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로리더]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3월 17일, 지방분권 내용을 명시한 헌법개정을 제안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가 2019년도에는 72%까지 상승하는 등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자체가 쓰러질 것이기에 국가의 운영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재율 대표는 “대통령 권한과 입법부 권한의 분산을 통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책임성과 연계성을 높이고, 타협과 협력, 연합의 정치 구조로 갈 수 있도록 거리의 정치가 난무하는 부분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혜화동 경실련 회관에서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지방분권회의ㆍ한국정치학회ㆍ한국헌법학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이 자리에서 지방분권과 정치개혁에 대해 토론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어제 저녁에 와서 이 주변에서 모텔을 찾는다고 한참을 헤맸다”면서 “이런 토론회가 대전이나 부산, 광주에서 열리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언중유골의 지적을 했다.

박재율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유례없이 압축 성장을 해온 국가에서 유례없는 압축 소멸로 가고 있다”며 “이 위기를 서울 사람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지역 사람들보다 덜 느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재율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여년 전에 서울에서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할 때, 저는 부산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을 했었는데, 이런 것을 가지고 논쟁을 많이 했었다”며 “(박원순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외국에서 옥스팜도 가보고 커뮤니티도 보고 했는데 희망제작소를 만들 때, 왜 서울에 만드느냐, 대전 같은 비수도권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고 일례를 소개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대표는 “부산에서는 한 해에 1만 5000명에서 2만 명의 인구가 줄어드는데, 그중 60~70%가 청년층”이라며 “산업과 인구, 자본이 수도권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서울이나 수도권이 잘살게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재율 대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서울의 강남을 기반으로 자기 자산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정책 결정이 객관적으로 안 되고 있다”며 “단적으로 시민운동도 열심이었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장하성 교수가 본인은 강남에 살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하면서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는 실언을 해서 정부 자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박재율 대표는 “3월 17일, 산업연구원이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을 연구한 ‘균형발전 불평등도의 구조적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가 2019년도에는 72%까지 상승하는 등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면서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자체가 쓰러질 것이기에 국가의 운영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개혁에 대해 박재율 대표는 “헌법이 무조건 잘못됐거나 전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우리 정치의 제왕적 대통령제, 불분명한 총리의 권한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한다든지,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서 사회의 다원적 의견을 반영해 득표율 50%도 안 되는 대통령이 나오는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대표는 “다원화된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는 양당 체계, 승자독식 구조를 이번에 바꾸자, 거듭되는 거부권 행사와 탄핵, 비상계엄을 보니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구조에 문제가 있다. 우리가 상당히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때가 개헌과 정치개혁의 좋은 때”라며 “정치권이 자기들의 이해 때문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지금이 그나마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 개혁의 해외 사례에 대해 박재율 대표는 “1980년대 프랑스에서 미테랑이 집권하면서 지방분권법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는데, 1960년대부터 ‘파리 외에는 전부 사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는 원래 유럽에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국가였다”며 “그러다가 1980년대에 지방분권법을 만들고 2003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지방분권을 강화했고, 2016년도에는 22개의 광역도시(레지옹)을 22개에서 13개로 확대ㆍ통합해 레지옹의 평균 인구 35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또, 박재율 대표는 “대통령 권한과 입법부 권한의 분산을 통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책임성과 연계성을 높이고, 타협과 협력, 연합의 정치 구조로 갈 수 있도록 거리의 정치가 난무하는 부분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밖에서 검증되지 않는 목소리, 유튜브를 통해서 하는 목소리를 제도화하면 선거라는 법적 장치에서 검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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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비례성과 관련해 박재율 대표는 “이거는 정당법이나 선거법으로만 될 것이 아니라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넣어서 수평적ㆍ수직적 분권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지금 선거를 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OECD 국가에서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많은 편이 아닌데도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해 300명 총원은 늘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부를 상원으로 만들어 지역에 균등하게 선출하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박재율 대표는 “독일은 상원에 각 주지사나 부시장 같은 사람들이 구성되는데, 원칙상 하원이 우선이지만 지역과 관련된 주요 정책 또는 기본법을 개정할 때는 상원도 입법에 참여하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우선 우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더 발전시켜서 우선 지역대표형 상원 구조로 가고, 장기적으로는 상원도 선출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또, 박재율 대표는 “유신(박정희 정부) 때 없어졌던 국민발안제를 다시 도입해 국민이 헌법개정을 해나가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지방분권 체제에서 지방정부에 권한을 어디까지 보장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박재율 대표는 “최저임금제처럼 중앙 정부에서 모든 지역과 업종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어느 지역에서 노동 인권이 침해되는 것이 우려된다면, 그것은 주민들이 판단해서 주민 투표를 하는 식으로 책임지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재율 대표는 “지금 지역 주민들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책임 분담 의식이 크지 않다”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중부에 로비를 잘해서 예산과 사업을 따오는 것을 자기 치적으로 삼으며 기초의원이나 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의 비례성 원칙을 100% 보장하면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극우 세력이 20%라고 하면, 그대로 반영되면 된다”며 “지금 그 20%의 극우세력이 시민 사회에 은폐돼 있으면서, 이들이 일부 종교와 연결돼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과잉 대표성을 띠며 유튜브 정치를 하고 있는데, 제도권으로 이들이 들어오면 그런 것(유튜브 정치)를 못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박재율 대표는 “예를 들면, 프랑스 하원선거에서 국민전선(현 국민연합, RN)이 총 의석의 21.8%를 차지해 제3당이 됐는데, 이들은 정부 연정에서 배제됐다”면서 “독일도 극우가 상당히 득세하면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2당을 하고, 제1당을 차지한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 CDU)와 바이에른기독교사회연합(기사련, CSU)도 전체 투표율의 33%만을 차지했지만, AfD는 연정에서 빼버렸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국가인데, 2024년 하원선거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엿보이자 중도우파 성향의 여당 앙상블(ENS, 선거연합)과 중도좌파~극좌 성향의 선거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은 반극우연대를 구성, 각 지역구에서 제3위 득표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등 단일화를 시도해 결선 투표에서 대거 국민연합 후보들을 낙선시켰다.

이어서 박재율 대표는 “네덜란드는 극우 정당(자유당, PVV)이 23.3%(37석)의 의석수 확보로 1당을 했음에도 다른 우파 정당들이 ‘너희는 너무 우경화됐다’며 총리 자리를 주지 않았다”면서 “이런 연합 정치 시스템을 만들자는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자유당은 제1당으로서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를 총리로 세우길 원했으나, 자유당과 연정하는 다른 3개의 정당이 극우 성향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대해 무소속 딕 스호프 전 보안국장을 총리로 지명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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