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유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26일,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의장 김명기)의 임금ㆍ단체교섭(임단협)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제라도 한화의 그릇된 반노조 정책을 끝장내고 대등한 노사관계를 구축해 미래 지향적 정책과 비전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한화의 변화된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노협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임금피크제 폐지 및 65세 정년 연장 ▲장기근속 40(35)년 신설 ▲복리후생 제도 상향(창립기념일 대체휴가, 명철 차례비 50만원 신설) 등 공동 요구안을 제시하는 한편,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고소ㆍ고발의 즉각 취하와 노동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한화노협)은 한화생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생명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엔진, 한화시스템, 한화63시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등 한화그룹 계열사 및 사업장 노동조합의 협의체다.
한화노협 측은 “한화그룹은 금융 서비스 중심에서 최근 인수ㆍ합병을 통해 방위산업, 해운, 조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재계 서열 7위로 성장했지만, 그에 반해 노동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특히 노동조합을 대등한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노사 문제의 책임을 계열사에 떠넘기며 노동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기자회견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김유철 대우조선지회장은 “오늘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대표자들은 한화그룹 각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소속 조합원을 대표해 노동자 없는 한화의 미래는 없다는 입장으로 한화 자본의 반노조에 기인한 일방적인 노사관계와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노동 탄압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2025년 단체교섭 공동 요구안을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한화그룹 내 경영진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김유철 지회장은 “지난 2023년 5월 23일 한화 자본은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해 생소한 조선업의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인수했다”면서 “2조원이라는 인수 가격은 처음 시도했다 실패한 2008년 6조원대의 가격에 비해 3분의 1에 가까운 헐값으로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부자가 그토록 원했던 한국형 록히드마틴의 꿈에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김유철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과 산업은행 체계에서 복지 축소는 물론 임금까지 삭감해가며 온갖 희생과 고통 분담을 통해 세계적인 조선ㆍ해양 기업으로 일으켜 세웠던 노동자들 역시도 새로운 경영 주체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면서도 “그런데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한화 자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처참히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김유철 대우조선지회장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파약했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또한, 지역민과의 지역 발전 방안 마련 역시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철 지회장은 “과거 수십 년간 형성된 구성원들의 기업 문화와 방식은 하루아침에 점령군에 의해 짓밟혔고, 노동조합과 협의와 논의는 거부한 채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노사관계는 늘 파행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노조 간부는 물론 조합원들까지 고소ㆍ고발을 남발하는가 하면, 파업 현장에는 공권력을 요청해 파업권을 방해하고 현장 통제와 신 인사 제도를 도입해 단체 협약까지 무력화하려는 속셈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특히 김유철 지회장은 “지난 한 해, (한화오션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5명에 이르고, 매일 수십 명의 노동자가 크고 작은 재해로 다쳐서 실려 나가고 있는 것이 한화오션의 현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반성은 고사하고 아이돌 가수와 셀카를 찍어대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한화오션 사장의 몰지각한 행태는 현재 한화그룹 경영진의 참담한 안전 인식 수준과 노동자를 그저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취급하고 있는 부끄러운 기업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성했다.
이는202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거제사업장 사장이 뒷자리에 있던 뉴진스 하니와 웃으며 썰카를 찍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유철 지회장은 “더욱 황당한 것은 안전 수칙 위반에 대한 페널티 제도를 적용해 안전을 노동자 간의 경쟁 도구로 사용하는가 하면, 현장의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 인권 유린은 물론 생산성 향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영진들의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현장은 늘 불안의 늪에 빠져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이러한 범죄 행위와도 같은 경영 방식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고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유철 대우조선지회장은 “이제부터라도 한화의 그릇된 반노조 정책을 조속히 끝장내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대등한 노사관계를 구축해 미래 지향적 정책과 비전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기대와 희망을 만들기 위한 한화의 변화된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철 지회장은 “그 첫걸음은 한화가 약속했던 모든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오늘 한화그룹 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긴 공동 요관을 2025년 단체교섭에서 반드시 수용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유철 지회장은 “마지막으로 현재 한화오션 내에는 노동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 지회가 있는데, 거통고지회는 현재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서 힘들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리고 수개월째 단체교섭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철 대우조선지회장은 “원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거통고지회의 투쟁 또한 마무리될 수 없다”며 “거통고지회의 투쟁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원청에서 적극적인 교섭에 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화노협의 공동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임금피크제 폐지하고 정년연장 보장하라!”
“장기근속 보장하고 복리후생 강호하라!”
“노동탄압 중단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노조 활동 보장하고 노동존중 실현하라!”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명기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이 대표로 한화빌딩 정문 앞에서 사측에 한화노협의 공동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