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의료기기 제조사 세라젬에서 근무하는 한 방문점검원은 6일 “그동안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며 “회사가 힘들다고 고객들을 기만하고 있으니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가전노조) 세라젬지부(지부장 추선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세라젬 본사 앞에서 ‘고객 기만행위 규탄!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전노조 세라젬지부는 세라젬 직원 1450여 명 중 거의 모든 직군을 망라하고 있는 노동조합으로, 8월 3일 설립돼 ‘회사의 일방적인 조직개편과 직무전환, 임금(수수료)체계 변경으로 일상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려왔다’며 열악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세라젬지부는 “(회사가) 3년간 13회 제공하던 기존 정기방문점검 서비스를 1년간 2회로 일방 축소하고, 고객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가점검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점검일감을 줄이고 영업전담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방문점검 서비스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는 고객들의 원성까지 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젬지부는 “게다가 설치ㆍ수리기사들에게까지 영업을 강요하면서 실적이부진한 경우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환경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일터에서 내쫓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현장발언문을 전달한 한 직원은 “처음 세라젬에 입사했을 때 정말 가슴이 뿌듯하고 벅찼다”며 “의료기기를 구매하신 고객님 댁을 방문하여 제품 설명도 해드리고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가 저의 업무라고 해서 입사했다”고 밝혔다.

현장발언을 대독하고 있는 세라젬지부 조합원
현장발언을 대독하고 있는 세라젬지부 조합원

그는 “거기에 건강 체크까지 해주니 고객님들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며 “친절해서, 고마워서 다른 고객에게 소개도 많이 해주고, TV, 냉장고, 세탁기, 많은 가전제품을 사서 사용했지만, 세라젬 같은 회사 없다고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고객에게 정말 한 집이라도 더 열심히 방문해 구매한 제품에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면서 “한 대의 판매 수수료가 10만원인데, 그땐 그냥 영업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해당 직원은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는 고객 만족하는 세라케어가 아닌 영업으로 조직이 변해가고 있었다”며 “아무렇지 않게 케어 서비스 점수도 삭감해 버리고 영업, 영업, 영업…”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2022년에도 세라젬 구매 고객에게 ‘세라케어 서비스는 렌탈 3년, 일시불 1년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고객을 현혹해 판매했다”면서 “현재는 본사에서 문자 한 통 보내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소모품 등을 택배 발송하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동의하도록 하고 고객 반응을 살피면서 다시 방문 서비스를 재개하는 식으로 고객을 기만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는 방문계정 감소로 이어져 HC 수수료 감소와 이에 따른 자연 퇴사를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심각한 계약 위반이며 노동권 침해이고 고객 기만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발언을 대독하고 있는 세라젬지부 조합원
현장발언을 대독하고 있는 세라젬지부 조합원

그는 “결국, 돈 때문에 고객을 기만하고 현재까지 이런저런 수모를 겪으면서 사라젬과 함께 해 온 근로자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몰아 버리는 형태로까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직원은 “지금 HC(방문판매점검원)들은 그동안의 고객들에게 참 많은 거짓말을 했다”며 “영업을 하지 않으면 수당이 없으므로 렌탈과 구매 유도 후 세라케어 13회 거점 6장 지급이라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후 영업이 아닌 기존 영업 고객들에겐 고객들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회사가 힘들다고 고객을 기만하고 있으니 이제는 고객 가정 방문도 많이 낯설다”며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안 오냐’고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회사가 자가 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문자 못 받으셨냐’고 하면 ‘문자 볼 줄 몰라. 자식들이 차단해놨어. 보이스피싱 걱정돼서. 이 늙은이가 문자에 답을 어떻게 해. 그냥 좀 와’라며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그는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회장님 대표님 더 이상 고객 기만하지 말고 처음 계약 당시 세라케어 서비스를 방문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자리에 모인 조합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세라젬은 고객 기만 중단하고 고객 서비스 보장하라.”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하고 방문 점검원 생존권을 보장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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