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 윤태준 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소액주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회장의 횡령ㆍ배임 말고는 유상증자”라며 “이는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약칭 국장부활TF/단장 오기형, 간사 김남근. 위원 김영환, 김현정, 박균택, 박상혁, 박주민, 이강일, 이성윤, 이소영, 이정문, 정준호 의원)는 11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고려아연 사례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장은 한국 주식시장을 말한다.
액트 윤태준 연구소장은 “고려아연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무려 21년 전(2003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례와 정확하게 똑같다. 당시에는 KCC였고, 이번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라고 비교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방어자(현대엘리베이터와 고려아연)은 적대적 M&A를 시도를 통해 지분 우위를 확보한 공격자(KCC와 영풍-MBK파트너스)를 어떻게 방어할지 고민하다 대규모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그 유상증자 물량 중 20%를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조합에 먼저 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2003년 당시에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고, 시가보다 할인된 유상증자 가격으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부분도 있었다”면서 “당시 현대엘리베이터가 명분으로 국민주를 얘기했던 것까지 현재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그런데 이런 일이 21년이 지나서 일어났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면서도 “다만, 세부적으로 내용을 보면 차이는 있는데,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이 굉장히 안 좋았던 반면, 고려아연은 돈을 잘 벌고 있고, 기업 가치도 높은 수준”이라고 전제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행동주의 플랫폼을 자처하는 액트에서 왜 고려아연을 크게 비판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세 당사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손잡고 고려아연을 공격하고 있는 영풍이 좋은 회사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영풍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이마트를 제외하고는 여기보다 저평가된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액트 윤태준 연구소장은 “영풍의 본업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경영은 상당히 방만한데다 지금 경제개혁연대에 환경오염 관련해서 주주 대표 소송이 걸려 있다”면서 “환경이면 환경, 사회적 공헌이면 사회적 공헌, 지배구조 등 ESG의 세 영역에서 모두 낙제 수준인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그렇다면 금융권의 ‘큰 형님’인 MBK를 따라가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MBK는 고려아연을 타깃으로 잡은 이유가 이길 가능성이 많고 먹을 것이 많아서 뛰어든 거지, 고려아연이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영풍은 영풍이 소유한 부동산이나 고려아연 주식 일부만 팔아도 기업 가치 개선이 대폭 가능하다”면서 “행동주의 입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M&A에 들어가는 것보다 영풍에 들어가는 것이 기업 가치를 더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실제로 머스트자산운용(행동주의 펀드)은 반대로 영풍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행동주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윤태준 연구소장은 “고려아연도 좋은 기업이냐고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며 “어떻게 보면 고려아연은 주주 환원 측면에서 그동안 모범적인 기업이었고, 지배구조로 언론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그렇게 나쁜 기업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고려아연은 부실한 경영과 나쁜 지배구조로 PBR이 0.5가 안 되는 기업도 아닌데, 핵심은 꽤 모범적인 기업으로 주주들이 인식하고 있던 기업조차 궁지에 몰리면 주식 가치를 극도로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것”이라며 “이게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고, 우리 회사는 위 세 주체를 세 얼간이의 대결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고려아연이 도대체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지금도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지분에서 약간 우위에 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색지대에 서 있는 캐스팅보터가 있었고, 이들은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려아연 편을 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당혹스러운 것은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모르고 이런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라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먼저 주주총회를 거니까 고려아연에서 ‘영풍 측이 우리가 모르는 지분을 확보해 둔 것이 있나’하며 심리전에 완전히 말렸고, 조급함에 무리수를 뒀다고 하는데,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싫어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회장들이 자기의 지배력이 약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유상증자를 안 하는데, 망하기 직전의 기업이 빚을 갚기 위해서 유상증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또 다른 유상증자의 이유에는 물적분할이 있다”며 “물적분할로 100% 자회사를 만든 다음, 그 자회사를 상장하거나 유상증자한다”고 덧붙였다.
액트 윤태준 연구소장은 “고려아연도 마찬가지로 회장과 자기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일부 주주들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내려지면, 이사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상법에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최근에는 고려아연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최악의 유상증자 사례가 있어서 소개한다”면서 기업 세 곳을 겨냥했다.
1) 이수페타시스
윤태준 연구소장은 “이수페타시스는 그룹 내 2차 전지 업체가 있음에도, 그 2차 전지 업체는 회장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그 회사가 유상증자해서 기업 가치와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전혀 상관없는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에 2차 전지 부품 업체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2) 하이드로리튬
윤태준 연구소장은 “하이드로리튬의 최대 주주는 리튬플러스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가 지분을 팔았다”며 “리튬플러스와 하이드로리튬의 대표가 훨씬 싼 값에 개인 명의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해서 지분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윤태준 연구소장은 “즉, 대표가 가지고 있는 회사가 주식을 팔고, 대표 개인은 그 매각한 주식의 물량에 준하는 물량을 더 싼값에 매입해 자기 지분을 공짜로 늘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이리츠코크렙
윤태준 연구소장은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 그룹 소속 부동산투자회사인데, 요즘 이 종목에서 주주들의 불만은, 이 회사가 그룹의 뒤처리를 담당한다는 것”이라며 “이랜드 그룹 내 골칫덩어리였던 강남 e스퀘어라는 건물이 매각되지 않자 이리츠코랩이 인수하기 위해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리츠코크렙은 강남 e스퀘어 인수설을 부정하면서 결국 지난 11월 8일 매입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액트 윤태준 연구소장은 “이렇게 고려아연만 특별히 나쁜 기업이어서 유상증자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작은 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결정이 이사회에서 내려지므로 반드시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기형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윤태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 김승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신한투자증권지부장,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주최자인 김현정 국회의원과 좌장인 오기형 국회의원 외에도 김남근ㆍ이강일ㆍ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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