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내 노사관계에서 문제점이 불거지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노동자들과 지역사회가 가졌던 기대감이 약화되며, 오히려 불만과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은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한화그룹 사업재편의 문제와 노사관계 전망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현일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화그룹에 인수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인수되자마자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는데, 20년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로 기대감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황현일 교수는 “그런 기대감에는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 안정 등 여러 가지가 있었고, 조선산업 경기가 오랜만에 회복돼 앞으로도 잘 나가기를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특히 노동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현일 교수는 “2022년 조선소 하청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했던 51일간의 파업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화가 책임자는 아니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2024년 올해 1월에는 하청 노동자를 중심으로 2건의 사망 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현일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노동자들과 지역사회가 가졌던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으며, 오히려 거제 지역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서 한화오션이 들어와서 좋아진게 뭐냐’는 불만과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현일 교수는 “기업이 인수되고 나면 노사 간 긴장감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극단적인 노사 갈등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한화오션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은 한화그룹이 노사관계나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화그룹의 대략적인 역사를 요약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현일 교수는 “한화그룹의 전신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설립한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로, 해방 이후 현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버지인 김종희씨가 지배인이 됐고, 1946년 관리인으로 지명됐다”며 “1952년 조선화약공판은 귀속기업 불하대상이 됐고, 여기서부터 한화그룹이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황현일 교수는 “한화그룹은 원래 한국화약 주식회사의 약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화약을 유통하는 기업에서 시작했다”면서 “한국의 다른 많은 재벌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화약 기업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화약을 비롯해 이런저런 사업체들을 인수하면서 IMF 전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황현일 교수는 “한화그룹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세인 김승연 회장이 부임한 1981년”이라며 “김승연 회장이 1981년부터 오랫동안 회장직을 하면서 1994년 한화라는 이름으로 그룹의 이름이 통일됐고, 다른 재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MF 때 타격을 입어 구조조정을 당하고 빅딜을 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현일 교수는 “한화그룹의 노사관계에서 알아야 할 내용으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화그룹이 사업을 확장하게 되는데, IMF 이후 가장 첫 번째 사업확장 대상은 금융이었다”면서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해상보험을 인수했는데,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해상보험에는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었다”고 말했다.
황현일 교수는 “2002년 이전까지 한화그룹 내에도 크고 작은 노동조합 설립의 움직임은 있었지만, 노조다운 활동을 한 첫 번째 계기가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한 2002년부터”라며 “당시는 사무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황현일 교수는 “그 다음에 한화그룹 차원에서 중요했던 인수는 2014년 11월, 삼성그룹의 4개(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의 계열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그리고 중요한 것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한 것이 또 하나의 큰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황현일 교수는 “한화그룹 내 노사관계의 역사도 이러한 한화그룹의 인수합병 시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구 삼성그룹의 계열사(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생겼다”면서 “한화그룹이 인정한 구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한화그룹의 기존 주력 업종과는 달리 제조업에서 생산직, 현장직 노동자들이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이전의 노사관계와는 결이 다르게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화그룹 내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노사관계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황현일 교수는 “2023년 5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에 소속된 총 5개(한화생명보험 및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갤러리아,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업장의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1182건의 응답지를 분석한 결과, 화이트칼라 중심의 한화생명보험 및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갤러리아의 응답과 나머지 생산직 중심 사업장에서의 응답에 차이가 있었다”고 정리했다.
황현일 교수는 “특히 회사에 대한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묻는 설문에는 생산직 분야의 세개 사업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토탈)에서 자부심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황현일 교수는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도 원만하지 않다는 인식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4%, 한화토탈 77%, 한화시스템 54%로 제조 분야의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면서 “반면 한화생명이나 한화갤러리아는 노사관계에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원만하지 않다는 인식이 20% 밑으로 떨어졌다”고 비교했다.
황현일 교수는 “회사의 노조에 대한 태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는 88%, 한화토탈에서 80%, 한화시스템에서 72%의 응답자가 ‘(회사가)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화의 노사관계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황현일 교수는 “첫 번째로 한화그룹은 노조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 하위 파트너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화그룹은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노조가 제기하는 의제는 임금과 근로 조건에 관한 것에만 국한하려고 하며, 근로조건 건의 사항도 계열사 안에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황현일 교수는 “특히 계열사에서 이뤄지는 노사문제는 그룹의 결정과 무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공간을 계열사 안으로 한정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노사관계의 책임성을 회피한다”면서 “그래서 계열사에서 노사 교섭을 할 때는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지만, 본사와의 직접 교섭은 실현된 경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황현일 교수는 “두 번째로, 한화그룹이 아닌 계열사 차원에서도 노조는 하위 파트너로 간주된다”면서 “이는 계열사 경영 의사결정에 노조가 개입하는 범위와 관련해 경계가 강하게 설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황현일 교수는 “계열사 차원에서 노조는 임금이나 근로 조건에 관련해서만 얘기하고, 나머지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하지만, 노조가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안에만 관여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은 간접적으로라도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쟁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황현일 창원대 교수는 “특히 모든 경영진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화 계열사의 일부 임원들은 생산직 노조를 ‘고졸 노조’라고 인식하며 한화그룹의 직원, 자산이 아니라 그냥 돈만 주면 일하는 정도의 관계로 생각한다”면서 “이는 경영진들의 구시대적이고 잘못된 노동자 및 노조 인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황현일 교수는 “세 번째로 재벌 그룹의 복잡한 기업 구조가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한화그룹은 크게 보면 방산제조 분야ㆍ금융분야ㆍ레저분야로 삼분돼 있고, 금융 부분이 한화그룹 전체의 재무를 담당하다 보니 노사교섭이 지연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 한화그룹 입장
<노사관계 법규 준수 관련>
“한화그룹은 노사관계 법규를 준수하고 노조와 상생하기 위하여 대화하면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토론회 과정에서 언급한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
<사업 재편 관련>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은 포트포리오 조정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승계와 관계가 없음.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은 노사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노사관계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진행하고 있음”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병조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실장, 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송덕용 회계사(회계법인 공감), 김명기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창원지회장, 김유철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 이성종 금속노련 한화시스템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사무금융노조 한화생명지부 조합원을 포함해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사업장 조합원들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