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LG케어솔루션 방문점검원들이 10월 4일부터 평일 오후 6시 이후, 주말 노동 거부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가 이 같은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은 노사 상견례가 있었던 지난 3월 15일부터 10월 25일 15차 교섭에 이르기까지 임금교섭과 관련한 노사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서 비롯됐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로 불리는 LG전자 렌탈제품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전국에 약 4700명이 있다. 이들 전체가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특성상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기본급 없이 오로지 점검 계정(건)당 수수료만을 받는다.
LG케어솔루션지회 측은 “개인차량을 이용해 일하지만 차량유지비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2020년 노동조합 결성 후 작년 9월 노동조합과 ㈜하이케어솔루션 사측의 임금ㆍ단체협약 체결로 그나마 소정의 유류비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매월 2만원 남짓해 실제 소모하는 유류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 측은 “LG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은 매니저 모집 시 ‘자유로운 시간관리’를 특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매니저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며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LG케어솔루션지회는 “그럼에도 이러한 노동에 대한 대가는 터무니없다”며 “일반 근로자들이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대해 150% 보상받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평일 7시 이후, 토요일 12시 이후 점검업무에 대해 한 건당 2000원의 추가 수수료(일요일은 3000원)를 받는다”고 전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이마저도 사측은 월 15건 상한을 두고 15건이 초과되면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즉 매니저 한 명의 평일 저녁과 주말 근무에 대한 대가로 사측은 한 달에 많아야 3만원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고객이 원하는 방문 시간은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 그리고 주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매니저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며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 ‘온전한 주말’은 그림의 떡”이라고 비판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매니저의 생활 안정을 위해 계정당 점검 수수료 인상과 더불어 유류비 지원액 인상(현행 월 1만 4000원~3만 4000원), 헛걸음 수당 인상(현행 월 1만원~1만 5,000원), 평일 저녁과 주말 노동에 대한 추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거부하고 있다”며 “이에 지난달 4일부터 평일 저녁 6시 이후, 주말 노동을 거부하는 쟁의행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조합원들은 담당 고객들에게도 노동 환경을 알리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표하는 고객도 있지만, 다수 고객은 ‘LG 정규직인 줄 알았지, 이렇게 (특수고용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전혀 몰랐다’, ‘정당한 요구다’, ‘근무환경 개선을 응원한다’며 쟁의에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그동안 이런 사정을 모르고 주말에 와달라고 해서 미안하다, 이제부터 평일에 방문해달라’는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물론 항의를 표하는 고객도 있다”며 “고객 또한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로 일하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나 자녀가 아직 어린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일 저녁 6시 이전에 현실적으로 집에 있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이는 회사 정책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 매니저의 무조건적 희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하이케어솔루션 사측이 하루빨리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이번 쟁의를 시작한 이후로 매일 저녁 6시마다 노동조합 내부 SNS소통방 알림에 ‘6시에 퇴근하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토요일에 일을 안 하니까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아직 퇴근 못하신 분들 빨리 퇴근하고 쉬자’는 메시지가 올라온다”며 “쟁의를 실천하는 조합원들은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케어솔루션지회 김정원 지회장은 “이번 쟁의를 시작하고 나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일해 왔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을 유발해 죄송한 마음이지만, 이는 분명히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원 지회장은 “많은 고객이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응원해줘서 너무나 감사하지만, 우리를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당사자가 다름 아닌 사측이라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LG전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루빨리 임금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의 쟁의 행위에 대해 상급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정규단위는 성명을 통해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는 LG케어솔루션지회 쟁의행위를 적극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비정규단위는 “LG전자가 요구를 수용해야 LG케어솔루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라며 “특수고용,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조법 2ㆍ3조 개정안으로 모아졌다”고 짚었다.
금속노조 비정규단위는 “권리 취약 노동자가 20년 동안 외쳐왔던 노조법 개정안은 이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은 오랜 진통 끝에 11월 정기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속노조 비정규단위는 “만약 LG전자가 계속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 땅의 모든 양심과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것임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