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정난숙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 20일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노조법으로 규제돼 법에 사각지대가 만들어 놓여있다”면서 “자본과 정권이 헌법을 배반한 노조법을 내세우며 노동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은미ㆍ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강성회 진보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노조법 2ㆍ3조 개정 촉구! 서비스산업 하청ㆍ간접ㆍ특수고용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합법적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과정에 참여한 행위자 각각에 대한 과다한 배상책임을 막기 위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손해배상 책임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개인이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해졌다.
이 자리에서 실태 증언으로 나선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정난숙 비상대책위원장은 “펭귄ㆍ타조ㆍ닭과 비둘기ㆍ독수리ㆍ제비의 차이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펭귄과 타조와 닭이 날지 못한다고 특수하다고, 특수하기 때문에 새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비유로 발언을 시작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2018년 6월, 특수고용노동자 재능교육의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할 권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10월, 동종업계인 대교의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기까지 2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2023년 현재까지 동종업계인 교원구몬의 학습지 노동자들에게는 특수하게 '노조할 권리'가 없다”며 “교원구몬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 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교원구몬 사측은 명확한 법적 판결이 없는 한, 교원구몬의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고 공문을 통해 수차례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단결하고 깃발을 올린 지 24년이 됐다”면서 “재능교육이 단체교섭을 여섯 차례 체결하고 대교에서도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교원구몬의 학습지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기본권을 부정당하고, 노조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단체협약이 없는 교원구몬에서는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1만 2000원', '6000원, '0원'으로 학습지 노동자의 수수료를 회사 마음대로 삭감하고 있으며, 사측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수년간 교원구몬의 학습지 노동자들은 삭감된 임금으로 생계의 절망과 부정 영업의 고통 속에 지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1999년 11월 7일, 재능교육의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2021년까지 23년 동안 여섯 번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며 “정상적인 갱신 기간을 반영했다면 열한 번을 체결했어야 할 단체협약”이라고 지적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를 노동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해 노조라 할 수 없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해 단체협약이라 할 수 없다’던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판단을 근거로 재능교육은 학습지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며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에서 단 한 차례도 성실하게 임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재능지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지키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삭발, 천막농성. 단식농성, 고공농성 등 안 해본 투쟁이 없었다”며 “사족의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 탈퇴공작, 구사대폭력, 압류와 가압류, 구속 그리고 함께 울고 웃으며 투쟁하던 조합원의 장례까지 치르며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한 20년을 처절하게 버텼다”고 말했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대교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간부들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부정영업을 언론에 알렸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을 집단 해고했다”며 “해고를 막겠다고 시작한 천막농성으로 노동조합 위원장은 구속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교지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함께 지키던 동료들을 떠나보내면서 22년 동안 피울음을 삼키며 노동조합의 깃발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교원구몬의 조합원들은 어떻게 더 처절해야 하고 얼마나 더 피울음을 삼켜야 '노조법상 노동자'가 되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단체교섭을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교원구몬의 학습지노동자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특수한 날개가 달린 것이냐”고 재차 따졌다.
그는 “진짜 특수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노조법으로 규제하며 현법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그보다 더 특수한 것은 헌법을 배반한 노조법을 내세우며 노동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삼는 자본과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정난숙 비대위원장은 “헌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첫걸음, 노조법 2ㆍ3조가 제대로 개정돼야 한다”며 “누구나 노조할 권리, 노동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는 천부인권. 차별받아야 하는 특수한 노동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실태 증언자로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정욱 본부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로레알지부 강정구 법규국장,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SH공사콜센터지회 채윤희 지회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삼경무역지부 신주리 사무국장, 학습지노조 정난숙 비상대책위원장,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ㆍ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 전국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배달플랫폼노조 홍창의 위원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 손재광 전국분과장이 발언에 나섰다.
또 이 자리에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조직의 조합원 수십명이 참가했고, 이들은 사회를 맡은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진짜 사장 책임법, 원청ㆍ하청 격차 해소법,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국회는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시도를 거부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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