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8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절차와 판결이 왜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는지 설명하라”면서 “우리의 동료가 당신들이 원하는 신속한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 그 많은 기록을 만들어 보내느라 혹사당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1일,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대법원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이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다.
이 자리에서 법원공무원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하던 중 대법원의 판결 선고를 듣게 됐다”면서 “그 후로 우리 사회는 또다시 잠 못 드는 밤을 맞이했다”고 회상했다.
이정윤 지부장은 “무엇이 이리 불안을 가중하는 것인지, 무엇이 우리를 잠시 정리됐던 일상을 만끽할 새도 없이 혼돈으로 몰아넣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선고 결과가 우리 예상과 달라서? 아니면 선고 절차가 수십여 년간 봐왔던 여느 절차와는 달라서였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법관의 숙명은 판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관의 숙명인 2개의 판결 이후 우리 사회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대한민국은 초긴장의 상태였고, 예상보다 너무 늦은 판결의 선고를 대비해 혹시 모를 내전을 우려할 만큼 긴장이 높았지만, 탄핵 선고 이후 우리 사회가 우려했던 큰 혼란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정윤 지부장은 “차분히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들을 하며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라고 여겼고, 광장에서 힘들었던 민중들은 밥 벌어 먹고살기 위해 일터로 돌아갔다”면서 “그랬던 우리 민중들이 다시 들끓고 있다. 조용했던 우리 사회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12.3) 계엄 이후 수십여 년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들이 법원에서 일어났다”면서 “특정 사람과 특정 집단에게만 부여됐던 독특한 해석과 절차, 우리 시민들은 이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혜를 언급한 것이다.
이정윤 지부장은 “이례적인 상황들이 반복되는 상황이 과연 법치주의에 기반한 것들이었는지, 그 결과가 삼권 분립의 결과가 맞는 것인지 우리는 의심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몰고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내용이라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고, 이에 대해 법원은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게 사회가 묻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법원은 법원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쌓아왔던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사회는 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고, 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윤 지부장은 “사회는 법원이 아직 죽지 않은 권력자의 편에서 기득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집단의 우산이 되는 역할을 신속하게 수행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짜 놓은 전략을 실행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불안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공무원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시민으로서 묻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절차와 판결이 왜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는지, 왜 우리가 정당하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라”면서 “나는 우리의 동료가 당신들이 원하는 신속한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 그 많은 기록을 만들어 보내느라 혹사당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윤 지부장은 “당신들의 사법 쿠데타로 명명되는 판결에, ‘그렇지 않다’고 사회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계엄군이 돼 버리는 법원 직원의 몰락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판결 선고에 언급한 것처럼, 그 정도 판단도 시민인 내가 하지 못해 (선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수준으로 비친 시민인 내가 개돼지 취급을 받은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언제까지 밤잠을 설치고 광장으로 나가야 하는지 열통이 터진다”고 강조했다.
이정윤 지부장의 비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 이유에서 “어떤 사실이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 것인지는, 그 사실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유죄취지로 본 것을 겨냥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한 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 역시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정도를 달리 해석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선거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명목 아래 수사기관 또는 법원이 올바른지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결국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넓히는 구시대적 사고”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은 “명목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알권리의 범위를 선별하고 조율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정윤 서울북부지부장은 “끝을 알 수 없는 막장드라마를 이제는 꺼버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복소연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이성민 법원본부장,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대변인, 전은숙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 이정윤 법원본부 서울북부지부장, 정영국 법원본부 부산지부장, 최자성 법원본부 광주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제창했다.
“사법 독립 훼손하는 조희대는 사퇴하라!”
“국민이 주인이다. 사법쿠데타 중단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