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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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의 일환으로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방향으로 정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긴급좌담회 개최를 예정했다.

경제개혁연대ㆍ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ㆍ이로움재단ㆍ참여연대는 오는 10월 14일 10시 30분,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서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 진단과 대안 모색 긴급좌담회를 공동주최한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배임죄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신속히 대체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좌담회 공동주최 측은 “배임죄가 남용돼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며, 오히려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가 제대로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배임죄를 폐지한다면 총수일가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범죄를 처벌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들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입법을 마련하겠다면 규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사 제도부터 강화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면서 “경제형벌 완화를 추진하기 전에 주주대표소송 요건 완화,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 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 강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하지만, 어떠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9월 24일 발표한 논평에서 “형법상 배임죄는 실무상으로 계속 적용되면서 총수일가와 지배주주의 전횡을 억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폐지하면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여당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와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용인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3%룰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연이은 상법 개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와 반대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경실련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한국 재벌과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현실을 고려할 때, 배임죄는 기업 경영자들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핵심 장치이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실련은 “민주당은 ‘경영 위축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부당합병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중대한 사건들에서 배임죄가 공정한 책임 추궁의 최소한의 수단이 돼 왔다”며 “배임죄 폐지는 곧 재벌 총수와 대기업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이는 소액주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
민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역시 성명을 통해 “독일과 일본도 명문으로 배임죄를 두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 국가도 기업하기 나쁜 나라냐”면서 “배임죄는 경제적 신뢰를 지키는 장치이며, 재산을 보호하고, 위임관계 속 신뢰를 지탱하며, 재산소유자가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민생경제위는 “경제적 신뢰가 무너진 나라에 어느 투자자,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배임죄 폐지 주장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는 9월 30일 논평을 통해 “그간 배임죄 폐지를 주제로 한 입법 논의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배임죄의 경우 법리로 인정되어 온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나, 사문화된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가중처벌에 관한 목소리는 있었어도, 배임죄 폐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에서도 최근에 배임죄 폐지가 담긴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형법상 배임죄에서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위배 행위’ 등 구성요건 자체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판결을 통해 형성된 많은 법리와 해석이 추상성이나 공백을 채워왔고, 이는 다른 형벌조항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범죄와 큰 차이가 있다면, 배임죄는 대체로 회사의 대표자나 지배주주 등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벌총수들은 경영상 판단이 과도하게 인정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10월 14일 긴급좌담회에는 이상훈 변호사(이로움재단 이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장진환 박사(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 김남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장), 한경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등이 패널로 참가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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