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가 위헌 논란을 빚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하며 재판관 임명절차를 중단시켰다.
헌재는 16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헌법소원심판(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확인)과 함께 낸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는 4월 18일 임기만료로 퇴임할 예정인 문형배ㆍ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에 다음날(4월 9일) 김정환 변호사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행위 등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벗어났고, 그에 따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이 신청인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을 재판하게 돼 신청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25헌마397)을 청구했다. 또한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 시까지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함께 했다.
헌법재판소는 주문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4월 8일 이완규ㆍ함상훈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한 행위에 기초한, 국회에의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등 일체의 임명절차의 속행을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2025헌마397)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 가처분 인용 여부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판을 지명해 임명하는 행위로 인해 신청인(김정환 변호사)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런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2명)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임명 의사를 공표함과 동시에 임명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그에 따라 권한대행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날부터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 및 제3항이 정한 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임명동의안 등의 회부 등) 2항은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3항은 “부득이한 사유로 2항 규정에 의한 기간 이내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해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에 대통령은 2항에 따른 기간의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재판관 등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않는 경우에 대통령이 재판관 등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하는 재판관에 대한 임명절차의 특성, 권한대행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한 발언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권한대행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 이상, 현 시점에서는 권한대행이 가까운 장래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는 등의 후속절차를 진행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고, 이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 선고 전에 두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 가처분신청의 본안심판이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덕수 권한대행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나면, 신청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 있다”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나면, 신청인(김정환 변호사)이 적시에 두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다투거나, 두 후보자가 헌법재판의 심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두 후보자가 관여해 종국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따라서 신청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회에 인사청문요처안을 제출한 날부터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 및 제3항이 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으므로, 가처분 인용을 통해 손해를 방지할 긴급할 필요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될 것이나, (문형배ㆍ이미선) 2인의 재판관이 퇴임한 4월 19일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7인 체제에서 재판관 의견이 ‘5 대 2’ 또는 ‘4 대 3’으로 나뉘는 경우 2명의 새로운 재판관의 임명을 기대려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의 혼란 우려
◆ 헌법재판 신뢰 중요하게 판단
헌재는 “반면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한덕수 권한대행이 두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인데,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임명행위로 인해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경우 두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법재판소의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도 짚었다.
헌재는 “만일 두 후보자가 관여한 결정에 대해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돼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재심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때까지 두 후보자가 관여한 다수의 헌법재판 사건에 대해 재심이 이루어짐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이 사건에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됐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됐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며 “신청인의 가처분신청은 이유 있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하기로 결정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