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얻은 경우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수정란을 제공하며 대리출산을 의뢰한 부부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낳은 대리모가 ‘엄마’이고, 또한 대리모 출산 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결혼 10년 된 A와 B씨 부부는 자연적인 임신이 어렵게 되자, 서울에 있는 모 병원을 통해 대리모의 방법으로 출산하기로 했다.
이에 병원에서는 2016년 7월 A씨 부부의 수정란을 C씨에게 착상시켰다.
C씨는 2017년 3월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아이의 엄마가 ‘C’로 기재돼 있다.
유전자검사 결과, 아이는 A씨 부부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A씨는 2017년 12월 관할구청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신고서의 모(母)란에 ‘B’를 기재했다.
그러나 구청의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은 신고서에 기재한 모(母)의 성명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母)의 성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수리처분을 했다.
A씨는 불수리처분에 대해 “구청이 출생신고를 받아야 한다”며 불복신청을 했으나, 제1심 서울가정법원은 2018년 2월 신청각하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했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계약도 아니며, 수정란을 착상하는 방법에 의한 대리모의 경우 법률상 금지된 것도 아니므로, 제1심 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항고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지난 5월 9일 A씨가 모 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항고를 기각했다.
민법상 부자관계(父子關係)와 관련, 처가 혼인 중에 포태(胞胎)한 자는 친생자로 법률상 추정(제844조)되고, 친생부인의 소를 통하여서만 친생자관계를 깨뜨릴 수 있으며, 혼인 외의 출생자는 생부가 인지할 수 있다(제855조 제1항).
그러나 모자관계(母子關係)는 친생자로 추정하거나 그 친생자관계를 부인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일반적인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가 없어도 ‘출산’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족관계가 생긴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관된 판례(대법원 67다1791 판결)다.
재판부는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또한,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해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리모가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위법이며, 그런 대리모 계약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 기준이 ‘모의 출산사실’인 점,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신고서에 첨부하는 출생증명서 등에 의해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해 볼 때,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임신을 유발시키고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본건과 같이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제1심결정은 정당하므로, 신청인의 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