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11일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은 촌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왜 강제수사가 진행될 수 없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했다”면서 “하지만 담당수사관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초기 대응이 굉장히 늦어졌고, 강제수사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쿠팡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률대응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수사관 교체요청 및 공정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쿠팡대책위가 공개한 수사관 교체요청서에 따르면, “피고발인(쿠팡 주식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쿠팡CFS), 쿠팡주식회사 대표이사 강한승ㆍ박대준, 쿠팡풀필먼트 유한회사 대표이사 엄성환ㆍ정종철ㆍ무뇨스제프리로렌스ㆍ브라운라이언애셔 등)들이 매우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1만 6450명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활용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위법하게 취업제한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안의 중대성, 심각성을 고려할 때, 신속하게 강제수사 등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관은 형식적인 수사방식과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고발 대리인(권영국ㆍ김하나ㆍ김병욱ㆍ이수열 변호사)은 “(수사관이) 피고발인 회사들의 불합리한 해명과 반론에 대해 근거없이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현행법상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견해를 전제로 질의하며 부정적인 심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편파적인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의심할만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이 존재한다”고 수사관 기피(교체) 신청 요지를 밝혔다.
경찰청훈령 제1010호 범죄수사규칙 제9조 제1항 2호는 경찰관이 불공정한 수사를 했거나, 그러한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ㆍ구체적 사정이 있는 때에는 해당 경찰관에 대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2020년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있고 난 후, 이 부분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업무상 과실치상에 관련된 고소 대리를 진행했다”면서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면서, 그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소개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2020년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에 적절한 산안법상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업무 도중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났다는 내용을 근거로 피해자 10명 이상이 송파경찰서에 쿠팡CFS 등 관계자들을 고소ㆍ고발한 적이 있었다”면서 “2021년에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송파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엄연히 변호사가 선임돼 있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 일정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일부만을 불러 관계자 면담만 한 채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수사관을 교체해 재수사가 이뤄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당시 쿠팡CFS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피해자 중 일부가 송파경찰서에 와서 고소인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쿠팡이 재수가 없어서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해 피해자들에게 더욱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덧붙였다.
정병민 변호사는 “고소ㆍ고발인들의 수사관 기피신청을 통해 수사가 부적절했다는 것이 송파경찰서에서 드러났고, 수사관 교체 이후에 일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바 있다”면서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와 마찬가지로 담당 수사관의 초기 대응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교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서도 고소인 조사에 참여한 바 있는데, 고발인으로 나왔던 김혜진 활동가가 이 부분과 관련해 초기 강제수사 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면서 “이 사건은 1만 명이 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었고, 객관적인 물증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또한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개인정보를 수집ㆍ이용했다는 것을 진술했으므로 강제수사를 진행하는데 어떤 장애 요소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특히 이번 사건은 촌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고발인들이 강하게 강제수사를 희망했다는 점에서, 왜 강제수사가 진행될 수 없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초기 대응이 굉장히 늦어졌고, 강제수사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고소ㆍ고발인에게 ‘더 증거가 없느냐, 없으면 볼 필요도 없다’는 취지로 얘기하며 사회적 문제가 됐던 사건에 대해 경찰이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발 대리인들은 “사건 고발장이 2월 19일 접수된 후 22일 경에 연락해 온 담당 수사관은 본인이 3월 7일부터 18일까지 장기간 휴가를 갈 것이라고 했고, 이를 고려해 그 이후로 고발인 보충조사 일정을 잡자고 했다”면서 “고발인 보충조사는 3월 20일 경이 돼서야 이뤄졌는데, 담당 수사관은 본 고발건에 대해 언론보도를 참조하는 등 사전 조사를 한 흔적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또, 고발 대리인들은 “담당 수사관은 5월 8일 경 피고발인 회사 중 한 곳에 방문해 30분 동안 머물면서 쿠팡의 사내전산망을 조사하고 확인했다는데, 고발인이나 참고인이 동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피고발인 측이 유리하게 작출해놓은 환경에서 전산 시스템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은 담당 수사관 1명이 범죄 혐의와 관련된 단서를 찾는다는 것은 명백하게 불가능”이라고 지적하며 “5월 23일 이뤄진 참고인 조사에서부터 별다른 근거도 없이 그 자체로 비합리적인 피고발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노골적으로 피고발인들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정적인 심증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정말로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제로 경찰은 고발 대리인인 변호사들에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묻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고발 대리인들은 “담당 수사관은 소극적인 수사와 부실한 현장조사를 통해 피고발인들이 위법행위의 직접 증거를 모두 인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으면서, 이제는 피고발인들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며 고발인들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고발인들이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건을 그대로 종결하겠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대놓고 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병민 변호사는 “그러나 경찰이 말한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 불송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지 않으려는 부분에서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민 변호사는 “추후에 이런 사건이 문제가 됐을 때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이 고소ㆍ고발인과 달리 판단하더라도, 달리 판단한 부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는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으로도 충분한 여지가 있으므로 이 부분이 실제로 성실하고 충실하게 수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노무사)의 사회로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 고발 대리인 김병욱 변호사,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정병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 등이 발언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송파서는 편파수사 중단하라!”
“쿠팡에 면죄부, 송파서 규탄한다!”
“송파서에 공정수사 촉구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