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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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면서, 동시에 4월 18일 임기 종료가 예정된 문형배ㆍ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앞서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고, 3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에서도 대통령권한대행이 마은혁 등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재판관 5인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있던 4월 4일까지도 마은혁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다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8일에 와서야 국무회의를 열고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제가 가장 깊이 고민한 현안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국론 분열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사안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고자 했다”면서 “헌법과 법률이 미처 정해놓지 못한 사항은 헌정사의 전례를 참고해 현명한 선인(先人)들의 판단을 따르고자 했고, 그마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가 대한민국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견을 내려놓고 합의하는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절하고 간곡하게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을 수행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이선애 재판관을 헌법재판관에 임명한 바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후 저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후임 대통령권한대행(최상목 경제부총리)이 여야 합의가 명확하게 이뤄진 두 분(정계선ㆍ조한창 재판관)을 먼저 임명했다”고 언급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 /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 /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한덕수 권한대행의 언급과는 달리, 헌재는 2월 27일 최상목 전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추천 및 선출절차가 진행돼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3인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이 선출한 3인 중 피청구인(최상목)이 임명한 재판관 2인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 1인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피청구인 장관(최상목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은 3인 중 2인만을 2025년 1월 1일자로 재판관으로 임명한 후 현재까지도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명시하며 정계선ㆍ조한창 재판관과 달리 마은혁 후보자의 여야 합의가 없었기에 임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그동안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과 관련해 다음의 결정을 내리고 실행했다”면서 “우선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과정을 모두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완규 법제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법과 헌재 판결에 따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했다”면서 또,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전했다.

후임자 임명에 대해 한덕수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라는 점, 또한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되어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았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줄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마은혁 재판관과 두 분(이완규 법제처장ㆍ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헌법재판관) 합류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없이 다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국회의원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국회의원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권한대행의 권한을 벗어난 월권”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통과 법안에 그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지명을 강행했다. 파면 후 민주적 정당성을 가장 크게 갖는 국회의 의사를 조금도 알아보거나 고려하지 않은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은) 내란 직후 안가 회동에 참석했던 내란에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사람을 지명했다는 것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국회의원도 “권한대행이 직접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2017년 황교안 총리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대통령 몫)이 퇴임했을 때도 후임 재판관을 지명하지 않고 차기 대통령에게 정부를 이양했다”고 꼬집었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한덕수는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이 임명했던 총리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지명은 헌법정신을 짓밟는 행위이고,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한덕수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원천 무효이며 그 절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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