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농민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반대에 앞장섰던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 개혁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하고,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금융사고로 드러난 내부 통제의 취약성과 준법감시 부서의 기능 저하 등 우려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협조합장 정명회(회장 노종진), 지역재단(이사장 허헌중)은 ‘경실련 농정개혁 정책 제안 연속 토론회’ 시리즈로 10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농협, 농민을 위한 조직인가? 농협개혁을 위한 법 개정과 제도 논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사회를 진행한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편집국장은 “이 토론회는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농협법 개정 필요성 그리고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현장 인사말에서 “잘 아시다시피 농협은 오랫동안 농업인들의 버팀목이 돼 왔다”며 “농업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고, 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다”고 농협의 역할을 환기시켰다.
신정훈 의원은 “하지만 오늘 토론회 제목과 같이 ‘농협이 지금 농민을 위한 조직인가?’ 하는 어떤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농협이 농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고, 또 대한민국 사회에서 농협만큼 농민과 농촌과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중요한 조직인데, 과연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서 자신들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어서 오늘 토론회를 직접 주관하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라면서도 “다만 농협과 농촌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저에게 토론회를 요청해 주셔서 저도 작은 힘이라도 모으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저는 국회에서 농해수위 활동을 하면서 농협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마는, 농협이 워낙 방대한 조직이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바꿔야 되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앞으로 더 노력해서 채워 나가야 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은 “이 자리를 통해 농협이 처한 현실과 농협이 나아갈 바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아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시는 의원님들과 또 현장을 지키고 있는 조합장님들 그리고 활동가 여러분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농협이 농민적 농협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사회를 진행한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편집국장 “신정훈 의원님은 21대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협법 개정에 주력했고, 특히 농협중앙회장 셀프 연임제를 막는데 단연 앞장서 주셨다”고 소개했다.
◆ “농협 책무 미흡한 부분들 지적되고 있어 아쉬움 남는다”
◆ “농협금융지주의 금융사고로 드러난 내부 통제의 취약성과 준법감시 부서의 기능 저하”
신정훈 국회의원은 토론회 자료집 인사말에서 “농협은 합리적인 금융 및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업 정책 지원과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농민의 권익을 보호해 지역사회 전체의 경제적ㆍ사회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하지만 농협의 책무에 대한 미흡한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농협금융지주의 금융사고로 드러난 내부 통제의 취약성과 준법감시 부서의 기능 저하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농협의 신뢰를 개선하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의 독립성 보장 및 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은 “농협이 농업인과 농촌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농협은 단순히 농업조직을 넘어, 농민의 삶을 책임지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리더이자, 조력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 좌장은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낸 김호 단국대 교수가 맡았다. 발제는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이 ‘농협개혁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철원농협 김용빈 조합원, 지역재단 허은중 이사장, 농협조합장 정명회 백민석 부회장(경주양남농협 조합장), 황의식 GS&J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김효정 사무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는 농협조합장 정명회 노종진 회장이 참석했다. ‘정명회’는 개혁적 성향의 농협 조합장들의 모임이다.
또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 전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조방형 회장 등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 유명무실한 농협금융지주(회장 이석준)의 준법감시제도
신정훈 의원의 지적과 우려처럼 실제로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농협은행에서 109억 4,733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은행 한 지점의 대출 담당 직원이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담보물의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준 것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24일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관련 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이를 살피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9일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의 문제를 짚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농협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근거해서 금융지주회사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지침을 제공한다. 금융지주회사는 준법감시인의 독립성과 역할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 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Amundi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NH농협리츠운용, NH벤처투자 등 9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인은 이들 자회사에 대한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강화 책임(준법감시 체계 점검 및 개선, 내부통제 시스템 보강), 리스크 관리 책임(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 금융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경영감독 및 책임 있는 경영 촉진(경영진에 대한 감독 강화,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협력), 금융사고에 대한 조사 및 대응 책임(사고 원인 조사 및 보고, 법적 책임과 제재 대응), 금융소비자보호(금융소비자보호 강화)의 역할을 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거액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5년간(2019~2023년)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의 현황(준법감시인 인적사항 및 주요경력, 준법감시인의 주요 활동내역 및 그 처리결과, 준법지원인 등 지원조직 현황)을 조사했다.
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의 사업보고서를 참고했다.
