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화오션(대표이사 권혁웅)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소들의 수백억 흑자와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공존하는 부조리한 조선소 현실을 고발하러 국회를 찾았다.

“한화오션으로 이름이 바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2022년 여름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외치며 파업을 끝낸 지 오늘이 2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2년 동안 정부와 또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오늘 새벽같이 거제에서 달려왔습니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회견(사진=금속노조)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회견(사진=금속노조)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국회의원, 김태선 국회의원, 박해철 국회의원, 이용우 국회의원,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및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2일 오전 9시 20분 국회소통관에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이날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 그 후 2년 다시 한국 조선업의 갈 길을 묻는다”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오늘은 2022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이 끝난 날”이라며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쇠창살에 가둔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은 저임금과 차별로 고통받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했고, 그 외침에 한국사회는 뜨겁게 반응했다”고 2년 전을 떠올렸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이 끝나고 2년이 지나는 동안 조선업은 초호황을 맞았다. 빅3(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조선소 모두 2024년 1분기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하청노동자 저임금은 더욱 굳건히 유지되고 있으며, 임금 체불, 4대 보험료 체납, 업체 폐업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중대재해는 더욱 늘어나 2024년 6개월 동안 9건의 사고로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빼앗겼다”고 전했다.

“그래서 다시 국회를 찾아왔다”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초호황과 하청업체 폐업, 수백억 흑자와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공존하는 부조리한 조선소 현실을 고발하고, 이 같은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지, 한국 조선업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한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더 이상 숙련노동자가 조선소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떠난 노동자가 다시 조선소로 돌아오게 하려면, 젊은 노동자가 미래를 꿈꾸며 조선소를 자신의 일터로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조선소 직접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복지가 정규직 노동자의 8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고 다단계 하청이 아닌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는 상용직 노동자가 전체 하청노동자의 70% 이상은 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한국 조선업이 나아갈 길이라고 우리는 외쳐왔고, 투쟁해 왔다”고 말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재벌 조선소는 노동조합의 요구와는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며 “조선업 인력난으로 필요한 숙련노동을 이주노동자 고용 대폭 확대와 사외업체, 물량팀, 아웃소싱 등 다단계하청 고용 확대로 채웠다”고 비판했다.

하청노동자들은 “그 결과 하청노동자 저임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더욱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저임금을 견디지 못한 상용직 숙련노동자가 오히려 물량팀, 아웃소싱 등 다단계하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소가 낯설고, 작업도 익숙지 않고, 언어소통은 더더욱 어려운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조선소의 위험을 크게 높였다”며 “오직 더 많은 작업량이 중요할 뿐, 안전에 대한 고려는 할 수도 할 능력도 없는 다단계하청 고용 확대 역시 조선소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4년 조선소 중대재해의 가파른 증가는 우연이 아니다”며 “재벌 조선소가 큰돈을 안전에 쏟아부어도 죽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목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와 불공정거래 역시 여전하다”며 “원청이 단가, 시수, 능률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지급하는 낮은 기성금을 가지고 하청업체는 4대보험료 납부는커녕 하청노동자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청노동자들은 “재벌 조선소마다 수십억 원의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다음 달 기성금을 미리 당겨 받는 방식으로 원청에서 돈을 빌려 겨우겨우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를 포함하면,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은 드러난 체불액의 몇 배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와 이정식 노동부장관은 지난 3월 25일 조선업 상생협약 1년을 기념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원하청 사용자 등 떠밀어 만든 이름뿐인 상생협약으로 조선소 현장은 손톱만큼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고통스러운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생색내기식 상생협약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주어지고,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장인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개선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앞장서 가로막는 반헌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청노동자들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 타결 2년을 맞아, 우리는 한국 조선업이 갈 길을 다시 외치고 호소한다”며 “윤석열 정부와 한화오션이 잘못 선택한 길로 한국 조선업을 몰아가지 말라고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고 제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을 수용하고 거부권 행사 포기하라

▲ 정부는 다단계하청 고용 금지하고,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정책 중단하며, 노동비자, 사업장이동 자유 등 이주노동자에게도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 한화오션은 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 중단하고 조선하청지회와 직접 단체교섭에 응하라.

▲ 한화오션은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하고 하청노동자 임금 대폭 인상하라

▲ 정부와 한화오션은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고, 정규직노동조합과 동일하게 하청노동조합의 안전활동 참여를 보장하라

▲ 한화오션은 하청업체 기성금 인상하고,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책임져라

▲ 한화오션은 임금, 복지, 고용, 안전에 대한 원하청 차별을 철폐하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간담회(사진=금속노조)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간담회(사진=금속노조)

한편,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의원회관 10간담회실로 자리를 옮겨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투쟁 타결 2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press@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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