 일한다면 문제 해결도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강일 국회의원은 2024년 7월 10일,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대리점의 영업지역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변경시 대리점과의 합의할 것을 명시한다. 또, 대리점이 계약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공급업자가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대리점단체의 구성을 허용하고, 대리점단체가 공급업자와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협의를 요청받은 공급업자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도록 한다. 이어 공급업자가 점포환경개선과 관련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것을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대리점에 광고ㆍ판촉 행사를 강요하거나 이와 관련해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를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이강일 국회의원이 발의한 대리점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당사자 단체들도 밖에서 열심히 싸우겠지만, 국회 안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