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이병규 동의대 경찰경호행정학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왼쪽부터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이병규 동의대 경찰경호행정학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로리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17일, 지방분권 개헌 논의 흐름과 바람직한 개헌 방향과 방법에 대해 “이번에는 권력 구조를 분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혜화동 경실련 회관에서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지방분권회의ㆍ한국정치학회ㆍ한국헌법학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참가한 김동원 교수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사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인 권력구조의 불균형에 원인이 있다”면서 “우리가 선진국을 자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권력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1987년 헌법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동원 교수는 “1987년 헌법은 정치적 타협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임시적인 헌법이었다”면서 “한국의 문제, 특히 권력구조를 심도 있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논의한 끝에 만들어진 개혁적 헌법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동원 교수는 “이번에는 권력 구조를 분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 일환으로서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지방분권을 위해 개헌이 꼭 필요한지 이의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중앙 권력이 강화된 시점에서 이 기득권을 깨기가 어렵기에 법률 개정 가지고는 상당히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교수는 “2018년도에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안에는 지방정부를 명시하고 있어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면서도 “그러나 논의도 제대로 되지도 못한 상황에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동원 교수는 “현재 지방자치는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 규정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두 조항에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만 쓰고 있고, 지방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18조 제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안 제121조는 제1항에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하면서, 제2항에서 ‘주민은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교수는 “또한, 현재 지자체는 법령(시행령 포함)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어, 반드시 상위 법령을 따라야 한다”며 “그런데 정책을 만들든 규칙을 만들든 근거로 해야 하는 법률이 없으면 못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는 상위법에 아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이상 빈 공간을 법률 근거가 없어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자치입법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2018년 헌법 개정안에서도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2018년 헌법 개정안 제123조는 제1항에서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그 한계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뒀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또, ‘지방행정부의 장은 법률 또는 조례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법률 또는 조례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자치규칙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교수는 “지방정부가 되면 자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예산을 쓸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상 상당히 제한돼 있다”면서 “자치재정권도 개헌안에 포함해야 하는 사항이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들의 권한은 상당히 제약돼 있고, 중앙정부에서는 너무 과잉보호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원 교수는 “이제는 지방정부를 믿고 역량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민들도 자체적으로 재원이나 예산을 확보해서 지역에 알맞은 맞춤형 정책을 만들고,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헌법 개정안에도 제121조를 통해 국가위임사무 이양을 위한 규정(제4항)을 두면서,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정부의 재원 및 예산 확보에 대해서도 같은 개정안 제124조를 통해 규정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동원 교수는 “정치 분야의 지방분권도 필요하다. 지금은 정당법에 의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을 두게 돼 있는데, 이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이는 지역정당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교수는 “또, 상원과 하원으로 국회를 나눠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의회 등 지방의회 의장이 상원을 구성하는 독일식 분권 구조도 바람직하다”며 “이런 것도 헌법에 반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지방정부의 분권에 한계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견에 대해서 김동원 교수는 “아무리 지방분권을 하더라도 국가의 기본적인 권한을 침해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국민의 복리와 관련된 최저임금이나 환경문제 등의 예시에서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라고 해서, 부자들이나 공장을 자기 지역에 끌어들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한 환경규제나 최저임금제(노동기준) 완화를 통해 기준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동원 교수는 “복지에서 최저 생활 수준 보장 등 국민의 균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분권에서 자치입법권에 단서 조항을 통한 제어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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