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상현 녹색당 대표는 4일 “경제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반도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안전망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특혜를 줘가며 양성한다면 그의 뒤따를 희생은 자명하다”면서 “수많은 청소년,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먹고 크는 먹거리 산업을 현재와 미래에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반도체특별법을 비판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ㆍ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상현 녹색당 대표는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선우’ 씨(가명)의 사례를 언급하며 “건강했던 젊은 청년이 일한 지 1년여 만에 치명적인 독성 간 질환이 발병했다”면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저 그가 일했던 업무환경을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대표는 “그러나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사실을 규명하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고자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길을 택했다”면서 “사측은 노동자가 다뤘던 유해 물질에 대해서 사실을 왜곡했으며 정보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대표는 “현장조사를 비롯해 초동대응이 부실했고, 현장에 보존되지 않아서 추후 규명절차도 어렵게 됐다”며 “이로 인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상현 대표는 “근로복지공단 또한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사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 그쳤다”면서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과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편에 서는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우리 투쟁의 지난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되는 사례인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근무하던 선우 씨는, 반올림 등 기자회견 주최 측에 따르면, 2020년 10월 당시 18세에 고등학교 3학년으로 울산 모 마이스터고교에 재학하면서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선우 씨는 2021년 1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돼, 실습생 때와 마찬가지로 ‘칩 어태치(Chip Attach, 반도체 칩에 전자기판을 부착) 공정’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2021년 10월, 몸에 이상증상이 처음 생기고, 같은 해 12월 23일 회사에서 조퇴하고 병가를 낸 뒤,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 무형성 빈혈’을 진단받았다.
독성간질환 등의 진단 직후, 선우 씨에게 급성 간부전과 간성혼수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2022년 1월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을 한 의료진들은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가 없었다’고 설명했고, 조직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손상된 상태라고 전했다. 선우 씨는 간 이식 이후에도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재이식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선우 씨는 2022년 5월 회사로부터 ‘퇴직’ 처리됐고, 같은 해 9월 선우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주치의는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은 작업장에서 노출된 미상의 세척 용제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러나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산업재해를 부인하고, 선우 씨의 질환은 음주 습관(특수건강진단표에 일주일에 1번, 하루 4잔 음주한다고 응답한 것을 근거로 의견 제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선우 씨가 제출한 산업재해 신청으로 인해 2023년 10월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와 사업장 방문 면담조사, 근로자 면담 등이 실시됐으나, 2024년 5월 불승인 처분 통보가 내려졌다.
반올림과 선우 씨 측은 “늦장 대응과 처리 지연, 현장조사 부실 등으로 규명이 안 되고 불승인으로 이어졌다”며 “당시 역학조사에 참여한 피해자를 대하는 회사 태도도 큰 문제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2024년 8월, 선우 씨는 산업재해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에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소장을 접수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반올림 등에 따르면, 위 내용은 2024년 9월, 언론사 ‘셜록’을 통해 보도됐으나,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셜록에 내용증명을 보내 “(선우 씨가 사용한) 세정용액은 물에 불과했고, 독성물질(유기용제)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선우 씨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독성간질환이 생겼다”는 주장까지 추가했다.
반올림 측은 회사의 주장에 대해 “백신을 맞기 이전부터 재해자의 몸은 이상증상이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이상현 녹색당 대표는 “이런 체계를 그대로 둔 채로 경제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반도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제대로 안전망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특혜를 줘가며 양성한다면 그의 뒤따를 희생은 자명하다”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력양성 지원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력확보를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현 대표는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반도체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지정하고 운영과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겠다고 명시하고, 대학 인원 총량규제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증원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노동 안전에 관한 내용이 빠져있으며, 도리어 반도체 산업에서 노동쟁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는 현재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이 제안돼 있다. 재계와 정부에서 요구하는 주52시간제 적용제외 조항은 이철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있고,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두 법안 모두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고 황유미 씨와 선우 씨 모두 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각각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환경ㆍ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녹색당 이상현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일터의 노동자들에게만 유해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심화하는 반환경ㆍ반기후 산업으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상현 대표는 “2g짜리 반도체 칩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배의 화석 연료가 필요하고 각종 유해 물질과 엄청난 물이 소비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는 하루 80만 톤에 달한다”고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이상현 대표는 “정부가 이를 위해서 전국에 14개의 신규 댐을 건설해 강의 물길을 막고 생태환경을 광범위하게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4대 업종 중 하나로,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를 내뿜고 있다”며 “반도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산업폐기물, 전자폐기물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현 대표는 “내연기관 차량에는 800개의 반도체 칩, 그리고 전기차 한 대에는 1500개가 넘는 반도체 칩이 들어가고, AI와 IT 산업에도 반도체가 막대하게 들어가고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며 “더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기후 환경에 대한 부담이 느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현 대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한다”며 “우리의 삶을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이 아니라 공공재생, 에너지와 돌봄, 보건의료, 교통과 같은 사회 공공성을 제고하는 분야에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대표는 “이렇듯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산업과 기업 이윤 체계 자체가 재고돼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로 반도체 특별법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광장, 시민들의 요구를 배반하는 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현 대표는 “광장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를 외치듯 우리는 적어도 과거보다는 더 나은 세계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18년 전 황유미(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37년 전 문송면(협성계공-현 협성히스코 수은중독 피해자)이 그랬듯 수많은 청소년,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먹고 크는 그런 먹거리 산업을 현재와 미래에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현 대표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제성장보다, 기업의 이윤보다 우선이어야 할 것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 안전, 그리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다”며 “또 값싼 인력과 기후환경을 먹거리 삼아서 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우리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서울시당 안숙현 위원장, 진보당 인천시당 용혜랑 위원장,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박내현 활동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진창원 활동가, 반올림 정향숙ㆍ김상률 활동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우하경 대의원, 김용균재단,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양은정 건강한노동세상 상임활동가, 이상현 녹색당 대표,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난 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선우’ 씨의 아버지 등이 발언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간독성 산재 책임져라!”
“유해산업에 현장실습생 취업시키는 교육 정책을 멈춰라!”
“반도체고등학교, 반도체 특성화대학 육성하는 반도체특별법 반대한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