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11일,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사태 피해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두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피해 보상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사회적으로도, 기업으로서도 이후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KT는 가입자 식별키 기준 2695만 7749건의 유심정보가 유출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 사태에도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피해자 3266명을 대리해 개인정보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청에 대해 대리인단은 “SKT가 통신망 인증에 사용되는 핵심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안아 대규모 유출을 초래한 사건에 대해 법률상 책임을 묻고 실질적 구제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다양한 로펌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피해자들을 대리해서 SKT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는 것 같다”면서 “오늘 민변이 주도해서 분쟁조정신청을 하고, 참여연대도 소비자 분쟁조정절차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선임간사는 “그러나 우리나라에 집단소송제가 있었으면, 이렇게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도 일부 대표성을 인정받은 몇 명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그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도 같은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면서 “언론에서 계속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집단소송’과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선임간사는 “한국의 ‘집단소송’은 집단적인 사람들이 원고가 돼서 소송을 청구한다는 의미지, 집단소송제와는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이면서 이지은 선임간사는 미국 T모바일의 사례를 설명했다.
T모바일은 2021년, 전ㆍ현 고객 및 잠재적 고객 766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소비자들은 법원에 T모바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T모바일은 소비자들에게 3억 50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해 소비자들은 1인당 최대 2만 5000달러의 보상을 받게 됐다.
이지은 선임간사는 “만약 한국에도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있었다면, 여러 로펌이 각각 수많은 피해자들을 모아서 법원에서 일일이 위임장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신, 몇 명이 대표로서 법원으로부터 피해 당사자로 인정받아 소송을 진행한다면, SKT는 중간에 합의를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소송을 끝까지 해 손해배상을 인정받는 것보다 중간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이미지 차원에서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선임간사는 “피해자가 많더라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고, 민변이나 로펌에서 진행하는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것에도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개인에게는 적은 손해배상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2700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에게 모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나 기업에게는 굉장히 큰 액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는 지난 2024년 8월, 김선수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국회에 입법해달라고 요청한 법안 중에도 포함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집단소송제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민사상 디스커버리 제도와 함께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제22대 국회에서는 백혜련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단소송법안’, 박주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차규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단소송법안’ 등 세 개의 법안의 계류 중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채완 민변 사무차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하나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고민성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 김은진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 김병욱 변호사,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개인정보 유출 SKT를 철저히 조사하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SKT는 제대로 배상하라!”
“전국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