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이 판매한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신탁 공모펀드가 99.99%의 손실률로 사실상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자, 벨기에 펀드에 투자한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11시 금융감독원과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선 삶의 붕괴’를 상징하는 꽃상여를 동원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피해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과 KB, 우리은행이 판매한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 펀드에서 전액 손실이라는 결과가 발생해 경제적ㆍ심리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해당 펀드는 유럽(벨기에)의 안정적 오피스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개됐으나, 선순위 대출 미상환에 따른 강제 매각으로 투자자들은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펀드 판매사들은 리스크 고지와 사건 설명을 하지 않았고, 대출 구조와 해외법인 자산관리 방식의 복잡성을 투자자에게 철저히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닌, 정보 비대칭과 불완전판매, 구조적 불투명성 등 복합적 문제에서 비롯된 금융소비자 보호 실패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날 100여명의 피해투자자들은 “사기펀드, 벨기에펀드. 김성환은 물러가라”는 팻말을 들고 나와,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꽃상여’를 실은 트럭에는 “국민들은 황천길, 금융 재벌들은 돈 잔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였다.
피해 투자자들은 “문제의 펀드를 한국투자증권이 약 600억원, KB와 우리은행이 약 300억원을 총 2500여 명에게 판매했다”면서 “상품을 판매할 당시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이, 벨기에 정부가 100% 임차해 원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매매 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고수익의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라고 판매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피해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과 KB, 우리은행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함에도 금융회사들은 모든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면서, 피해자들이 상품의 주요 내용과 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했으며, 투자 설명서도 받았으므로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항도 없다”면서 “(금융회사들은) 일체의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하거나,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소수의 피해자에는 자체적으로 정한 배상 기준인 20~50%를 차등 보상하겠다는 동의할 수 없는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 피해투자자 대책모임’의 김화규 회장은 “우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고, 믿고 투자를 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투자금) 전액 손실과 책임도 없는 불완전 판매였다”면서 “금융감독원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최근 상황에서 금감원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 피해 투자자는 2019년 6월 17일, KB 직원이 가입을 권유하면서 설명한 상품 내용을 설명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피해 투자자는 “(판매자는) 해당 상품은 벨기에 정부가 2030년까지 전층 임대하는 계약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며, 잔여기간이 15년이나 남아 있고, 임대료는 물가 인상에 따라 인상된다. 만약 디플레이션으로 임대료가 떨어진다면 수익 배당금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 투자자는 “판매자는 ‘본 상품은 해당국의 경제가 붕괴하지않으면 원금 및 배당 수익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더욱이 벨기에의 경제가 붕괴할 정도면 전 세계 경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어느 국가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어 ‘투자 기간은 4년이지만, 자산 매각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신탁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한 것이지만,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임대 수익이 발생하므로 배당금 지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피해 투자자는 “녹취를 확인해 보니, 투자금 전액 손실의 주원인인 선순위ㆍ중순위 대주주의 존재 여부와 부동산 가격 하락 시 후순위 투자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계약기간 종료가 가능하다는 점, 특히 일정 수준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선순위ㆍ중순위 대주주에게 투자 원금을 먼저 상환하고, 남은 재원이 있을 때 후순위 투자자에게 상환한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적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 투자자 한 명도 해당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13쪽에 달하는 한국투자증권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 계약서를 받아본 사람이 있느냐”면서 “한국투자리얼에셋 운영사는 해외 현지에 우리 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선순위 대주주가 무엇을 하는지 현지 이사를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강제 매각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투자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 있는 공식 사과 ▲피해자 원금 회복 대책 수립 ▲금융당국의 즉각적인 진상조사 착수 및 제재 조치 ▲펀드 설계 및 판매 과정에서의 구조적 문제 조사 ▲유사 해외 부동산 펀드 전수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벨기에 펀드에 5000만원을 맡긴 한 투자자는 평가금액이 500원으로 쪼그라들며 ‘수익률 –99.99%’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나왔다.
이날 피해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한국투자증권 본사까지 꽃상여를 앞세워 행진하며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소비자는 외면하고 금융사만 감싸는 금감원을 규탄한다!”
“불완전판매 묵인한 금감원은 각성하라!”
‘벨기에펀드’ 피해투자자들은 특히 “‘안정성’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소비자를 방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금융사 및 감독당국은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들과 개별적인 배상 협상이 진행 중이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배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