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맡아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 검찰이 아닌 경찰에 맡기면 좋은 점들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금태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경찰에 맡기면 좋은 점>이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금태섭 의원은 “첫째, ‘한통속’이라는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이, 법원을 수사하는 것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봤다.
금 의원은 “재판거래 의혹이 법원이 정치권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재판 절차나 결과를 왜곡했다는 혐의라면, 검찰도 더 했으면 더 했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법원과 검찰을 포함해서 법조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매우 낮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민들은 법조인들이 서로 감싸주는 경향이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사법연수원 선후배, 동기로 얽혀 있는 검찰이 법원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경찰도 원죄가 있지만, 종류가 다르고 법원과의 관계도 한 단계 떨어져 있다”는 이유도 들며 재판거래 의혹을 검찰 보다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금태섭 의원은 “둘째, 반대로 그런 의혹이 있다 보니 검찰은 오히려 객관성을 잃고 무리한 수사를 할 위험성이 있다”며 “특히 ‘직권남용’을 남발하는 최근의 경향을 보면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 이유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놓고 담당검사(안미현)가 언론에 직접 나가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사례를 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고 제시했다.
금 의원은 “그 인터뷰(안미현)를 보도한 언론사의 기자마저 게이트 키핑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사례였다고 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되면 현재의 의혹과는 또 다른 더욱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경찰로부터 떨어져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냉정하게 법적인 문제를 따지라는 것”이라며 “객관성이 특별히 담보되어야 할 이번 사건에 있어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일단 사건이 기소돼 재판에 회부되면 검찰은 한쪽 당사자가 되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판단자가 되어야 한다. 검찰 스스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찰과 검찰을 나눠서 각각 별개의 기관으로 만든 이유 자체가, 이럴 때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적법절차가 준수되도록 판단하고 지휘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최근 수사권 조정 논의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아닌 ‘수사지휘권의 범위’ 문제로 변질되고 있는 경향이 보이는데, 원래 수사권 조정의 본령은, 객관성을 가져야 할 검찰은 현장에서 떨어져서 수사지휘와 기소에 집중하고 수사는 경찰에 맡기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그 원칙에 따라 ‘수사는 경찰이, 수사지휘와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수사권 조정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금 의원은 “셋째, 아직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거의 검찰에 의해서 다루어지는 현실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 ‘검찰 개혁’이 시대적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는 문제를 모두 주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맨날 ‘검찰개혁’ 타령을 하는 언론들도 이러한 관행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는 당연한 듯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다”고 관성을 지적했다.
금 의원은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면서 “중요한 사건은 예외 없이 검찰이 나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관행을 깨야 한다. 이번 사건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금태섭 의원은 “사족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경찰이 아닌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을 일종의 특권으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검사들 자신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있었다. 아직도 고위 공직자, 전직 대통령 등등은 검사의 수사를 받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판사나 검사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야 한다”며 “우리도 바뀔 필요가 있다. 미국 같았으면 이번 사건은 FBI가 담당했을 것이다. FBI는 경찰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