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삼성 이재용 회장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에 대해 허상을 뜻하는 ‘유니콘 리더십’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최한수 교수는 특히 “한화그룹은 그냥 ‘C급 삼성’”이라며, 그 이유로 “총수 일가가 그룹의 지배권을 상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버린 기업이면서, (각 사업 분야의 1등을 만들어본 삼성과 달리) 한화는 1등 하는 것도 없어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한수 교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리더십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마찬가지로 ‘유니콘 리더십’”이라며 “유니콘은 모두가 존재한다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본 것이 없는 것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ㆍ김남희ㆍ김성환ㆍ김승원ㆍ김영환ㆍ김현정ㆍ민병덕ㆍ박균택ㆍ박상혁ㆍ박주민ㆍ박홍배ㆍ오기형ㆍ유동수ㆍ이강일ㆍ이성윤ㆍ이소영ㆍ이용우ㆍ이정문ㆍ정준호 국회의원, 신장식ㆍ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 분석을 통해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명과 함께, 재벌 개혁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근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의 재의결과 재발의도 함께 강조됐다.
이날 토론자로 국회를 찾은 최한수 경북대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먼저, 한화그룹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을 대변하듯 자리를 가득 채운 국회의원들을 향해 “기업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시장논리라고 공부했지만, 결국 권력인 것 같다. 권력이 잘하면 기업이 행동을 바꾸는데 시장보다 훨씬 더 빠르다”면서 “물론 권한을 남용하면 안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정말로 대통령도 잘 뽑아야 하고, 국회의원도 뭐가 이슈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화그룹은 ‘C급 삼성’ 왜?
본격적인 토론에 나서며 최한수 교수는 “10대 재벌 중 한화만큼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SK와 롯데그룹 정도인 것 같다”며 “제 생각에 한화그룹은 그냥 ‘C급 삼성’이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총수 일가가 편법이나 법 제도의 공백을 통해서 그룹의 지배권을 상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버린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최한수 교수는 “20년 전,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가 12위였는데, 당시 자산 총액이 약 15조원이었고 계열사는 31개였다”면서 “지금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는 7위로 올랐는데, 자산 총액은 8배 올라 112조이고, 계열사는 108개로, 한화그룹은 비관련 다각화로 몸집을 불린 전형적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최한수 교수는 “한화그룹은 원래 화약을 만들던 기업이었는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한 뒤, 금융이 살길이라며 2002~2003년에 대한생명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면서 “이후 상장한 뒤, 2012년에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주가는 완전히 내리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한수 교수는 “그 뒤 한화그룹은 태양광이 먹거리라고 했지만, 지금 태양광 산업 전망이 밝지 않으니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더니 지금은 방산(방위산업)이 미래라는 얘기를 하고 있듯, (사업 방향이) 중구난방”이라고 꼬집었다.
최한수 교수는 “물론 어떤 회사가 산업의 전망이 어두우면 주력 사업을 변경할 수 있는데, 그 나름의 일관된 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화는 금융에 주력하다 태양광으로, 태양광이 안 좋아지니 방산으로 옮겼는데, 물론 방산은 산업 특성상 안정적일 수 있지만, 방산업이 각광을 받은 것은 국제 안보 질서가 바뀌는 과정 때문이기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화를 C급 삼성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적어도 삼성은 자기가 하는 분야의 1등을 만든 기업”이라면서 “그런데 한화는 각 분야에서 1등하는 것도 없어 이런 면에서는 대우그룹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최한수 교수는 한화를 C급 삼성이라고 지적한 또 다른 이유로 “경영권 승계 과정이 삼성과 전형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 경영권 행사 못 하는 이유는 상속세보다 ‘형제의 난’이 원인
최한수 교수는 “핵심은, 초기에 약간의 자금을 상속해서 비상장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 수차례 자본거래를 통해 그룹 내 핵심 주력 사업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이 과정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재계 6~7위의 기업이 일종의 지주회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한수 교수는 “모두가 아는 것은, 정정한 방식으로 언젠가는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할 것이라는 것”이라며 “한화는 (합병을) 안 하겠다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주장했다.
최한수 교수는 “재계는 맨날 상속세 또는 적대적 M&A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재벌 기업 내에서 경영권 순위가 바뀌는 원인은 사업이 정말로 망하거나, 형제끼리 싸우는 것 딱 두가지 뿐인 것 같다”면서 “상속세는 어느 나라든 최고세율이 50% 내외인데, 3대 세습까지 가면 이론적으로 25%가 되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한수 교수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차라리 상속세를 낮춰주자고도 하는데, 왜냐하면 상속세는 사실상 시장 참여자들이 내는 꼴이기 때문”이라며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떼고 붙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출렁이면, 결국 지배주주는 경영권만 얻고 그 비용(손해)은 일반 소액주주가 다 감당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 모두가 있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본 적 없어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C급 삼성이라는 말의 세 번째 의미는, 유니콘 리더십이라는 데 있다”면서 “유니콘은 모두가 존재한다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을 뜻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의 회장의 리더십이 딱 그렇다”고 비유했다.
최한수 교수는 “그런데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가진 ‘김동관’에 대한 이미지는 하버드를 졸업했다는 것이고, 검색해보면 이재용 회장이 떡볶이를 먹는 사진 옆에서 ‘내가 이걸 먹어야 한다’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최한수 교수는 “사실 이 정도의 문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등)가 발생하면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나와서 설명해야 한다”면서도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3개 계열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데, 이 정도 되면 주주한테도 설명해야 함에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화그룹, 이른바 ‘형제의 난’ 발생할 가능성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화그룹이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나 각종 배상 채무로부터 약간 비껴왔지만, 운이라는 것은 항상 좋을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다”면서 “한화그룹이 가진 또 다른 리스크는 아들이 세 명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한수 교수는 “그나마 삼성그룹이 내분 없이 버텨온 것은 이재용 회장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면 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화에는 아들이 세 명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른바 ‘형제의 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시장은 이걸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김종희 선대회장 그리고 김승연 회장에 이어 장남 김동관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구조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31일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김동관ㆍ김동원ㆍ김동선)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공고했다.
계열사간 출자에 대한 규제 필요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화의 3세 승계를 막을 방법에는 사실 정답이 없고, 있으면 진작했을 것”이라면서도 “상법ㆍ공정거래법 같은 법도 의회가 잘 만들어야 하고, 행정기관이 집행도 잘 해야 하고, 법원이 합리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잘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최한수 교수는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회사를 상속세 한 푼 안 내고 3대를 세습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 핵심은, 지배주주가 자본거래에 사실상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지만 한계가 있고, 법으로 제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한수 교수는 “이론적으로 자본거래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 기업집단이 하는 자본거래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총수의 지배권 희석 방지”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법에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연구자로서 과거 있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총량규제 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열사 간 출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남근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망’을 주제로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은 한화의 경영권 승계를 통해 본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주제로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곽정수 한겨레 기자,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가 참여했고,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를 대표해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이 위치한 창원 성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국회의원도 직접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주최자는 아니지만, 안도걸ㆍ양문석ㆍ이광희ㆍ황명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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