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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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 지회장 김형수)는 24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이주노동자 부당해고, 임금갈취, 인권침해를 멈추라”고 발표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한국조선업이 초호황의 성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면서 “2025년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이익이 HD현대중공업은 1조 4625억원, 한화오션은 9201억원, 삼성중공업은 5660억원에 달하고, 정부와 기업은 조선업 초호황으로 부족한 인력을 하청노동자 임금을 인상해서 해결하기보다는, 더 저임금인 이주노동자 고용을 대폭 확대해 해결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특히, 기능인력에게 부여하는 E7-3비자 이주노동가 조선소에서 크게 늘어났는데,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무분별한 고용확대로 중대재해 증가와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E7-3비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 임금갈취, 인권침해 사례는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13일 삼성중공업은 직접고용한 E7-3비자 3명을 2년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했음에도 6~7개월 만에 강제로 사직서에 서명하게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봤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E9비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있으면 3번까지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지만, E7-3비자는 사업장 폐업이나 휴업, 임금체불, 계약만료가 아니면 사실상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E7-3비자 노동자가 스스로 사직을 한다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편, E9비자는 국가 기관이 이주노동자 송출입 업무를 담당하는데 반해, E7-3비자는 민간이 송출입 업무를 담당한다. 그래서 E7-3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1000만 원~15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민간 송출입기관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7-3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6~7개월 만에 스스로 사직하게 되면 거액의 빚을 떠안은 채 한국을 떠나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사용자의 강압이 아니라면 E7-3 이주노동자가 6~7개월 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쓰는 선택을 할 수 없다.

조선하청지회는 “물론, 고용한 이주노동자가 기량 등의 문제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면 사용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고, 재계약을 못 한 이주노동자는 구직비자인 D-10비자로 변경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런 방법이 있음에도 삼성중공업은 현지에서 면접을 보고 기량 테스트를 해서 고용계약을 한 이주노동자를 6~7개월 만에 강압적으로 사직하게 만든 것”이라며 “2년 전에도 삼성중공업은 같은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를 해고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삼성중공업에서 하루아침에 강압적으로 쫓겨난 노동자 3명은 두려움에 떨며 김해에 있는 이슬람사원을 찾아왔다”면서 “강압에 의한 것이지만, 스스로 사직서에 서명한 이주노동자들 앞에는 세 가지 선택이 놓여져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첫 번째는 다 포기하고 거액의 빚을 떠안은 채 한국을 떠나는 것, 두 번째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해서 부당성을 다투는 것”이라며 “그리고 세 번째는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미등록 노동자가 돼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국에서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 중 노동조합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선택(부당해고구제신청)이라서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해 의논하려고 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다음날 이슬람사원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면서 “아마도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가장 현실적인 세 번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디 그들이 한국에서의 불안정한 삶을 끝마칠 때까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폭력 단속에 잡히거나 단속을 피하다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기원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선하청지회는 삼성중공업에서 임금갈취 정황도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에서 2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E7-3비자 이주노동자 9명이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다.

E7-3비자 이주노동자의 경우 법무부가 비자발급 요건으로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그런데 삼성중공업은 여기에 포함해서는 안 되는 고정연장근로(고정OT)수당 63만 1800원을 포함해 사실상 GNI 80%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다가 7개월 뒤에야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이를 바로 잡았다”면서 “즉, 7개월 동안 월 63만 1800원을 미지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조선하청지회는 식비 차별도 지적했다.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24년 4월부터 새로운 근로계약 내용을 통해 GNI 80%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매월 18만원의 식비를 공제하기 시작했고, 조선하청지회는 “사실상의 임금갈취”로 규정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점심식사는 무료, 아침ㆍ저녁식사는 먹는 사람에 한해 1회당 1000원을 공제한다”면서 “이주노동자 역시 2023년 9월부터 근로계약서에 같은 내용으로 명시돼 있었으나, 2024년 4월부터는 월 18만원이 공제된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한국 국적의 정주노동자와 달리 이주노동자들에게만 별도의 밥값을 비싸게 받는 것은 국적에 따른 차별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라며 “또한, 식사제공 및 식비 공제는 취업규칙에 따라 삼성중공업 소속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사안이므로 이른 근로계약서에 별도로 정해 특정 노동자들에게만 큰 비용을 공제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97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아침ㆍ저녁식사는 주로 집에서 먹었으며, 점심식사도 사내식당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날도 많았다.

또, 조선하청지회는 세 가지 인권침해 정황도 지적했다.

첫 번째 지적은 삼성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옐로카드/레드카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주노동자들이 안전수칙, 품질수칙, 근태불량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옐로카드나 레드카드을 제시하고, 레드카드를 받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잔업, 특근을 통제하는 페널티를 주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 같은 공개적인 옐로카드/레드카드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모욕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으나, 삼성중공업은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어적 의사소통, 국적별 문화차이 등으로 지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 직관적인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변명했다”고 전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핑계로 정주노동자에게는 시행하지 않는 인권침해적 옐로카드/레드카드 제도를 이주노동자에게만 시행하는 것 역시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지적은 상기한 GNI 80% 기준을 맞추기 위한 월 40시간의 고정OT 수당 지급과 관련해, 근로계약서에는 편법으로 ‘매월 실제 연장근로시간에 관계없이 40시간 이내에 연장근로 수당에 대한 수당 지급’이라고 적시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이주노동자가 월 40시간의 연장근로에서 미달할 경우 질책과 압박이 뒤따랐고, 특근을 통제하는 패널티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해당 지적의 근거에 대해 조선하청지회는 이주노동자가 녹음한 6분 분량의 면담 녹취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지적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는 경우, 큰 사고가 아니면 산업재해 처리를 못했다는 증언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치료도 삼성중공업 사내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말고 사외에 있는 의료시설을 이용하게 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삼성중공업의 조직적인 산재 은폐가 의심되는 내용으로 노동부에 의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당국의 폭력 단속으로 300여 명의 한국 노동자가 인권침해를 당한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국 출입국사무소에 의해 마찬가지의 폭력 단속이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25세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폭력 단속을 피해 숨어있다 추락해 목숨을 빼앗겼다는 것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하청지회는 “마찬가지로 삼성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해고, 임금갈취, 인권침해 역시 초호황을 맞이한 조선업이 이주노동자를 확대하면서 보이는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삼성중공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 임금갈취, 인권침해를 중단해야 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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