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 대한 엄중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1월 16일,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 대한 엄중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로리더] 서울고등법원이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건에 대해 이재용 회장에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ㆍ김선희ㆍ이인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피고인 13명에 대해 1심(2024년 2월)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에 참여연대는 “애초에 검찰이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고 하면서도 이재용에게 고작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만을 구형한 것도 범죄의 중대함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었으나, 법원은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재벌총수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면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경제적 약자들의 손해를 당연시하는 부당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은 스스로 재벌 특혜의 방패막이를 자처한 것”이라며 “이재용 등의 행위는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회사와 주주, 더 나아가 전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과 정부에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힌 악질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기는커녕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로 사법정의를 뒤흔들고 사법부 내부의 모순만 불러일으킨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2015년에 이루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사업적 필요성보다는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및 승계를 위해 추진되었다는 것은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합병이 추진될 때부터 이미 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며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국민연금기금 본부장 등은 국민연금이 이 사건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탄핵됐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이재용 회장도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게다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분식회계 존재 및 삼성물산 합병과의 관련성을 인정했다”면서 “그런데도 이 모든 판결들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합병작업 지시와 분식회계를 부정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 이재용과 박근혜가 목적 없는 뇌물 때문에 실형을 선고 받았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최대 6750억 원의 손실(참여연대 추산)을 입었고, 엘리엇과 메이슨은 ISDS(국제투자분쟁)를 제기하고 승소해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혈세 2300억 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이처럼 국가와 국민은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은 반면, 재벌총수 본인은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3~4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거둔 부조리에 대하여 죄가 없다는 판단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그 동안 국가경제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재벌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면서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자본시장을 보호하기는커녕 자본시장질서를 교란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법원마저 특정 재벌총수를 비호한다면 대한민국 재벌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는 더 이상 개선될 수 없다”면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위협받는 내란 정국에서, 재벌 대기업과 총수에 대해 법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법부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재벌총수 이재용 회장 한 명을 위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 정부, 국민연금공단, 외국계 기관투자자 등에게 손해를 끼치고 국내 시장의 건전성, 공정성을 훼손시킨 범죄자에게 죄가 없다며 국민 상식에 반하는 판결로, 스스로 법치를 포기한 사법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검찰은 지금 당장 항소하고, 국민 상식에 반하는 판결로 스스로 법치를 걷어차고 있는 사법부는 비상한 각오로 이재용 회장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면서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가 무너지는 내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법원 역시 이재용 회장에게 면죄를 준다면 사법부는 광장에 나온 노동자 시민들에게 사법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근원적 질문과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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