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나 큰 돈을 빌려준 경우 돈 받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을 갚지 않는 상대방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렵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더욱이, 상대방에게 재산이 없거나 가족이나 타인에게 재산을 은닉 해놓았을 경우 관계는 더욱 악화되게 됩니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데 상대방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어 돌려 받지 못하기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이럴 때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숨긴 채 채무를 회피하고자 할 때, 그 재산을 가족이나 친척, 친구, 가까운 지인 등 제3자에게 명의를 넘기는 것을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주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나 건물을 명의신탁하여 빼돌린다거나 순위에서 밀려있는 채권자에게 먼저 변제하는 행위 등도 사해행위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게 되면 정작 채권자는 변제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해행위가 있을 때, 그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강제집행 면탈죄로 고소할까?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의 권리보호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강제집행의 기본이 되는 채권자의 권리, 즉 채권의 존재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요건입니다.
이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채무자가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 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 즉 적어도 채권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사행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를 하는 것이 적합할지, 사해행위 취소소송 진행을 하는 것이 더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십니다. 형법상의 고소를 한다면 상대방에게 압박이 되는 효과도 강력하고 인지대와 변호사 소송비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 고소를 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재산을 숨기면서 남의 돈을 갚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돈을 받아내는 것이 형사고소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많이 드뭅니다.
우선, 강제집행면탈죄의 경우 재산을 은닉하거나 손괴, 허위양도 했을 때에 성립이 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히 이에 해당되는 경우만 처벌이 이루집니다.
강제집행면탈 고소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재산을 원상복구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상으로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형사마저 문제가 된다면 고소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해행위의 판단
사해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도 원칙적으로 채권이 있어야 하지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장래의 채권도 허용하고 있는데, 당시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마련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장황하게 설명이 되는 상황에 내 사례가 해당이 되어야만 합니다.
실무상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가등기나 양도담보로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를 살펴보면, 가등기에 기초해 본등기가 경료된 경우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명백히 다른 것이 아닌 한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가등기의 원인된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양도담보의 예약이 체결된 다음 예약완결권의 행사에 기하여 채권이 양도된 경우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양도담보 예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의 효과
만약, 사해행위인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로 취소되어 해제되면 그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함에 따라 각 매매당사자는 당해 계약에 기한 급부가 없었던 것과 동일한 재산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합니다.
이처럼 원칙적으로 원물반환의 방법에 의해 원상회복을 하여야 하지만 원물의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가액반환의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하여야 하고(민법 제548조 제1항, 제747조 제1항), 여기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는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법칙 또는 거래 관념에 비추어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게 됩니다.
사해행위나 강제집행면탈 행위는 실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상황이 안 좋아진 채무자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는 행위라서 이해도 가지만, 차라리 회생이나 파산을 통해 정상적인 회복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해행위나 강제집행면탈이 부동산에 대해 이루어지는 경우 실제로 그러한 시도가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법률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박관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강남 부동산팀장]
고려대학교 법학과,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졸업
석사 논문: 불공정한 세무조사와 그 법적 구제
사법연수원 34기
경기남부경찰청 인권위원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부동산 관련 업무 20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대표
현 법무법인(유) 강남 부동산팀 팀장
다수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 자문,
부동산 관련 시공사 자문, 신탁사 및 금융사들에 자문 중
[로리더 손동욱 기자 twson@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