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가운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가운데)

[로리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는 4일, “일터에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중대 질병에 걸렸음에도 기업은 이를 철저히 은폐했고 책임을 회피해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 산업재해와 노동 착취,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작업환경은 그대로 둔 채 반도체 고등학교와 특성화 대학 추진 등 산업을 확장하려는 반도체 특별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ㆍ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청소년의 건강과 노동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난다 활동가는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현장실습 도중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청소년 노동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난다 활동가는 “특히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은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기 더 어려운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며 “고 황유미 씨도, 선우 씨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취업해서 일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난다 활동가는 “일터에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중대한 질병에 걸렸음에도 기업은 이를 철저히 은폐했고 책임을 회피해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 산업재해와 노동 착취,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작업환경은 그대로 둔 채 반도체 고등학교와 특성화 대학 추진 등 산업을 확장하려는 반도체 특별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난다 활동가는 “한국 사회는 대학을 못 가거나 안 간 사람들, 중졸, 고졸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삶의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하다”면서 “직업계고 학생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현실이 개선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반복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비판했다.

난다 활동가는 “지금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접할 수 있느냐”면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난다 활동가는 “아마도 어떤 이들은 학생들도 노동자들도 반도체 산업이 확대되는 걸 원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그냥 산업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가운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가운데)

난다 활동가는 “나아가 우리는 직업계고를 다니는 청소년 대다수가 어째서 현장실습 등 취업의 기회에 목매게 되는지 근본적 이유를 봐야 한다”며 “결국,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서 직업계고를 하찮게 여기거나 학력, 학벌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난다 활동가는 “대학을 가지 못하면 사람답게 못 산다고 하는 사회, 대기업이나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안정적 삶이 보장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든지 차별과 불평등이 극심한 노동 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이는 “졸업 직후에 취업을 바로 하지 못하면 구직 기회가 대폭 줄어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그저 높은 취업률과 대학진학률, 그중에서도 어떤 특정 과를 전공하는지 이런 것들이 자랑거리가 되는 교육 체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난다 활동가는 “지금 광장의 시민들은 사회대개혁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위해 지금을 착취하지 않는 사회,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함께 외치고 있다”면서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광장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 반도체 특별법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서울시당 안숙현 위원장, 진보당 인천시당 용혜랑 위원장,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박내현 활동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진창원 활동가, 반올림 정향숙ㆍ김상률 활동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우하경 대의원, 김용균재단,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양은정 건강한노동세상 상임활동가, 이상현 녹색당 대표,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난 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선우’ 씨의 아버지 등이 발언자로 참여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간독성 산재 책임져라!”
“유해산업에 현장실습생 취업시키는 교육 정책을 멈춰라!”
“반도체고등학교, 반도체 특성화대학 육성하는 반도체특별법 반대한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라”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업재해 규탄” 및 “현장실습생 생명과 건강을 밟고 세운 반도체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되는 사례인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근무하던 ‘선우’ 씨(가명)는, 반올림 등 기자회견 주최 측에 따르면, 2020년 10월 당시 18세에 고등학교 3학년으로 울산 모 마이스터고교에 재학하면서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선우 씨는 2021년 1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돼, 실습생 때와 마찬가지로 ‘칩 어태치(Chip Attach, 반도체 칩에 전자기판을 부착) 공정’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2021년 10월, 몸에 이상증상이 처음 생기고, 같은 해 12월 23일 회사에서 조퇴하고 병가를 낸 뒤,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 무형성 빈혈’을 진단받았다.

독성간질환 등의 진단 직후, 선우 씨에게 급성 간부전과 간성혼수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2022년 1월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을 한 의료진들은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가 없었다’고 설명했고, 조직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손상된 상태라고 전했다. 선우 씨는 간 이식 이후에도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재이식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선우 씨는 2022년 5월 회사로부터 ‘퇴직’ 처리됐고, 같은 해 9월 선우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주치의는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은 작업장에서 노출된 미상의 세척 용제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러나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산업재해를 부인하고, 선우 씨의 질환은 음주 습관(특수건강진단표에 일주일에 1번, 하루 4잔 음주한다고 응답한 것을 근거로 의견 제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근무하다 급성간질환을 앓게 된 선우 씨의 아버지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근무하다 급성간질환을 앓게 된 선우 씨의 아버지

선우 씨가 제출한 산업재해 신청으로 인해 2023년 10월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와 사업장 방문 면담조사, 근로자 면담 등이 실시됐으나, 2024년 5월 불승인 처분 통보가 내려졌다. 반올림과 선우 씨 측은 “늦장 대응과 처리 지연, 현장조사 부실 등으로 규명이 안 되고 불승인으로 이어졌다”며 “당시 역학조사에 참여한 피해자를 대하는 회사 태도도 큰 문제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2024년 8월, 선우 씨는 산업재해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에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소장을 접수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반올림 등에 따르면, 위 내용은 2024년 9월, 언론사 ‘셜록’을 통해 보도됐으나,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셜록에 내용증명을 보내 “(선우 씨가 사용한) 세정용액은 물에 불과했고, 독성물질(유기용제)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선우 씨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독성간질환이 생겼다”는 주장까지 추가했다.

반올림 측은 회사의 주장에 대해 “백신을 맞기 이전부터 재해자의 몸은 이상증상이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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