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통령권한대행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4월 18일 임기 종료가 예정된 문형배ㆍ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헌법재판소에 ‘알박기’를 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고 밝히며 “헌법재판소법과 헌재 판결에 따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했다”면서 또,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라는 점, 또한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되어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았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줄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마은혁 재판관과 두 분(이완규 법제처장ㆍ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헌법재판관) 합류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없이 다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실련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월권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정치적 헌법재판관 지명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조기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감히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월권 행위이며, 사법기관을 정치적으로 선점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한덕수 권한대행은 불과 몇 달 전,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고의로 지연하며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를 마비시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 했다”면서 “이러한 행위로 인해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비록 탄핵심판 결과 기각되긴 했지만, 헌법재판소 다수 의견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헌법과 법률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그 사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국회의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임명 부작위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마은혁 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계속 미루다, 이제와서 자신이 지명할 수 있는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을 서둘러 지명했다”며 “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치 행위이자, 헌법재판소에 알박기를 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특히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윤석열 정부 내내 법제처장으로서 각종 쟁점에서 정권을 대변하는 법 해석을 내놓아 ‘법률 방패’ 역할을 해온 인물”이라며 “더군다나 그는 2025년 12월 4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당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과 함께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고, 회동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까지 알려지며 계엄령 논의 및 증거인멸 시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위헌적ㆍ위법적인 비상계엄령 선포 시도 등으로 인해 파면됐고,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있음에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지명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는 크나큰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정권 핵심과 직결된 인사를 이 시점에 지명한 것은, 향후 헌재 판결에 정치적 영향력을 남기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다음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전에 틀어막으려는 사법 선점 행위”라고 재차 비판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해야 하며, 차기 정권의 인사권을 침해하거나 헌법기관에 알박기를 하려는 정치적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