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박병민 부장판사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사법개혁 토론회에서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에 대한변협 평가 반영 등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한국입법학회(회장 이우영)는 11월 20일 서울시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법개혁 토론회다.
개회사는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이우영 한국입법학회장(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회 좌장은 대한변협 부협회장이자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가 진행했다.
주제발표는 김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와 김기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신이,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가 맡았다.
토론자는 ▲박병민 부장판사(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이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서린,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양은경 조선일보 법조전문기자가 참여했다.
첫 번째 토론자는 박병민 부장판사(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였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동부지법 등에서 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낸 법원조직법 개정안(이하 사법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안의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대법원의 법률심 내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대법관 증원 찬성론 중 “민사 사건은 상고 기각이 많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굳이 상고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견에 대해, 박병민 부장판사는 “이는 결국 법원의 사실심 재판에 대한 불신을 말하며, 하급심 법관 입장에서는 뼈아픈 비판이다”라고 인정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2배로 증원하는 것은, 법적 분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고,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 국민 다수가 수긍할 결론을 도출해야 될 법률심 내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또 “대법원은 역사적으로도 여성의 존중한 지위 인정 여부, 존엄사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과 관련한 국민의 인권 보호와 관련한 새로운 법리와 결론을 많이 냈는데, 그러한 기능들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일선 법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기간에 걸친 대법관 수의 급격한 증가가 이른바 코트 패킹(court-packing), 즉 정치적 논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한된 자원 아래서 재판 제도의 중심이 돼야 할 하급심 재판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병민 부장판사의 토론문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대법관 증원론의 반대론 내용은 ▲전원합의체 무력화 ▲법령의 통일적 해석을 위한 상고심 제한은 불가피 ▲증원 이후에도 대법관이 연간 2000건 상당 사건 처리 불가피 ▲한정된 사법지원의 대법원 이동으로 1, 2심의 사실심 약화 ▲소부나 전원합의체 사이 모순된 판결이 나올 우려 등이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권을 갖는 현행법(헌법 104조 2항) 및 이를 견제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이를 개선하려는 사법개혁안 내용(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개편)에 대한 평가도 전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토론문을 통해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혼자 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과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사법개혁안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그러면서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활동 자체가 (헌법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고유의 제청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적 한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 포함시키자’는 사법개혁안에 대해 박병민 부장판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법원장,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과 대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후보추천위원이 돼야 한다는 논리는 부당한 결부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병민 부장판사의 토론문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은 다음과 같은 입장이다.
▲추천위원 중 당연직 4명(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대법원장 영향력 아래 있지 않음 ▲현 규칙상 대법원장은 명백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피천거인 모두를 제시해야 하므로 대법원장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도 적음 ▲ 헌법재판소가 대법관 구성에 관여할 근거는 없음 등이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안 중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법관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법원의 전통적인 입장은 평가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공정한 재판 침해 우려가 있어 소극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대한변협의 법관 평가에 대해 “제도 자체는 잘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고, 좋은 피드백이 있었고, 언론에 부적절한 사례도 많이 공개되면서 법관들이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사법의 수요자이자 법률 전문가로서 변호사의 평가가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이를 법률이라는 상위 규범 차원에 정식 반영하는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없지는 않다”면서 “(소수의 극단적 평가에 의해) 과소대표될 위험도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토론문을 통해 “현행처럼 비규범적 평가만으로도 재판 독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법관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현행 법관인사위원회가 판사 연임을 심의할 때, 대한변협회장이 선임한 변호사 2명이 위촉되므로, 변협의 축적된 평가가 위 통로를 통해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병민 부장판사의 토론문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대한변협의 법관평가 반영에 대해 ▲재판 승패, 절차 진행에 따라 평가가 좌우될 염려 ▲법관 독립 침해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박병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판결문 공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전했다.
현재 형사사건의 경우 2013년 1월 1일부터 확정된 판결, 민사의 경우 2015년 1월 1일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1월 1일 선고된 판결은 전부 공개하고 있다. 다만 비실명 처리, 인터넷 검색 불편, 수수료(건당 1000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판결 대부분이 공개가 돼 있다”면서 “지금 문제가 되는 건 2013년이나 2015년 이전의 과거 판결인데, 이는 비용의 문제라서 국회에서 예산 주고 법을 통과시켜 주시면 법안에서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형사 판결서(판결문)는 선고 확정이 안 되면 공개를 안 하는데, 이는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든지 판결 결과가 나중에 뒤집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명예훼손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판결문 발급) 수수료 면제, 비식별화 개선 등은 예산의 문제라서, 예산만 가능하면 법원도 충분히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찬성 입장도 전달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관련해서는 국회 추진안에 대해 법원에서도 다 동의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박병민 부장판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한 법관 대면 심리 도입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구체적인 집행계획 기재 ▲압수수색영장 집행시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박병민 부장판사는 “미국 변호사협회 자료를 보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해달라는 성명이 많지만, 국회를 상대로 법원의 재판 독립 지지 선언, 법원 예산 증액, 법관 신변 보호 등에 대한 지지 선언도 많이 한다”면서 “법원의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은 변호사의 직무와 사명을 위한 필수 전제”라면서 변호사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