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은 11일, 유심(USIM)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일어난 SK텔레콤을 상대로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소비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한국소비자연맹은 SKT의 유심 개인정보 유출로 다른 이동통신사로 변경하고 싶었지만, SKT의 위약금 요구로 인해 변경하지 못한 소비자들과 함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SK텔레콤 이동통신가입자의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 ▲SK텔레콤 이동통신서비스 해지로 인해 발생하는 결합상품 위약금에 대한 손해배상 ▲해당 사건 해결을 위해 들인 시간 및 노력, 불안감과 같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SKT와 정부, 국회에 피해구제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이미 지난 5월에만 약 45만 명의 SKT(SK텔레콤) 가입자들이 다른 이동통신사나 알뜰폰으로 옮겨간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위약금이 없거나, 있더라도 내고 옮기겠다는 사람들만 45만 명인데, 위약금 때문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주호 팀장은 “위약금 때문에 옮기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위약금을 면제할 필요가 있는데, SKT는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에서는 거절하는 것과 다름없는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로 참석한 소비자 이OO 씨는 “S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알뜰폰 사용자였기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문득 언론 기사를 다시 살펴보고 유출 대상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그날 부랴부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접속 마비로 하지 못하다가 겨우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후 유심 교체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알뜰폰 사업자가 이런 사태를 예상한 적이 없었던 모양인지 이 또한 접속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알뜰폰 회사로부터 안내 문자를 받은 기억은 없고,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팝업창으로 뜨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회사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느냐고 묻거나 반응을 할텐데, 사실 개인마다 불안에 대한 감수성은 다를 것”이라면서 “당장 올해, 또는 내년에 피해가 없다고 해도 3~4년 뒤에 어떤 피해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연로한 아버지도 SKT 알뜰폰 사용자인데, 이 회사는 홈페이지마저 없어서 유심보호서비스 신청을 하지 못했다”면서 “지난주에 겨우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가입했고, 지금도 스팸문자나 스미싱 등이 오면 무시하고 지우라는 말만 수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씨는 “SKT 해킹사태로 노인들은 핸드폰을 끄고 있으면 다 되는 줄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안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한범석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소비자분과장)는 “SK텔레콤에서 벌어진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서 용량으로는 9.82GB, 건당으로는 2600만 건 이상이 유출됐다”면서 “이와 관련해 민관 합동 조사단이 발견한 SKT의 행위를 보면,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임시 파일 형태로 서버에 보관돼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범석 변호사는 “또한, SKT의 해킹 침해가 발견된 이후 24시간 내에 신고해야 함에도 즉각적인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지연으로 법 위반이 있었다”면서 “SKT 서버의 로그 기록이 약 4개월만 보관되고, 해킹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 범위 확인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로그 관리 미흡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범석 변호사는 “이어서 SKT 서버 3만 대를 검사한 결과 23개의 서버에서 25종류의 악성 코드가 발견되는 등 광범위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면서 “SKT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소극적으로 안내해 이용자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범석 변호사는 “신고인들은 본인과 가족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뭐가 유출됐는지,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안내를 받은 바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내를 받은 바가 없다”면서 “단지 유심을 교체하라, 2차 피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만 원론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범석 변호사는 “그런데도 SKT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축소했고,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신청자에 한해서 제공하다가 나중에 비판이 생기고 나서야 확대하는 등 소극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 사태로 통신사를 이동하고자 하는 가입자들에게 SKT는 국회에서도 위약금 면제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범석 변호사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하면, 약관에 따라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고, 이와 관련해서 경영진에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다”고 SKT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범석 변호사는 “가입자들은 정상적이고 안전한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을 하기 위해 가입한 것이고, SKT의 취책 사유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계약상의 불이익이 된 것”이라며 “이후 피해 구제에 적극적이지도 않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한범석 변호사는 “이에 따라 약관을 위반한 SKT에게 가입자가 타사로 옮기기 위한 해약을 요구했을 때 오히려 SKT 측에 위약금이 발생한다”면서 “그런데 SKT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나온 적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감에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피해 당사자 이 씨, 한범석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소비자분과장), 김은정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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