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내 변호사가 ‘아이패드의 화면 잠금 비밀번호를 풀어달라’며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잠금해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를 제조ㆍ판매하는 회사로 아이패드에 사용자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도록 잠금 및 잠금해제 기능을 설정했다.
애플코리아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Apple ID 계정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 둔 보안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또 사용자 본인이 기기를 구매했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확인한 후 서비스센터를 통해 잠금을 해제해 주는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 사용설명서에 ‘Apple ID를 찾을 수 없거나 암호를 재설정할 수 없으면 계정에 접근할 수 없으며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활성화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Apple ID 계정 페이지에 접속하여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사용자는 신원을 확인한 후 Apple ID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A변호사는 2018년경 애플코리아에게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는 A변호사가 Apple ID 및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이패드의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본인 명의의 구매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A변호사는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를 제조ㆍ판매한 자로서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경우 잠금을 해제해 사용하게 할 계약상ㆍ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또 “애플코리아가 제조ㆍ판매한 이 아이패드는 iTunes Store와 같은 Apple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로서, 회사는 이 아이패드와 함께 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했고, 서비스 이용 기간에 제한을 두지도 않았으므로, 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 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애플코리아는 사용자의 신원이 확인된 경우 잠금을 해제해 준다고 공지했으므로 위 공지를 이행할 계약상ㆍ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데,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를 수년간 점유하고 있었고, 구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으므로, 회사는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9일 A변호사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아이패드 잠금해제 청구’ 소송(2018가합555404)에서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이 사건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이 아이패드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매계약상 의무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2011년 12월 30일 이 사건 아이패드와 같은 기종인 아이패드 3대를 구매해 원고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인정사실만으로 원고가 아이패드를 매수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상 의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위 약관에 동의한 소비자들과 Apple 서비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나,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설령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위 약관은 Apple 서비스에 관한 이용계약일 뿐 이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 상태를 해제해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의칙상 의무 부담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아이패드의 사용설명서 및 홈페이지에 ①사용자가 Apple ID 계정 페이지를 통하여 비밀번호 재설정 절차를 거치거나, ②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준다고 안내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① 혹은 ② 절차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잠금을 해제해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편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기능은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기기 내 정보에 접근해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취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피고가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잠금을 해제해 줄 경우 기기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①, ②절차에 따라 잠금을 해제해 줄지 여부를 결정할 때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하고, 소유자임이 명확하지 않은 자의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Apple ID 계정 페이지를 통한 잠금해제 절차를 통해 소유자임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했으나, 원고가 Apple ID와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하지 못해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했으므로, 피고는 위 절차에 따라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원고가 아이패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아이패드의 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구매 관련 자료 확인을 통한 잠금해제 절차에 따라 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A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