농협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은 대부분 내부 출신 인사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5년간 준법감시인의 주요경력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농협은행 지점장, 농협중앙회 인사, 농협금융지주 인사 등으로 대부분 농협 내부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인의 주요 점검내역은 ▲준법감시 체크리스트를 통한 지주부서 법규준수 등 점검(매월), ▲준법감시 활동보고서를 통한 자회사 법규준수 등 점검(매월), ▲그룹사 간 내부거래 현황 점검(분기), ▲중요 일상업무에 대한 법규준수 측면의 준법감시인 사전심의(연중), ▲지주부서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실태 점검(연중),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실태 점검(연중)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처럼 준법감시인의 주요 점검내역에 대한 점검 결과, 최근 5년간 모두 ‘적정함’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의 준법지원부 직원수는 평균 6.8명으로 나타났다. 준법지원부는 팀장, 차장, 과장,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연도별 직원수는 2019년 5명, 2020년 5명, 2021년 8명, 2022년 8명, 2023년 8명으로 5년 평균 6.8명이다.
◆ 농협금융지주 준법감시제도 문제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농협금융지주 준법감시제도의 문제점으로 ▲독립성 결여되고 감시기능 약한 내부 출신 준법감시인 ▲실효성 부족한 준법감시 ▲경험과 전문성 부족한 준법지원부를 꼽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법감시인의 독립성은 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 운영에 필수적”이라며 “농협 내부 출신 인사가 준법감시 역할을 맡게 되면, 기존 조직과의 이해관계 또는 인맥에 의해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어, 이러한 경우 준법감시인이 규제 위반이나 내부 통제의 문제를 발견해도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거나 보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협 내부 출신 인사들은 기존 경영진과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평가를 엄격하게 수행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통제와 평가 기능을 약화시키고,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농협은행 등 자회사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2019~2023년 준법감시 점검내용 중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실태 점검’은 5년 동안 매년 ‘적정함’으로 평가됐다”며 “이를 근거로 볼 때,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성 부족과 내부통제 취약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법감시 평가 결과가 ‘적정함’으로 평가됐음에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감시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감시의 실질적 효과가 부족하거나, 표면적 점검에 그쳐 내부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금융사고의 발생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데, 특히 담보물 가치 평가와 같은 중요한 절차에서의 부정행위가 장기간 발견되지 않은 것은 내부통제의 취약성을 나타낸다”며 “준법감시가 내부통제의 실제 운영 상태를 효과적으로 점검하지 못하고 관리의 구멍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지주의 준법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준법지원부의 적은 인원과 직원들의 짧은 근속연수에 따른 전문성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법지원부의 팀장, 차장, 과장, 변호사 모두 근속연수가 평균 3년 내외로 짧은 편이다. 이는 준법감시에 필요한 깊이 있는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며 “특히 금융규제와 관련된 법률, 규제 환경의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축적된 경험이 중요한 준법감시 업무에서는 근속연수가 짧은 인력 구성은 실질적인 감시와 통제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 준법지원부의 평균 인원 수가 6.8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자회사에 대한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인력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농협금융지주 산하의 여러 자회사들이 각각 다양한 법적, 규제적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은 인원으로는 모든 자회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농협금융지주의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의 운영을 위해 개선 방안을 강력히 촉구했다.
◆ 외부 준법감시인 채용 및 독립성 보장 강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법감시 조직에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금융 규제, 법률, 리스크 관리 분야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조직에 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준법감시인이 이사회 직속으로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준법감시인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영진의 영향 없이 준법감시인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 준법감시 체계의 실효성 제고 및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법감시 활동을 리스크 기반 접근으로 전환해 자회사의 주요 리스크 영역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대출 부문, 담보 평가 등 리스크가 높은 업무에 대해 더 빈번하고 상세한 감사 실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통제 절차를 재검토하고 개선해 사전에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출 업무와 관련된 내부통제를 특히 강화해 담보물 평가와 같은 중요 절차에서의 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외부 전문가 채용 확대 및 준법감시부 인력 확충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금융 규제, 법률,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준법감시부의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며 “외부 출신의 변호사,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리스크 관리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내부의 경험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준법감시부의 현재 인력 규모로는 자회사들의 준법감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인력을 추가 채용해 팀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리스크가 높은 분야(예: 대출, 금융상품)별로 전문 인력을 배치해 각 분야의 준법감시 업무를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