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로리더]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결정과 정정 과정에 대해 “새로운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로 간 돈이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소액주주에게 큰 이익이 되며 대주주가 희생했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정정에 대해 “4월에 한화에너지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완료하면 2조 3000억원 증자 관련 신주 427만 주 포함 총 595만 주의 신주가 발행되고, 이는 지난 3월 20일 3조 6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에 따른 신주 발행규모 595만주와 동일하다”면서 “기존주주들은 지분율이 13% 희석화되는데 어떻게 소액주주들이 이익이란 말이냐”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월 8일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27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월 2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사유로 제동을 걸었다.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김남근ㆍ김남희ㆍ김성환ㆍ김승원ㆍ김영환ㆍ김현정ㆍ민병덕ㆍ박균택ㆍ박상혁ㆍ박주민ㆍ박홍배ㆍ오기형ㆍ유동수ㆍ이강일ㆍ이성윤ㆍ이소영ㆍ이용우ㆍ이정문ㆍ정준호 국회의원, 신장식ㆍ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 분석을 통해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명과 함께, 재벌 개혁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이창민 한양대 경영댁학 교수는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은 결론적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면서 “먼저, 처음에 3조원이 넘는 유상증자가 신중히 결정된 것인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창민 교수는 “두 번째로 제기된 문제는, 그 돈을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화가 3조원을 유상증자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거버넌스 차원에서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자본 조달 방법에서 증자는 후순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화
한화

이창민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그렇게 나쁘지 않고, 성장성이 있는 회사로 보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기존 주주 입장에서 주식을 더 싸게 준다고 하면 좋아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시장에서 유상증자에 대한 반응이 안 좋았다는 것은 이 돈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한 의구심이 굉장히 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창민 교수는 “최초 유상증자 발표에 대한 비판에 유상증자 규모를 3조 6000억원에서 일반 유상증자를 줄이고, 나머지 1조 3000억원을 한화에너지가 출자하기로 했는데, 이건 새로운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로 간 돈이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소액주주에게 큰 이익이 되며 대주주가 희생했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한화그룹 내 지분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래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문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자체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교수는 “소액주주들이 화내는 지점은, 채권자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못 받아내더라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주주는 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것까지 감내하고 추가로 투자했는데도 경영이 제대로 안 되면 주주 입장에서 회사에 패널티를 물을 수 없다는 점”이라며 “주주 입장에서 회사에 줄 수 있는 패널티라고 하면,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잘 작동해 경영을 잘못한 사람이 내려와야 하는 건데,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교수는 “주주권 강화나 행동주의 펀드 차원에서 주주대표소송이 있었는데, 경제개혁연대가 한화의 소액 주주들과 함께 2010년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면서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한화가 한화S&C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포기했는지(회사기회유용) 였고, 회사기회유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봤다”고 분석했다.

이창민 교수는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이 한전(삼성동 한국전력) 땅을 산 것에 대해 굉장히 안 좋은 시그널을 주고, 주가가 한 3~4년간 침체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당시 현대차 시가총액이 30조원이었는데, 그중 14조라는 돈을 (한전 부지 매입) 부동산에 쓰는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들은 대기업 집단이나 재벌에 내재돼 있다”고 이와 같은 문제가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하게 주주의 권리 찾기도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저생산 국면에서는 캐피탈 얼로케이션(자본 배분 전략)을 이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두 번째로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권 승계 문제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비 유용 등 온갖 것들이 얽혀 있는데, 이를 다루는 법률도 흩어져 있고, 관계 기관도 다수 존재한다”면서 “그래서 이런 것을 다룰 종합적인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마지막으로 이창민 교수는 “상법 개정안에 문구 몇 개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예를 들어, 한화가 한화에너지와 합병하고,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법원에서 판사가 판단할 텐데, 이렇게 되면 사건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이창민 교수는 “기업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각각의 근거 자료를 가지고 싸울 텐데, 그러면 결국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문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주주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을 만드는데 부가적인 제도가 따라붙어야 결과적으로 이런 대기업 집단의 세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김남근 국회의원이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김남근 국회의원이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남근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망’을 주제로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은 한화의 경영권 승계를 통해 본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주제로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곽정수 한겨레 기자,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가 참여했고,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를 대표해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이 위치한 창원 성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국회의원도 직접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주최자는 아니지만, 안도걸ㆍ양문석ㆍ이광희ㆍ황명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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