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쿠팡 물류센터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15분의 휴식시간이 지나면 현장 복귀 후 미소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서 쿠팡에 휴게시간 보장을 촉구했다.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10시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8월 1일 하루 파업 및 현장 준법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 측은 “쿠팡은 2022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체감온도를 엉터리로 측정ㆍ계산하는 등 억지를 부린다”며 쿠팡에 “산업안전보건규칙대로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현장 발언을 하기로 한 쿠팡 인천4 물류센터 야간조 이희진ㆍ전상진 조합원은 전날 야간 근무로 인해 현장에는 불참했지만, 발언문은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이 대독했다.

쿠팡 인천4 물류센터에서 6년차 근무한다고 밝힌 이희진 조합원은 “오후 5시 45분에 현장에 들어가면 사우나실로 입장하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이희진 조합원은 “‘오늘도 파이팅하자’ 해도 1시간이면 얼음 생수를 마시며 일을 해도 온도 29℃에 습도 70%, 체감온도 30도를 견디던 몸은 이미 지쳐 있다”면서 “식사 시간까지 땀을 흘리며 일하다 현장을 나가면 살이 화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자정을 기점으로 지친 사원들이 보이고, 서로를 독려하며 일을 한다”며 “오늘은 휴게시간이 있을까? 관심사가 된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쿠팡 직원들이 엄성환 대표에게 휴게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쿠팡 직원들이 엄성환 대표에게 휴게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희진 조합원은 “(휴게시간이 없으면) 회사에 대한 실망감은 최고조가 되고, (쿠팡이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땀처럼 흐른다”며 “너무하다 너무해 체념한다”고 토로했다.

이희진 조합원 “혹서기엔 새벽 2시에 전 사원이 쉬는 15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모른다”며 “꿀맛같이 달고, 해녀의 숨비소리(해녀가 물속에서 죽을 만큼 숨을 참다가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며 내는 소리)처럼 눈이 다시 떠지고 생생해져 현장 복귀 후 미소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휴식의 소중함을 전했다.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이희진 조합원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눈물보다 미소로 현장에서 일하게 되길 소원한다”며 “사원이자 고객인 우리가 적절한 대우를 받게 되길 전 사원이 바라고 기대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쿠팡 인천4 물류센터 야간조로 근무하는 전상진 조합원은 “쿠팡 물류센터에 노조가 생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상진 조합원은 “여섯 번의 여름을 겪는 동안, 이런 노동은 원래 이렇게 더운 거라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노조가 생기면서 참아야 하는 게 아니라, 싸워야 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현장 발언문을 대독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전상진 조합원은 “이번 여름은 절대 참으면서 지나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힘들면 힘들다고, 더우면 덥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상진 조합원은 “(8월 1일) 하루를 파업하는 작은 용기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 전국물류센터지부 민병조 지부장,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쿠팡고양분회 홍익표 부분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전국물류센터지부 강민정 사무국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안전보건규칙 제566조 안 지키고 휴게시간 보장하지 않는 쿠팡을 규탄한다.”
“더울 때 쉬어가자. 우리가 지키는 안전보건규칙 준법 투쟁 승리하자!”
“더워서 일 못하겠다! 쿠팡은 물류센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쿠팡은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하라!”

한편, 쿠팡은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정기적인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온도ㆍ습도를 측정하여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각종 냉방ㆍ환기 장치를 운영하고, 보냉 물품을 지급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 및 관련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는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는데,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주5일제와 연차 15일 등을 보장하고 있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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