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상 학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청구인들은 사립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에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지목돼 학교장으로부터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출석정지 15일 조치와 특별교육 5시간의 추가조치를 받았다.
청구인들은 위 징계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징계무효 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판결했다.
청구인들은 1심 계속 중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학습의 자유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수개의 조치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아니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학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다만 이 결정에 대해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아니한 출석정지 부분은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청구인들의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권리, 즉 학습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취지의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헌재는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유형이 매우 다양한 점,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조치는 피해학생의 보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피해학생의 상태, 학교폭력의 심각성 등에 따라 구체적ㆍ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한 점, 가해학생에 대해서도 선도ㆍ교육을 통해 더 이상의 학교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학업을 마친 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점, 학교폭력의 사안이 심각해 가해학생에게 전학ㆍ퇴학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피해학생과 격리함으로써 피해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징계조치 조항에서 수개의 조치를 병과하고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봤다.
또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관련한 기준이 마련돼 있고, 가해학생이 진급이나 진학에 있어 지나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이 사건 징계조치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결국 징계조치 조항보다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를 덜 제한하면서, 피해학생에게 심각한 피해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폭력에 구체적ㆍ탄력적으로 대처하고, 피해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면서 가해학생도 선도ㆍ교육하려는 입법 목적을 징계조치 조항과 동일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입법의 대안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조치 조항이 가해학생에게 수개의 조치를 병과할 수 있고 출석정지조치에 기간의 상한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서기석, 이선애 재판관의 징계조치 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두 재판관은 “징계조치 조항 중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제한하지 않음에 따라 장기간의 출석정지조치는 가해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쫓아 방치하는 것이고, 강제 유급이나 다름없어 사실상 학업을 포기하게끔 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볼 때 학급교체ㆍ전학ㆍ퇴학조치에 준하거나 이보다 더 가혹한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에 비해 출석정지를 가벼운 징계로 정한 체계상의 균형에 어긋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학생의 보호에만 치중해 가해학생에 대해 무기한 내지 지나치게 장기간의 출석정지조치가 취해지는 경우 가해학생에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도모하기 위한 관점에서도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은 반드시 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재판관은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은 징계조치 조항 중 ‘출석정지’ 부분은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청구인들의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권리, 즉 학습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한편,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통해 헌법재판소는, 피해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면서 가해학생도 선도ㆍ교육하려는 입법 목적을 징계조치 조항과 동일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입법의 대안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조치 조항으로 인한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조치 조항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기석 재판관은 지난 11일 사건 심리를 마지막으로 4월 19일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마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